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29 조회수7,486 추천수11 반대(0)

책은 도끼다.’를 읽고 있습니다. 저자는 좋은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6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2개의 글을 나누고 싶습니다. 판화가 이철수님의 글입니다. 그림과 함께 보면 더 좋겠지만 글만 나누려 합니다. 그림을 보고 싶으신 분은 인터넷 검색을 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하나는 잡초(雜草)’입니다. “잡초라 부르는 것조차 모두 아름답다. 세상에 시시한 인생은 없다. 어디에도.” 다른 하나는 좌탈(坐脫)’입니다. “염주 끈이 풀렸다. 나 다녀간다 해라. 먹던 차는 다 식었을 거다. 새로 끓이고. 바람 부는 날 하루 그 곁에 다녀가마. 몸조심들하고. 기다릴 것은 없다.” 짧은 글이지만 6월의 마지막 날을 돌아보기에는 의미 있는 글입니다. 지난 6개월 내가 누군가를 편 가르고, 평가하며 살았다면 남은 6개월은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면 좋겠습니다. 지난 6개월 내가 추구하던 것이 세상의 명예, 권력, 성공이었다면 남은 6개월은 나눔, 희생, 겸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은 만유인력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연현상의 법칙을 따지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사과가 떨어지는 것은 때가 되었기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은 목적지를 향해서 직선으로 흘러갈 수 있지만, 시간은 계절이 가고 오듯이 순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직선의 시간에서는 쟁취해야 하고, 소유해야 하고, 업적을 쌓아야 합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순환의 시간에서는 베풀어야 하고, 겸손해야 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다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비행기에서 땅을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땅에 있을 때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봅니다. 산도 보이고, 강도 보이고, 건물도 보입니다. 자동차는 장난감처럼 보입니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비행기에서 보면 잘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이 더 가지려고 남을 속입니다. 채울 수 없는 욕망 때문에 번민하고, 갈등합니다. 지난 6개월이 직선의 시간이었다면 남은 6개월은 순환의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우리는 사라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라의 눈에는 하갈의 아들은 뽑아야 할 잡초처럼 보였습니다. 자신이 낳은 아들 이사악은 온전히 자라야 할 밀과 같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남편 아브라함에게 하갈과 이스마엘을 쫓아내라고 이야기합니다. 인류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잡초처럼 대합니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잡초처럼 대합니다. 신념과 가치가 다르다는 이유로 잡초처럼 대합니다. 장벽을 쌓아놓고 움직이지 못하게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하갈과 이스마엘의 아픔을 보셨습니다. 하갈과 이스마엘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방인을 함부로 대하지 마라. 너희도 한 때는 이방이었지 않느냐!’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지만 아픈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다. 나는 죄인들을 위하여 왔다.’ 깨달은 사람들이 추구하던 길입니다. 지난 6개월이 밀과 잡초를 가르는 삶이었다면 남은 6개월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삶이면 좋겠습니다.

 

문명은 그것을 살아내는 인간의 마음에 따라서 변화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의 문명은 밭과 같고, 그릇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심느냐에 따라서,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문명은 변화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담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담는다면, 우리의 문명은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악한 것들을 담는다면 우리의 문명은 생명을 파괴하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희망의 불을 밝히셨습니다. 변화의 불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개혁의 불을 이야기하셨습니다. 가난한 이, 아픈 이, 외로운 이, 이방인들은 예수님의 불을 받아들였습니다. 예수님의 곁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악의 지배에서 벗어나 참된 자유를 얻기를 바라셨습니다. 남은 6개월은 주님을 따라서 참된 자유를 얻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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