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감미로운 바람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5-05 조회수2,475 추천수29 반대(0) 신고

5월 6일 부활 제 6주간 월요일-요한복음 15장 26-27절

 

"내가 아버지께 청하여 너희에게 보낼 협조자 곧 아버지께로부터 나오시는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분이 나를 증언할 것이다."

 

 

<감미로운 바람>

 

제가 한때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긴장 속에서 잔뜩 "쫄아서"지내던 신입사원 시절이 지나 어느 정도 업무를 파악하고 나니 계속되는 잔업과 특근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정신 없이 몇 년 지내다보니 "이게 사는건가?"하는 회의감을 동반한 직장생활의 권태기가 찾아오더군요.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마치 커다란 기계 안에 고정된 하나의 부품과도 같은 생활, 다람쥐 챗바퀴 돌 듯이 그저 매일 똑같은 일과, 똑같은 업무에 저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도 저는 교구 주보 소식란에 "7주 과정 성령쇄신세미나"에 관한 홍보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그래! 바로 이거야!"하는 내면으로부터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미사가 끝난 즉시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계속된 매주 목요일 저녁시간을 이용한 7주간의 성령쇄신세미나 과정에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참석했습니다.

 

세미나 과정이 진행되면서 저는 점차 "그분께서 제 안에 계셨건만 너무도 멀리서 그분을 찾아 헤맸던" 제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7주 째 있었던 한 지혜로운 성령쇄신피정 봉사자와의 면담을 통해 "모든 것이 다 틀린 것이었음"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미나 마지막 순간에 있었던 "안수"의 순간에 제가 느꼈던 은총의 체험은 지금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합니다.

 

세미나에 참가했던 저희는 제대 앞에 겸손 되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봉사자들은 저희 뒤에 섰습니다. 이윽고 정성스런 기도가 시작되었고 지도 신부님을 비롯한 봉사자들의 안수예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도 신부님과 봉사자들이 제 뒤를 지나가면서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를 하는 순간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마치 굵은 동아줄에 포박이라도 당한 듯 제 온몸은 꼼짝 할 수 없었는가 하면, 제 머리끝에서부터 발끝으로 고압선이 통과하는 듯 했습니다. 제 두 눈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끝도 없이 흘러나왔습니다.

 

이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을 소개해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성령 그분께서는 세례를 통해 이미 우리 안에 언제나 현존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우리의 둔감함으로 인해, 그리고  우리의 지나치게 육적인 삶으로 인해 우리가 그분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무미건조한 신앙생활, 형식적인 미사참례, 하느님 체험의 부족으로 인해 신앙생활의 권태기에 접어든 분들이 계시다면 저는 지체 없이 우리 안에 이미 현존해계시는 성령을 의식하는데 보다 노력해보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물론 이 "성령쇄신세미나"를 두고 신자들 사이에서 논란도 있었습니다. 때로 세미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로 인한 부작용이나 폐해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신앙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신앙의 권태기를 딛고 새 출발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참으로 좋은 프로그램이 성령쇄신세미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참으로 중요한 노력이 자신 안에 깃들어 계신 성령을 의식하는 일입니다. 그분의 현존과 협조, 활동을 자각하고 그분 안에 살려고 하는 노력입니다.

 

"성령 안에서의 생활"을 통해 우리는 신앙생활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분은 우리 매일의 나날을 새롭게 하시는 분,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우리를 하느님 아버지께로 인도하시는 감미로운 바람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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