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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령] 연도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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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11-13 조회수322 추천수0

[특별기고] 연도란 무엇인가 (상)


정통 예식을 한국 교회 상황에 맞게 재구성한 ‘연도’

 

 

왼쪽부터 「로마 예식서」, 「성교예규(聖敎禮規)」, 「텬쥬셩교례규」.

 

 

한국 천주교회 장례 문화는 ‘연도의 문화’이다. 초상이 나면 “연도 났다”고 하고 문상 때나 기일 혹은 명절에 연도를 바친다. 연도는 우리 민족의 가락에 담긴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위령 감사송1)을 노래하는 파스카의 찬가이다. 앞으로 두 차례에 걸쳐 연도의 탄생과 그 구성 그리고 의의에 관해 연재함으로써 위령 성월을 맞아 연도에 대한 명료한 역사 인식과 토착화에 대한 중요성을 고취하려 한다.

 

 

연도라는 명칭에 대해

 

“연도란 무엇이다”고 정의한 문헌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구(舊)교우 시대 공소 회장의 직무 지침서인 1913년 「회장본문」에 위령의 날인 “추사이망일과 교우 죽은 날에 련도할 것을 힘쓸지어다”고 언급한 것이 문헌상 가장 오래됐다. 그러나 문헌이 아닌 실생활에서 연도라는 용어는 박해 시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적으로 연도란 넓은 의미에서 ‘연옥도문’의 준말로 ‘연옥 영혼을 돕는 기도문’이라는 뜻이다. 경우에 따라서 연도에 쓰인 성인 호칭 기도인 연옥도문만을 연도라고 부른다.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는 단련할 연(燃)을 쓰고 성인 호칭 기도는 계응창으로 이어지는 기도라 해서 이를 연(聯)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문헌에서도 연도를 한문으로 표기하지 않기에 두 의미가 혼재한다.

 

 

연도는 어디에 실려 있는가?

 

2003년 한국 주교회의는 제5대 조선대목구장 다블뤼 주교가 편찬한 1864년 「텬쥬셩교례규」를 계승하고 현대화하여 한국 천주교회의 「상장예식」을 발행했다. 우리가 바치는 연도를 담고 있는 연도책이 바로 다블뤼 주교의 「텬쥬셩교례규」라는 것이다. 「텬쥬셩교례규」는 임종과 장례에 관한 책이며 제2권 장례 부분에 연도가 수록돼 있다.

 

 

연도는 우리의 것인가?

 

가톨릭대사전(한국교회사연구소 간행)에는 「텬쥬셩교례규」를 중국 천주교회의 한문본 「성교예규(聖敎禮規)」의 내용을 줄여서 단순 번역한 본으로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연도는 중국 교회 예식서의 내용을 취사선택해 번역한 것이기에 우리의 고유성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인가. 어느 부분은 선택하고 어느 부분은 왜 빼버린 것일까. 그동안 「성교예규」의 간행 연대와 간행자는 물론 실제로 이 책이 대중 사이에서 활용됐는지 여부도 알 수 없었기에 연도에 관한 연구는 난항이었다.

 

필자는 문헌 연구를 통해 「성교예규」가 적어도 청나라 도광제 임기인 1850년 이전에 쓰여 1864년 「텬쥬셩교례규」보다 앞선 문헌임을 증명했다. 간행자는 모예 신부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교회에서 「성교예규」의 활용 정도는 매우 미약했다. 현재까지도 중국에서 「성교예규」는 간행자를 알 수 없는 희귀본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우리 연도인 「텬쥬셩교례규」는 한국에서 「상장 예식」이라는 이름으로 계승되고 현대화된 반면, 중국의 「성교예규」는 왜 대중화되지 못하고 이어지지 않았는지 그 답을 찾아보겠다.

 

 

「로마 예식서」에 비춰본 중국과 한국의 연도

 

1614년 바오로 5세 교황은 보편 교회의 전례 통일을 위해 「로마 예식서」를 반포했다. 「로마 예식서」 에 따른 장례 예식의 규정과 기도문을 기준으로 중국과 한국의 두 문헌을 대등하게 비교하면 「텬쥬셩교례규」가 「성교예규」를 간소화해서 단순 번역한 것이 아님이 드러난다. 물론 두 문헌 사이의 공통점은 있다.

 

 

중국과 한국의 연도의 공통점 유교 문화권

 

「로마 예식서」에서 장례 집전자는 사제인 반면 중국과 한국은 같은 유교 문화권으로 장례 때 미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평신도가 예절을 집전했다. 더욱이 「로마 예식서」는 모든 장례가 ‘성당’과 묘지에서 이뤄지는 유럽의 풍습을 바탕으로 한 예식서다. 중국과 한국에선 장례가 ‘상가(喪家)’와 묘지에서 이뤄진다.

