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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20.“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19 조회수7,281 추천수0 반대(0) 신고

마르 4, 35-41(연중 12 주일)

 

오늘은 연중 제12 주일입니다. 불볕더위가 찾아오나 봅니다. 활활 타는 사랑의 불가마에서 단단히 정련되고 단련 받으시길 바랍니다. 오늘 <말씀전례>는 바로 고통과 위기 속에서, 주님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요청합니다.

때때로, 질병이나 고통이 우리의 삶을 비참한 상태로 몰아가고 괴롭힐 때가 있습니다. 자연 재해, 물질적 상실, 가정이나 공동체의 분열, 온갖 종류의 근심걱정, 시련과 박해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의인이나 무죄한 이들이 불합당한 처사를 당해 신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고 원망하기도 하고, 억울해지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우리는 신앙을 흔드는 거센 풍랑에 휩싸이기도 하고, 믿음이 시험당하기도 합니다.

 

오늘 <제 1 독서>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의인 욥이 ‘하느님께서 계신다면 왜 침묵하시는지?’ 따지고 묻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욥을 깨우치고자 하느님은 ‘누가 진정 하느님인지?’를 되물으십니다.

                                            “누가 문을 닫아 바다를 가두었느냐?”(욥 38,8).

                                      “도도한 파도를 멈추게 하는 이는 누구이냐?”(욥 38,11).

 

오늘 <복음>은 바로 이 물음에 대답을 해줍니다. 곧 거센 바람을 꾸짖으시고 풍랑을 잠재우시는 바로 그분이 누구신지를 밝혀줍니다. 이를 대치되는 극한 상황을 통해 잘 드러내줍니다. 곧 바람과 풍랑에 겁먹고 두려워하며 죽음을 걱정하는 제자들의 모습과 바람과 풍랑에도 편안하게 잠들어 계시며 권능으로 죽음과 풍랑을 잠재우시는 예수님 모습의 대치를 통해서 드러내줍니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호수 저쪽으로 건너가자”(마르 4,35)

때는 저녁이 되었고 어둠이 닥쳐오는데 말입니다. 무슨 말씀이겠습니까?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도 저녁이었습니다. 이는 새로운 출애굽임을 알려줍니다.

호수 건너 저편, 생명의 뭍으로 가는 여행, 예수님께서 바로 이 여행을 이끌고 계시며, 함께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어둠을 가르고 가는 이 여행에 거센 돌풍이 일고,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칩니다. 이처럼,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가지만, 동시에 온갖 환란과 위험과 함께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뱃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십니다. 바로 여기, 우리의 믿음이 흔들리는 이 순간이, 바로 믿음이 요청되는 순간입니다.

사실 풍랑 속에서도 주무신다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를 나타내줍니다. 시편작가는 말합니다.

                                  “자리에 들자마자 단잠이 깊사오니,

                                          든든히 살게 하심 홀로 주님 덕이오이다.”(시편 4,9)

 

그러니 지금 예수님께서는 전적으로 아버지께 신뢰를 두고 계시는 당신 자신의 모습을, 당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보여주고 계십니다.

사실 잠들어 있는 이는 예수님이 아니라, 바로 제자들이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현존에 깨어있지 못하기에 잠들어 있습니다. 그러니 막상 깨어나야 할 이들은 제자들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풍랑은 잠재우고, 잠들어 있는 제자들을 깨우십니다. 곧 풍랑을 향해서는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마르 4,39) 하시고, 제자들에게는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 하고 말씀하십니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풍랑을 잠재우시며, 당신께서 하느님이심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그렇습니다. 뒤끓는 바다를 호령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십니다.

시편작가는 노래합니다.

                                       “주님은 능하시고 진실에 쌓여 계시오니,

                                 뒤끓는 바다를 호령하시고 솟구치는 물결을 붙잡으시는 분”(시 88,9-10)

 

또한,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온갖 두려움과 걱정, 불신을 잠재우시고, 믿음의 생명으로 깨우십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청에 들어주시지 않으신다고 투정부릴 때, 곧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마르 4,38)라고 투덜댈 때, 바로 그 때가 우리가 잠들어 있을 때입니다. 아니, 바로 그 때가 불신에 떨어져 있을 때입니다. 바로 그 때가 현존하신 그분께 믿음으로 응답해야 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하시며, 제자들을 불신의 어둔 잠에서 깨우십니다.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신뢰를 일깨우십니다. 그리고 출애굽을 통해 어둠을 건너, 새로운 생명으로 이끄십니다. 이것이 곧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오늘 <제2 독서>는 바로 이러한 그분의 사랑을 전해줍니다. 곧 우리를 새로운 피조물이 되게 하셨음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선언합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것이 되었습니다.”(2코린 5,17)

 

그렇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평화와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그분께 대한 믿음과 신뢰가 우리에게 거센 풍랑 속에서도 평화를 줄 것입니다. 그것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나 당신께서 함께 계시는 사랑입니다. 이제, 그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2코린 5,14). 아멘.

 

 

 

- 오늘말씀에서 샘 솟은 기도 -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

 

주님!

잠들어 있는 이는 당신이 아니라, 저 자신입니다.

깨어나야 할 이는 당신이 아니라, 저 자신입니다.

당신이 함께 계시건만, 불신으로 제가 두려워합니다.

풍랑을 맞아 가라않으면서야, 비로소 제가 키잡이가 아님을 봅니다.

풍랑 속에서 잠들어 계셔도 바람과 호수를 복종시키시는 분,

당신이 저의 주님이십니다.

당신은 주무셔도 주님이시오, 깨어 계셔도 주님이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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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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