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2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25 조회수7,303 추천수9 반대(0)

후배 신부님이 강의 중에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받는 것이 더 좋은가요? 주는 것이 더 좋은가요?”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받는 것이 더 좋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주는 것이 더 좋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후배 신부님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받는 것이 더 좋다고 하신 분들은 솔직하시네요. 주는 것이 더 좋다고 하신 분들은 체험이 있나봅니다.” 후배신부님도 받는 것이 더 좋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생일 선물을 받을 때, 부모님께 용돈을 받을 때 좋았다고 합니다. 신자들의 기도와 사랑을 받으면서 잘 지낸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니 너희에게 누르고 흔들어 넘치게 부어 주실 것이다. 너희가 남에게 되어 주는 것만큼 되돌려 받을 것이다.(루가 6, 38)” 바오로 사도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모든 면에서 여러분에게 본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애써 일하며 약한 이들을 거두어 주고,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친히 이르신 주 예수님의 말씀을 명심하라는 것입니다.(사도 20, 35)” 받는 즐거움이 감성적이라면 주는 즐거움은 영성적인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주는 것이 행복하다고 하셨는데 돌아보니 줌으로써 행복했던 체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때 꽃동네로 봉사활동을 갔었답니다. 음식을 나르기도 했고, 청소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루는 뇌성마비 어르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르신은 턱과 눈으로만 의사표현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모든 것을 물어보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 주듯이, 어르신에게 모든 것을 물어보면서 대화하였다고 합니다. 어르신은 탁자 옆에 있는 가방을 바라보았고, 가방을 가져다 드렸다고 합니다. 어르신은 가방을 열어보기를 원하셨고, 가방 안에 있는 공책을 열어보기를 원하셨습니다. 공책에는 그동안 어르신에게 다녀간 분들의 주소가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주소를 적어드리기를 원하셨고, 주소를 적어드렸다고 합니다. 편지를 한 통 써주기를 원하셨고, 매번 물어보면서 어르신을 위해서 편지를 써드렸다고 합니다. 매번 물어보고, 원하는 것을 해 드렸는데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고 합니다. 한 달 후에 집으로 편지가 왔는데 어르신이 보낸 편지였습니다. 어르신을 위해서 봉사오신 분이 같은 방식으로 편지를 써드렸다고 합니다.

 

저도 신학생 때 한 가지 체험이 있었습니다. 늦은 밤입니다. 술에 취한 사람이 길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인지라 잘못하면 큰 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잠시 고민했습니다. 늦었고, 다음 날 새벽미사도 가야하는데 그냥 지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안 보았으면 모르지만 보았으니 도와주자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택시를 잡고 술에 취한 사람을 집에까지 모셔다 드렸습니다. 집에는 애타게 아빠와 남편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저는 사정을 설명하였고, 감사하다는 가족의 인사를 받으며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하늘에서는 눈이 내렸습니다. 3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선명합니다. 전신주, 전화박스, 양복점이 기억납니다. 옷에 묻었던 흙도 생각납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은 아니었지만 순수하고 착했던 신학생이었던 기억입니다. 생각하니 주는 것의 기쁨을 아는 분들이 주변에 많았습니다. 산행 중에 힘든 친구의 가방을 들어주었던 분, 어질러진 짐을 늘 정리하던 분이 있었습니다. 성당에는 주는 것의 기쁨을 아는 많은 봉사자들이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아브라함은 처음 보는 손님을 정성껏 모셨습니다. 발을 씻을 수 있도록 해 드렸고, 먹을 것을 드렸고, 편히 쉴 수 있도록 해 드렸습니다. 아브라함이 정성껏 모신 분은 하느님이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을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은 아흔아홉 살, 아내 사라는 여든아홉 살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들을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중에 가장 헐벗고, 가장 가난하고, 가장 굶주린 이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입니다.” 이렇게 선행을 베푼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을 행하는 집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백인대장은 예수님께 종을 고쳐달라고 청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종을 아끼는 백인대장의 마음을 칭찬하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습니다.” 받는 것이 더 좋으신가요? 주는 것이 더 좋으신가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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