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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4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03-12 조회수348 추천수6 반대(0)

1987년 겨울입니다. 저는 제대를 5달 앞둔 병장이었습니다. 일석점호를 앞둔 시간 내무반이 조금 소란스러웠습니다. 일직사관이 조용히 점호 준비하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낮에 일직사관과 장기를 두기도 했고, 평소에 친하게 지냈기에 웃으면서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일직사관도 그렇게 하라고 하면서 우연히 손을 휘둘렀는데 그만 저의 뺨에 맞았고, 그때 저는 이가 깨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의도 된 바도 아니고, 저도 조용히 마무리 하였습니다. 그리고 깨진 이에 크라운을 씌었습니다. 어느덧 37년이 지난 먼 옛날의 기억입니다. 댈러스에 오기 전부터 이에 불편이 있었는데 별 일 아닌 줄 알고 스케일링만 받고 댈러스로 왔습니다. 진통제를 먹어야 할 정도로 불편해서 치과엘 갔습니다. 검사결과 크라운을 씌운 이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고 합니다. 신경치료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니 발치를 하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맨 안쪽에 있는 어금니이기에 굳이 임플란트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동의하였고, 20분 정도 걸려서 발치를 끝냈습니다. ‘앓던 이 빠지는 기분이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발치하고 나니 통증도 없었습니다.

 

친절하신 의사 선생님은 제게 발치 후에 지켜야 할 사항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먼저 거즈를 발치된 부분을 넣어주고 이를 꼭 닫아 압력을 주라고 하였습니다. 압력이 있으면 쉽게 지혈이 된다고 합니다. 사람의 몸은 자연 치유력이 있어서 곧 새살이 돋고, 아물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탄산음료를 마시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탄산가스가 발치 부분과 만나면 아무는데 지장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발치 후에는 빨대를 사용하지 말고, 침도 자주 뱉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지혈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음식도 죽이나 부드러운 것을 먹으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죽을 먹었습니다. 음주와 흡연을 일주일 정도 금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다른 것들은 다 지킬 수 있었는데 음주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댈러스에 부임해서 1주일도 안 되었기에 단체들과의 첫 인사도 있었고, 자연스럽게 식사 자리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가볍게 한두 잔 마시면서 첫 인사의 자리도 마칠 수 있었고, 댈러스에서의 발치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모두 소중하고 가치가 있습니다. ‘心身不二입니다. 현대인들은 마음이 없는 몸처럼 사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갈등과 분쟁은 그릇된 욕망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들의 몸은 하나의 개체를 이루지만 우리의 영혼은 하느님의 사랑 안에 모두 하나로 연결될 수 있음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 몸을 위해서 다른 이들의 몸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타인의 아픔과 고통은 어쩌면 인류라는 같은 영혼의 아픔과 고통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같은 마음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품어주는 사랑입니다. 나에게 잘 해주는 사람에게만 베푸는 사랑은 세상 사람들도 할 수 있습니다.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하느님의 마음은 세상 사람들의 마음과는 달랐습니다. 하느님의 마음, 예수님의 마음은 사랑의 마음입니다. 이 사랑이 생명을 살리고, 이 사랑이 희망을 주고, 이 사랑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신앙인들은 하느님을 닮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삶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어미가 자식을 잊을지라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을 잊지 않고 사랑하신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은 자비와 용서, 친절과 온화함입니다. 우리들 모두는 하느님의 모습을 우리의 삶 속에서 드러내야 합니다. 우리를 위해서 사람이 되신 예수님께서는 따뜻한 바람이십니다. 막힌 것은 뚫어 주시고, 얼어붙은 것은 녹여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온 몸을 바쳐서 우리들 구원을 위한 숨구멍이 되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면서 생각해 봅니다. “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내가 속한 공동체를 얼리는 존재인가! 아니면 질식해서 숨이 멎을 것 같은 공동체에 사랑과 기쁨을 주는 숨구멍과 같은 존재인가!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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