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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23 화/ 거룩한 이별 뒤에 만나는 것들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5-22 조회수7,401 추천수6 반대(0) 신고




   부활 6주 화, 요한 16,5-11(17.5.23)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요한 16,7)



 

 
"For if I do not go, the Advocate will not come to you." Jn 16,7





거룩한 이별 뒤에 만나는 것들

 

예수님께서 “이제 나는 나를 보내신 분께 간다.”(16,5) 하시며, 제자들에게 이별을 예고하십니다. 그러자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계시지 않는 상황에서 세상의 반대와 박해를 직면해야만 하는 처지를 생각하며 큰 근심에 잠깁니다(16,6). 예수의 떠나감은 우리에게는 어둠의 상황이요, 생명에서 멀어져가는 길일뿐입니다.

사실 인간은 인공지능을 만들 정도로 대단하면서도, 인공지능에 거꾸로 지배당할 위기에 놓인 어리석은 존재입니다.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애착의 끈 놓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하느님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예수님이 계시지 않는 삶이란 그 자체가 바로 심판과 단죄가 됨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가 찾는 참 행복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저 너머에까지 이어지는 까닭입니다.

눈에 보이는 강생하신 예수님은 육신의 죽음으로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십니다. 그런데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볼 수 있는 나의 감각 안에 그분을 가두어둔다면 결코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떠나야 보호자께서 오실 것이니 결국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 이롭다.”(16,7) 하시며 제자들을 위로하신 것입니다.

이어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제자들과 이별한 뒤에 “보호자께서 오시면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관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을 밝히실 것”(16,8)이라 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이별은 거룩한 이별이지요. 그 이별은 인간의 정에 묶인 이별이 아니요, 시간과 공간에 매인 이별도 아닙니다. 그 이별은 예수님께서 지상에서 보여주셨던 사랑을 영원으로 이어주기 위한 이별입니다.

이 이별은 우리의 삶이 눈에 보이는 예수님을 넘어 영원히 생명력을 얻고, 하느님과의 거룩한 친교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통합의 이별입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육(肉)과 영(靈), 시간과 공간, 감각적인 것과 초월적인 것, 이 모든 것을 이어 사랑 안에 하나가 되게 해주는 것은 보호자 성령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보내주시는 보호자 성령께서는, ‘세상의 죄악과 의로움과 심판에 관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을 폭로하고’(16,8) 십자가의 궁극적인 의미를 밝혀주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매순간 두려움 없이 거룩한 이별을 실천해야겠습니다. 보호자 성령께서 내 안에 오시어 내 영혼을 비추어주시고, 하느님의 정의 안에 머물며 사랑의 사람이 되도록 거룩한 이별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오염된 자아로부터 떠나고, 눈에 보이는 것을 지나 눈에 보이지 않는 더 소중하고 본질적인 것들에 눈을 떠야겠습니다. 예수님이 계시지 않는 곳을 주님의 영으로 채우도록 해야겠지요. 또한 예수님의 부재 상황에서 그 빈자리를 예수님께서 남겨주신 사랑으로 채우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땅에 만연한 거짓과 불의, 불공평과 차별, 집단적 이기주의와 무관심, 인간을 도구화하려는 수많은 시도들로 인해 짙어가는 절망의 그림자를 직시해야겠습니다. 바로 그곳은 하느님과 예수님을 몰아내고 ‘비극적 이별’을 강요하는 슬픈 광장입니다. 하여 지금 바로, 절망을 희망으로,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기 위해 탐욕에서 떠나고 이기심과 교만에서 떠나야 합니다. 이것이 성령을 모시고 영원히 살기 위해 떠나는 우리의 거룩한 이별인 까닭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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