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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은은한 향기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10-12 조회수2,534 추천수29 반대(0) 신고

10월 13일 연중 제28주일-마태오 22장 1-14절

 

임금이 손님들을 보러 들어갔더니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를 보고 "예복도 입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소?" 하고 물었다. 그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임금이 하인들에게 "이 사람의 손발을 묶어 바깥 어두운 데 내쫓아라. 거기서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하고 말하였다.

 

 

<은은한 향기>

 

제가 시간 날 때마다 자주 펼쳐보는 성서는 주로 바오로 사도의 편지글들입니다. 어쩌면 그리도 한 구절 한 구절 정곡을 찌르는 말씀들인지요?

 

아무리 반복해서 읽어도 무궁무진한 묵상거리들을 건져낼 수 있는 성서, 바오로 사도의 고되지만 아름다운 영적여행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성서가 바오로 서간들입니다.

 

오늘도 우연히 펼쳐든 바오로 사도의 서간에 이런 구절이 확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드리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이 구절을 접하는 순간 "내게서는 과연 어떤 향기가 날까?"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스도의 향기"는 전혀 아니고, "시금털털한 홀아비 냄새"만이 진동한다는 생각에 서글퍼졌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영적 여정을 거듭하면 할수록 그리스도의 향기로 가득해야 할텐데...

 

수도원 뒤뜰에는 벌써 모과들이 노랗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어떤 녀석들은 무게를 이기지 못해 툭툭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몇 개 주워서 책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온 방안이 모과향기로 가득 찼습니다. 갑자기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세상에 많은 과일들이 있지만 모과 향기보다 더 그윽한 향기를 지닌 과일은 다시 또 없는 듯 합니다. 결코 강하지 않고 특별하지도 않지만 은은하게 향기로우며, 두고두고 맡아도 절대로 질리지 않는 모과의 향기는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지녀야할 향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잔치 집에 들어갈 때 예복을 갖춰 입어야 하듯이,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반드시 예복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그럼 하느님 나라에 입장하기에 가장 어울리는 예복은 어떤 예복이겠습니까? 예복 중에 예복, 구원의 빛나는 예복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란 예복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선택함으로 인해 지난 시절 우리에게 유익했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다 장해물입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무엇보다도 존귀합니다.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모든 것을 잃었고 그 모든 것들을 모두 쓰레기로 여길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란 가장 아름다운 예복으로 갈아입은 우리는 이제 이 악하고 비뚤어진 세상에서 나무랄 데 없는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하늘을 비추는 별들처럼 빛을 내야할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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