 

「로마 예식서」의 장례 예식은 △ 위령 성무일도 △ 미사 △ 사도 예절 △ 하관 예식의 단계로 구성돼 있다. 즉, 로마 예식은 시신을 성당에 모신 뒤 위령 성무일도를 주야(晝夜)로 바친다. 이후 장례 미사와 사도 예절을 한 다음 시신을 묘지에 안장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은 시신을 모신 상가에서 문상과 염이 이뤄졌다. 이후 출관해 성당에 가서 미사하고 다시 묘지로 가는 동선이었다. 그렇다면 유럽 문화 중심의 「로마 예식서」가 유교권 두 나라의 장례예식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었을까.

 

 

「로마 예식서」의 반영도를 통해 본 우리 연도의 독립성과 창조적 재구성력

 

「로마 예식서」의 장례 기도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도가 위령 성무일도다. 위령 성무일도에 따르면 신자들은 성당에 있는 관 앞에서 시간대를 나눠 저녁 기도, 밤 독서 기도, 아침 기도를 바치게 돼 있다. 위령 성무일도가 라틴어로 돼 있고, 내용이 길어 신자들은 항상 예식서를 지참해야 했다. 게다가 ‘저녁→밤→아침’ 순서로 이뤄진 기도 시간을 고려할 때 위령 성무일도가 당시 유럽 사회에서도 잘 지켜졌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국의 「성교예규」는 ‘망자일과경’이란 제목으로 로마의 위령 성무일도를 그대로 답습했다. 그러나 예식서의 보급률과 한자 문맹률을 감안할 때 망자일과경의 실천 여부가 의심스럽다. 그래서 「성교예규」는 망자일과경을 바치기 힘든 경우, 예를 들어 글을 모르는 사람은 묵주기도를 대신 바치라고 했다. 글을 아는 사람은 △ 공심판사 △ 심판의 날에 △ 찬미경 △ 시편 △ 연옥도문 △ 축문 순서로 구성된 보다 단순화된 기도로 망자일과경을 대신하라고 명시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은 위와 같은 로마 예식의 위령 성무일도를 본문에 전혀 수록하지 않았다. 대신 신자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두 패로 나뉘어 서로 번갈아 가며 △ 시편 △ 찬미경 △ 연옥도문 △ 축문(마침 기도)을 끊임없이 바쳤다. 이것이 우리 연도다. 얼핏 보면 중국의 연도 중에서 두 기도문(공심판사와 심판의 날에)을 빼고 단순하게 재구성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기에 한국의 연도는 「로마 예식서」의 표준 예식인 위령 성무일도를 따르지 않고 기도문을 자유롭게 취사선택한 것으로 단정 지어야 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로마 예식서」의 장례 예식서 468항을 보면 긴급한 사유가 있고 시간이 없을 때는 위령 성무일도의 축문(마침 기도)만 바쳐도 전체 위령 성무일도를 대신한다고 명시돼 있다. 「로마 예식서」 역시 기본적으로 위령 성무일도를 제시하고 있지만, 예외 규정을 둔 것이다.

 

한국 연도의 축문 전문과 「로마 예식서」의 위령 성무일도 마침 기도를 비교한 결과 같은 기도문임이 밝혀졌다. 따라서 우리의 「텬쥬셩교례규」는 「로마 예식서」 486항의 지침을 한국 상황에 적용해 우리 방식으로 연도를 재구성한 것이다. 자의적인 축약이나 취사선택이 아니라 「로마 예식서」를 철저하게 검토한 후 이를 적용한 것이다. 이는 박해 시대라는 긴급함과 기도의 단순화를 통해 위령 성무일도의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례 예식의 토착화였다. 오히려 중국의 망자일과경을 대신하는 △ 공심판사 △ 심판의 날에 △ 찬미경 △ 시편 △ 연옥도문 △ 축문을 바치는 지침에서 마침 기도로서의 「성교예규」 축문은 「로마 예식서」의 위령 성무일도와 일치하지 않는다. 이는 「성교예규」가 「로마 예식서」의 위령 성무일도의 마침 기도 생략불가 지침(486항)에 어긋나는 자의적 구성인 것이다.

 

※ 연도와 성교예규에 대한 더 많은 연구 자료와 이를 주제로 2019년 10월 열린 가톨릭전례학회 학술발표회 자료집은 가톨릭전례학회(031-853-7713)로 문의하면 된다.

