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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4주간 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3-12 조회수116 추천수6 반대(0) 신고

[사순 제4주간 화요일] 요한 5,1-16 “건강해지고 싶으냐?”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하나같이 원래 의도했던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실패’로 끝나지만, 거기엔 나름의 원인과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죽음 이후 심판대에 서게 될 때 그 실패에 대해 구구절절 변명할 거리는 누구나 갖고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떤 일에 대해 핑계를 대는 것에는 대개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 탓을 남에게 돌리려는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내가 너에게 따 먹지 말라고 명령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따 먹었느냐?”하고 물으시자 아담은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라고 핑계를 댑니다. 일차적으로 그 열매를 먹어보라고 권한 아내 탓을 한 것이고, 더 나아가 그런 일이 생긴 것은 하느님께서 그런 아내를 창조하시어 자기와 함께 살게 하셨기 때문이라고 하느님 탓을 한 겁니다. 통회와 보속으로 죄를 씻을 생각은 하지 않고 거짓과 모함으로 더 큰 죄를 지었으니, 그 벌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되지요.

 

오늘 복음에 나오는 병자도 예수님께 핑계를 대는 모습을 보입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건강해지고 싶으냐?”라고 물으시자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 저를 저 못 속에 넣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는 동안에 다른 이가 저보다 먼저 내려갑니다”라고 대답한 겁니다. 만약 그가 정말 병에서 낫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면, 자기가 그 병 때문에 얼마나 괴로운지를 먼저 말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 병에서 낫고 싶다는 말이 튀어나왔겠지요. 하지만 그는 예수님의 질문에 ‘남 탓’을 합니다. 자기가 38년이라는 긴 세월을 그곳에 무기력하게 누워있기만 한건 연못 물이 출렁거릴 때 자기를 물 속에 넣어주지 않는 냉정한 사람들 때문이라고, 불쌍한 자신을 먼저 챙겨주지 않고 자기가 먼저 치유받겠다고 쌩하고 내려가버리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원망하며 탓을 하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너 왜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만 있느냐’고 그를 탓하시지 않았습니다. 그저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실패와 절망 속에서 병에 걸린 상태에 적응해버린, 이제는 병에서 낫고자 하는 의지나 희망도 잃어버린 채, 그저 남들이 적선해주는 돈에 기대어 사는데 익숙해져버린 그에게, 치유에 대한 희망을 그리고 그 후에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의지를 일깨워 주시려고 했을 뿐이지요.

 

그러나 그 병자는 그런 주님의 의도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딴 소리를 했고, 이에 주님께서는 일단 그를 병에서 낫게 하십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일단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의 건강도 조금씩 되찾을 거라고 기대하신 겁니다. 하지만 그 병자는 그러지 못합니다. 청하지도 않은 은총을 갑자기 받은 것에 당황할 뿐, 병에서 나은 것을 기뻐하지도, 그런 놀라운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지도 않습니다. 병에서 나은 그 순간까지 자기를 치유해주신 분이 누구인지도 제대로 몰랐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모르고 지은 죄는 용서받을 수 있지요. 하지만 자기를 치유해주신 분이 누구인지, 그분께서 자신에게 원하시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난 후에는 그 뜻에 맞게 변화되어야 했습니다. 뒤늦게나마 주님께서 은총을 베풀어주심에 감사하며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그분 뜻에 맞게 잘 살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예수님을 다시 만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분을 유다인들에게 ‘밀고’한 것이었습니다. 자기가 안식일 규정을 어기게 된 것은 굳이 안식일에 자기 병을 고쳐주시고 들것을 들고 걸어가라고 시킨 예수님 때문이라고 모든 책임을 그분께 떠넘긴 겁니다. 원치도 않은 치유의 은총을 베풀어주셔서 자기가 늘그막에 먹고 사느라 고생하게 만들었다고 예수님을 원망하는 마음 때문이겠지요.

 

예수님이 누구신지 안다고 해서 내 삶이 바뀌는게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고 따라야 내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에 합당한 모습으로 변화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쉽고 편한 것만 찾는 나태함을 버려야 합니다. 삶이 내 뜻대로 되기만을 바라는 고집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 뜻을 따르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고통과 시련을 기꺼이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언제든 오늘 복음에 나오는 그 병자처럼 될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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