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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동네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7-30 조회수2,285 추천수29 반대(0) 신고

7월 30일 연중 제 17주간 화요일-마태오 13장 36-43절

 

"남을 죄짓게 하는 자들과 악행을 일삼는 자들을 모조리 자기 나라에서 추려내어 불구덩이에 처넣을 것이다. 그러면 거기에서 그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산동네>

 

오늘 하루는 제게 있어 뛸 듯이 기쁜 날인 동시에 한편으로 너무도 가슴아팠던 하루였습니다. 나간지 몇 일간 소식이 없어 몹시도 걱정되었던 두 아이, 유달리 붙임성 있었기에 유심히 지켜봤던 두 녀석의 거처를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그래서 신당동 산동네를 몇 바퀴나 돌고 돈 끝에 일망타진하는 큰 기쁨을 맛본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재회의 기쁨도 잠시, 뒷좌석에 태우고 나서 바라본 녀석들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한 아이의 눈을 심하게 얻어맞아 눈이 거의 감길 정도로 부어있었습니다. 다른 아이는 괜찮은가 백미러를 통해서 봤더니 마찬가지로 얼굴 전체가 상처 투성이였습니다.

 

가출 이후의 행적들이 한편의 영화처럼 손에 쥘 듯이 제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오락실이나 PC방, 목욕탕을 전전하다가 과거에 서로 트러블이 있었던 같이 놀던 형들을 만납니다. 분명히 이 아이들을 그냥 두었을 리 만무합니다. 나쁜 짓을 시키고, 제대로 성과가 없자 큰 녀석들은 이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한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제 마음이 도무지 편치 않았습니다. 뚜껑이 열린 나머지 제 머리 위로 김이 무럭무럭 올라갈 정도였습니다. 점점 화가 치밀었지만 속으로 꾹 눌러 참았지만 이런 말들이 입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을 겨우 눌러 참았습니다. "자식들, 집에 좀 붙어있으면 어디 덧나나? 지들 무덤을 스스로 파는구먼. 이 녀석들을 정신 바짝 차리도록 혼을 내줘? 말아?"

 

겨우 눌러 참으며 집에 도착한 저는 아이들을 제 사무실에 앉혔습니다. 다시 집으로 붙잡혀온 녀석들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지 무척이나 쭈볏거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들이 너무도 야속하기도 해서 약간 오바하면서 까지 아이들에게 겁을 좀 줬습니다.

 

"지금 내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경찰서로 너희들 인계하고 싶다. 그러면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너희들 잘 알고 있지?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정말 앞으로는 사고 치지 않기다" 등등 제 나름대로 아주 강한 경고성 발언을 아이들에게 했습니다. 아이들이 미워서라기보다 진정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생각해주는 마음에서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당신 백성들을 향해 끔찍할 정도로 강한 경고성 발언을 하고 계십니다. "남을 죄짓게 하는 자들과 악행을 일삼는 자들을 모조리 자기 나라에서 추려내어 불구덩이에 처넣을 것이다. 그러면 거기에서 그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으로 지나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아들, 언제나 용서하시는 사랑의 하느님께서 "추려낸다", "불구덩이에 처넣는다"는 극한 발언을 하고 계십니다.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생각할 일은 예수님의 이런 극한 발언을 하시는 이유는 우리가 미워서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우리를 너무도 극진히 사랑하신 나머지 단 한 명도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으시는 예수님이기에 제발 불구덩이에 들어가지 않도록 잘 처신하도록 촉구하기 위해서 아주 강한 경고성 발언을 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강한 경고 그 이면에는 우리 부족한 인간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강한 구원 의지가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때로 매도 드시고 견책도 하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굳게 인식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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