 

* 허윤석 신부는 의정부교구 소속이며, 1999년 사제품을 받았다.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위원과 의정부교구 상장례학교장을 역임했다. 2014년 ‘1614년 로마예식서에 비추어본 「천주성교예규(1864)」의 장례에 관한 고찰’로 가톨릭대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전례학회 학술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1월 10일, 허윤석 신부]

 

 

[특별기고] 연도란 무엇인가 (하)


단순반복 · 계응적 구조의 연도, 대중화와 토착화로 열매 맺어

 

 

- 신자들이 김수환 추기경 묘소를 참배하고 연도를 바치고 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시대를 앞서 바라보는 예언자적 안목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정신을 선행적으로 실천하는 내용을 담은 연도를 탄생시켰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연도의 파스카적 성격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장례 예식서」는 교회 장례식의 목적으로 유가족을 위로하며 동시에 장례식의 파스카적 성격을 드러낸다고 천명했다.(「장례 예식서」 2항 참조) 「텬쥬셩교례규」와 「성교예규」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파스카적 성격이다.

 

중국의 「성교예규」는 “징벌의 날에 세상 만물이 재가 되리니”라고 시작한다. 징벌과 형벌이 담긴 무서운 최후의 심판 장면을 묘사한 공심판사(Dies irae)를 시신을 염할 때 바치도록 하고 있다. 염하는 장면을 바라보는 유가족에겐 보다 큰 위로가 필요한 시간이다. 그러나 이때 희망의 빛 하나 없는 심판날을 묘사하는 기도를 바치는 것은 파스카적 성격과 역행한다.

 

「텬쥬셩교례규」에선 이러한 중국의 공심판사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염을 할 때 성인호칭기도와 찬미경을 통해 성인들의 통공(通功)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찬미하는 밝은 희망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묘지에 도착해서는 유가족이 촛불을 켜 들고 관을 둘러 천사들에게 “이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하소서”라고 기도하는 ‘빛의 도열예식’으로 파스카적 성격을 고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예식을 구성하고 있다. 중국에는 이러한 빛의 도열예식이 없다.

 

그뿐 아니라 「텬쥬셩교례규」는 「로마 예식서」에서 파스카적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기도인 “Deus cui proprium(천주여 용서하심이 당신 본성이라)”를 출관할 때, “Subvenite(오소서 천사들이여)”를 무덤에 도착할 때 바치게 함으로써 장례 예식의 파스카적 성격을 극대화했다. 반면 중국은 이러한 파스카적 기도들을 어디에도 사용하지 않고 중세의 암울한 장례 예식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했다. 따라서 우리의 연도는 중국과 비교해 파스카적 성격이 강하며, 보다 희망적인 장례 예식이 되도록 「로마 예식서」의 기도문을 취사선택했다.

 

- 서울대교구 연령회연합회 봉사자가 염습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헌장」은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전례에 참여하도록 인도되기를 촉구하고 있다.(「전례헌장」 14항) 이를 위해 모국어 사용을 허용했고, 지역과 민족의 풍습 및 문화를 존중하며 예식을 쉽고 간소화하게 하는 등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 연도에는 이와 같은 실천들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앞서 선행(先行)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조선 시대에 천시됐던 한글을 과감히 선택했다. 한글로 전례서와 기도서, 교리서를 발간해 문서 선교에 활용함으로써 전례와 기도, 교리를 쉽게 대중화시킬 수 있었다. 또한 연도의 기도문은 로마와 중국의 장례 예식에 비해 간소화됐고 단순반복적이며 계응 구조로 구성됐다. 주고받는 계응 교환창은 우리 가락의 특징을 잘 반영한 토착화 작업이었다.

 

연도의 능동적 참여를 이끈 가장 큰 요소는 일상 기도에서 매일 죽음과 부활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신앙 선조들의 영성생활에 있다. 1830년대부터 간행된 「천주성교공과」(매일기도를 위한 기도서) 중에는 끝기도인 만과(晩課)에 연도에 사용된 기본 기도들이 실려있다. 만과 때마다 연도를 바쳤기에 당시 신자들은 상가에서 누군가 선창(先唱)만 하면 연도책 없이도 연도를 익숙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일상 기도와 문상 때의 기도가 연계돼 있어 연도는 보편화, 대중화됐다.

 

 

효(孝)사상을 보다 고취하는 죽은 부모를 위한 기도문

 

「텬쥬셩교례규」를 통해 본 다블뤼 주교와 최양업 신부 그리고 평신도로 구성된 전례서 편집팀은 연도에 ‘죽은 부모를 위한 기도문’을 새롭게 만들어 효사상을 고취하려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성교예규」는 죽은 부모를 위한 기도를 「로마 예식서」의 기도문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우리는 보본(報本)사상과 통공 교리를 강조하고 신자로서의 신원의식을 고취하는 내용을 풍요롭게 담고 있다. 이렇게 로마와 중국 예식서보다 두 배 이상의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 보다 교리교육적이고 민족 정서를 풍부히 반영한 죽은 부모를 위한 기도문을 제작한 것은 지역 문화를 존중하는 위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정신에 부합된다. 연도 기도문 중 죽은 부모를 위한 기도문만이 한국에서 만든 유일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당시 신자들이 이 기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알 수 있다.

