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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주님 봉헌 축일 의미와 전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01 조회수6,627 추천수0

‘주님 봉헌 축일’(2월 2일) 의미와 전례


아기 예수를 하느님께 봉헌한 것 기리며 구원 역사 실현 선포

 

 

주님 봉헌 축일은 성모 마리아의 정결례와 아기 예수를 하느님께 봉헌하고 속량하는 예식을 기념하는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서미경 작 ‘주님의 입당’, 목판 템페라, 2004년, 서울 성 니콜라스 대성당.

 

 

교회는 구약의 정결례 규정에 따라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이 아기 예수를 성전에 봉헌하고 비둘기 한 쌍을 번제물과 속죄물로 바친 것을 기념해 주님 성탄 대축일부터 40일째 되는 날인 2월 2일을 ‘주님 봉헌 축일’로 지낸다. 이날을 기념해 주님 봉헌의 의미와 전례를 살펴본다.

 

 

주님 봉헌 축일이란

 

루카 복음서는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이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아기를 예루살렘 성전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봉헌했다(2,22)고 한다.

 

구약 이스라엘 백성의 정결례(레위 12,1-8)법은 사내아이를 낳은 산모는 40일간, 여자아이를 낳은 산모는 80일간 불결한 것으로 여겼다. 산모는 이날이 지난 다음 예루살렘 성전에 가서 번제물로 일 년 된 어린 양 한 마리와 속죄 제물로 비둘기 한 마리를 하느님께 바쳐야 다시 정결하게 되는 것으로 여겼다. 양 한 마리를 바칠 형편이 안 될 만큼 가난한 경우 비둘기 두 마리를 가져다가 한 마리는 번제물로, 한 마리는 속죄물로 바쳐야 했다. 이를 ‘가난한 이의 제물’이라 하는데 성모 마리아도 그렇게 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성 요셉의 행동이다. 모세 율법에 따르면 출산으로 인해 남편이 부정하게 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성 요셉은 정결례를 치를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성모 마리아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가서 그 예를 행했다. 요셉이 성모 마리아에게 얼마나 신실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그의 행동은 구약의 엘카나와 한나 부부가 실로에 있는 주님의 집에 어린 자식 사무엘을 바친 것(1사무 1,24-28)을 상기시킨다.

 

또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맏아들, 곧 태를 맨 먼저 열고 나온 첫아들은 모두 나에게 봉헌하여라. 사람뿐 아니라 짐승의 맏배도 나의 것이다”(탈출 13,1)라는 하느님의 명에 따라 유다인들은 외아들이든 장남이든 아들을 처음으로 얻으면 하느님의 차지로 여겼다. 그래서 하느님 차지인 첫아들을 부모가 사서 기른다는 뜻으로 유다인들은 첫아들을 낳으면 한 달 안에 성전 비용으로 5세켈(20데나리온)을 바쳤다. 이를 ‘속량법’이라고 한다. 속량법에 따르면 부모나 아이가 예루살렘 성전으로 갈 필요 없이 어디서든 사제에게 속량값으로 5세켈을 치르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도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은 아기 예수를 데리고 함께 예루살렘 성전으로 가서 외아들의 속량값을 치르고 예수를 하느님께 봉헌했다. 이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은 정결례와 더불어 아기 예수를 하느님께 봉헌하고 속량하는 세 가지 예식을 한 것이다.

 

성모 마리아는 정결례 예식을 마치기에 앞서 율법에 따라 아기가 태어난 지 여드레가 되는 날 할례를 베풀고 이름을 ‘예수’라고 지었다.(루카 2,21) 이 이름은 아기가 잉태되기 전에 천사가 일러 준 것으로 예수는 우리말로 ‘하느님이 구원하신다’는 뜻이다.

 

한편,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두 팔에 받아 안은 시메온은 이 아기가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라고 찬미한다.(루카 2,34-25) 이는 하느님의 구원이 예수를 통해 유다인뿐 아니라 모든 민족에게 실현될 것임을 선포한 말이다.

 

시메온은 더불어 성모 마리아께 이 아이 때문에 당신 영혼이 칼에 꿰찔릴 것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예언(루카 2,34-35)을 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 고통의 신탁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깊은 정서의 원형”이라고 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인간과 함께 고통을 겪고 그러한 방식으로 우리를 연민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을 선포”하기 때문이다.(「나자렛 예수-유년기」 121쪽 참고)

 

- 프란치스코 교황과 사제단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주님 봉헌 축일 미사 중 초 봉헌 행렬을 하고 있다. [CNS 자료 사진]

 

 

주님 봉헌 축일 전례

 

교회는 일찍부터 주님 봉헌 축일을 지내왔다. 예루살렘 교회는 4세기 말부터 이 축일을 기념했다. 아기 예수께서 하느님 아버지의 성전에 처음으로 들어가고 그 안에서 시메온과 한나를 만난 사건을 기념해 ‘만남의 축일’이라 부르며 촛불 행렬을 했다. 예수께서 “계시의 빛”이라고 한 시메온의 찬미를 드러내기 위해 촛불을 밝힌 것이다. 이 예식이 5세기 중엽 로마 교회에도 알려지기 시작해 서방 교회에 전파됐다.

 

서방 교회에서는 동방 교회처럼 ‘만남의 축제일’ 또는 ‘성 시메온의 날’로 지냈다. 중세 후반에는 촛불 행렬 때문에 ‘성촉절(聖燭節)’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후 성모 신심과 성모 축일이 발달하면서 1969년까지 ‘성모 취결례(取潔禮)’로 지냈다. 오랫동안 주님 축일을 성모 축일로 지내온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개혁으로 이 축일의 본뜻을 되찾아 1970년부터 ‘주님 봉헌 축일’로 지내고 있다.

 

이날 행렬에 사용되는 초를 축복하던 전통은 한 해 동안 사용할 초를 축복하는 관습으로 정착됐다. 그래서 이날 교회와 가정에서 사용할 초를 축복한다.

 

초는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힌다. 교회는 일찍부터 ‘세상의 빛’(마태 5,14)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표지로 초를 사용해왔다. 이날 교회에서 초를 봉헌하는 것은 주님께서 하느님께 봉헌되셨듯이 우리도 주님과 하나가 돼 나 자신을 봉헌하자는 뜻에서다. 이처럼 주님 봉헌 축일은 예수 성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축성 생활의 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7년에 주님 봉헌 축일을 ‘축성 생활의 날’로 제정하고, 자신을 주님께 봉헌한 수도자들을 위한 날로 삼았다. 교황청 수도회성은 해마다 맞는 축성 생활의 날에 모든 신자가 특별히 수도 성소를 위해 기도하고, 축성 생활을 올바로 이해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봉헌의 성경 의미는 ‘따로 떼어 놓는 것’(탈출 12,13)이다. 인간이 제물을 따로 떼어서 하느님께 드리면 하느님께서는 봉헌된 제물과 이를 봉헌한 인간 모두를 거룩하게 축성하신다. 따라서 봉헌은 인간 중심으로 보면 내어 놓음이지만 하느님 중심으로 보면 ‘축성’이다. 그러기에 축성 생활은 교회에 생명과 성덕을 가져오는(「교회 헌장」 44항) 생활이기에 이날을 ‘축성 생활의 날’이라 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2월 2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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