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7. 예루살렘을 점령한 다윗(2사무 5,6-25)

다윗이 온 유다와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된 다음 처음으로 행한 공무집행 중의 하나는 여부스족을 치는 것이었다. 여부스족은 예루살렘의 엣 주민들이다(여호 15,63; 판관 1,21 참조). 그리하여 그가 부하들을 거느리고 예루살렘으로 가서 그 땅에 사는 여부스족을 치려 하자, 여부스 주민들이 다윗에게 몰려와 말하였다. “너는 이곳에 들어올 수가 없다. 눈먼 이들과 다리를 저는 이들도 너 하나쯤은 능히 물리칠 수 있다.” 이는 그들이 다윗에게 항복하기를 거부하는 일종의 단호한 표시였다. 그만큼 그들은 다윗이 거기까지 들어올 수 없으리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다윗은 키드론과 티로페온 골짜기 사이에 자라집은 시온 산성을 쉽게 점령하였다. 그곳이 바로 그가 수도로 만들려는 의도로 손수 이름을 지어 붙인 다윗 성이다. 그날 다윗이 이렇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이 여부스족을 치려는 자는 지하 수로로 올라가, 이 다윗이 미워하는 저 다리 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을 쳐라.” 여기에서 “다리 저는 이와 눈먼 이는 궁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이 생겼다. 다윗은 그 산성에 머물며, 그곳의 지리적 위치를 알게 되었다.

다윗은 밀로 안쪽으로 성곽을 둘러쌓았다. 이 ‘밀로’의 의미와 위치는 불확실하지만, 어원적으로 밀로는 ‘충만한 것, 흙을 돋움’을 뜻한다. 다윗의 세력이 점점 커졌다. 주 만군의 하느님께서 함께 계셨기 때문이다. 티로 임금 히람이 다윗에게 사절단과 함께 향백나무와 목수와 석수들을 보내어, 그에게 궁을 지어 주려 했다. 그래서 다윗은 주님께서 자기를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튼튼히 세우시고, 당신 백성 이스라엘을 위하여 자기 왕권을 높여 주신 것을 알게 되었다.

다윗은 헤브론을 떠나온 뒤에 예루살렘에 머물면서 많은 건축 사업을 벌일 꿈들을 꾸기 시작했다. 한편 그는 후궁과 아내들을 더 얻었는데, 그들이 그에게 여러 아들딸들을 낳아 주었다. 그가 예루살렘에서 낳은 아들들의 이름은 삼무아, 소밥, 나탄, 솔로몬, 입하르, 엘리수아, 네펙, 야피아, 엘리사마, 엘야다, 엘리펠렛이다. 이들 모두가 다윗이 예루살렘에서 낳은 아들들이다.

필리스티아인들은 다윗이 기름부음을 받아 이스라엘의 임금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하여 그들이 다윗을 잡으려고 모두 올라오자, 다윗은 이를 듣고는 산성으로 내려갔다. 그때에 필리스티아인들은 이미 르파임 골짜기에 와 그곳에 퍼져 있었다. 다윗이 주님께 “필리스티아인들을 치러 올라가도 되겠습니까? 그들을 제 손에 넘겨주시겠습니까?” 하고 여쭈어 보자, 주님께서 다윗에게 이르셨다. “올라가거라. 내가 반드시 필리스티아인들을 네 손에 넘겨주겠다.”

그래서 다윗은 바알 프라침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그들을 쳐부순 다음, 이렇게 말하였다. “큰물로 무너뜨리듯, 주님께서는 내 앞에서 원수를 무너뜨리셨다.” 그리하여 그곳의 이름을 바알 프라침이라 하였다. 필리스티아인들이 그곳에 자기 우상들을 버리고 갔으므로, 다윗은 부하들과 함께 그 우상들을 말끔하게 치웠다. 필리스티아인들이 다시금 올라와 르파임 골짜기에 퍼졌다.

다윗이 주님께 여쭈어 보자, 주님께서 이렇게 이르셨다. “바로 올라가지 말고, 그들 뒤로 돌아 발삼 향나무 숲 맞은쪽에서 그들에게 다가가거라. 발삼 향나무 꼭대기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거든, 그때 습격하여라. 주님이 앞장서 나가 필리스티아인들의 군대를 칠 것이다.” 다윗은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하여, 게바에서 게제르까지 필리스티아인들을 쳤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다윗을 시켜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셨다. 그리고 백성들은 임금이 하느님과의 소통으로 자신들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그들은 다윗이 자신들의 왕임을 깨닫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다윗의 왕국을 세우기 시작하자, 다윗은 이스라엘에 거하시는 하느님의 머무르심을 상징하는 그분의 궤를 기억하였다.[계속]

[참조] : 이어서 ‘8. 다윗이 계약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김’이 소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