 

 

성인호칭기도

 

죽은 이를 위해 모든 성인의 간구를 청하는 성인호칭기도는 통공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도의 가장 장엄한 기도다. 「로마 예식서」에 수록된 성인호칭기도는 장엄 성인호칭기도(Litaniae Sanctorum)와 짧은 성인호칭기도(Brevies Litanias)가 있다. 장엄 호칭기도는 병자성사 때, 성당 축복이나 성수 축복 때 그리고 서품식과 시성식 때 바친다. 짧은 성인호칭기도는 죽음이 가까워 온 긴박한 상황에서 임종도문으로 바친다. 즉 「로마 예식서」에는 죽은 이를 위해 성인호칭기도를 바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장례 때 바치는 성인호칭기도는 중국에서 활동한 모예(파리외방전교회) 신부가 「성교예규」에 도입했다. 중국에서 시작한 이 전통은 당시 선교지에서 장례 때 평신도의 위상을 높이고 통공하는 교회의 모습을 담기 위한 파리외방전교회의 의도였다. 같은 전교회원이었던 다블뤼 주교는 조선 교회에서 이 전통을 이어받았다.

 

 

총평 및 제언

 

위와 같은 문헌분석을 통해 현행 연도의 모본(母本)인 한국의 「텬쥬셩교례규」는 중국의 「성교예규」에 종속된 단순 번역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신자들의 삶의 자리에서 사실상 실천 불가능한 위령성무일도를 과감히 포기하고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위해 한글을 사용하여 예식과 기도문을 단순 반복화한 점이 돋보인다. 이러한 예식의 재구성은 자의적이며 임의적인 것이 아니라 「로마 예식서」의 예외규정을 적용해 이뤄진 것으로 판명됐다. 따라서 연도는 박해시대 상황과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염두에 둔 적응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연도가 지금까지 계승되어온 이유이기도 한 토착화의 열매다.

 

「텬쥬셩교례규」는 중국의 「성교예규」와 비교했을 때 「로마 예식서」 장례 기도문을 더 많이 반영했다. 파스카적 성격의 기도문을 장례의 모든 단계에 두루 배치하면서도 심판과 징벌을 표현한 중세의 어둡고 두려운 기도문을 도입하지 않은 점, 도묘예식에서 빛의 도열을 통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부활신앙을 드러낸 점 등을 볼 때 우리의 연도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장례 예식 목적인 ‘유가족을 위로하고 파스카적 성격을 드러냄’을 선행(先行)적으로 실천했다.

 

더 놀라운 것은 「천주성교공과」를 통해 매일 죽음과 부활을 묵상하며 죽은 이를 위한 기도를 만과에 바치는 일상 기도로 연도를 바쳤다는 점이다. 그랬기에 장례시 연도의 실천력은 압도적인 것이었다. 일상 안에서 죽은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죄를 반성함으로써, 연도는 장례뿐 아니라 매일의 삶에서 죽은 이들과 통공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성적 열매를 맺게 했다.

 

연도는 이렇게 죽음과 삶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부활을 향해 나아가는 의미있는 여정임을 삶의 자리에서 보여주는 스승이 되어왔다. 요즈음 연도는 문상 가거나 명절에만 바치는 일회적인 기도로 축소된 인상이다.

 

박해시대 때 사제가 없어 장례 미사를 드릴 수 없었던 우리 교회! 조상제사가 금지된 상황에서 신앙 선조들에겐 민족의 장례풍습에 입각한 평신도 중심의 장례 예절서가 시급했다. 신앙 선조들은 이러한 어려움에 갇혀있지 않고 시대를 앞서 바라보는 예언자적 안목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정신을 선행(先行)적으로 실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연도를 탄생시켰다. 한국 천주교회 장례 토착화의 열매인 연도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임을 알리고, 동시에 동서양 장례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연도의 무형 문화재 등록을 추진하려는 각계의 노력이 중단 없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 연도와 성교예규에 대한 더 많은 연구 자료와 이를 주제로 2019년 10월 열린 가톨릭전례학회 학술발표회 자료집은 가톨릭전례학회(031-853-7713)로 문의하면 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1월 17일, 허윤석 신부(의정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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