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인간관계의 친밀함을 위해
작성자김리원 쪽지 캡슐 작성일2017-05-13 조회수7,217 추천수3 반대(0) 신고



2017년 가해 부활 제5주일


<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


  
복음: 요한 14,1-12






그리스도


엘 그레코 작, (1606), 톨레도 주교좌 성당

 

 

예수 마음기도 길잡이를 하시는 권민자 수녀님의 강의 중 당신이 35세 때 어떤 사건을 계기로 큰 심적 변화를 겪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녀님은 오로지 성녀가 되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성인들의 책을 섭렵하고 기도에 전념하며 이웃사랑 실천을 위해 고아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료 수녀님이 소년원에서 출소한 한 아이를 돌보고 있다가 외국으로 가야 할 일이 있어서 그 아이를 수녀님이 돌보게 되었습니다. 혼자 자립할 형편이 안 되는지라 한 달에 한 번씩 용돈을 주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한 번은 보름에 한 번씩 오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수녀님은 돈을 주며 그냥 한 달에 한 번씩 와 달라고 자상하게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아이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수녀님은 그것이 자신의 탓인 양 일곱 분의 신부님께 상담을 하였지만 모두가 수녀님 탓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그 아이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자살로 세상을 떠났고 이 아이도 세 번씩이나 자살 미수에 그쳤던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수녀님은 견딜 수 없는 죄책감으로 끊임없이 괴로워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한 수녀님께서 수녀님이 괴로워하는 것은 그 아이를 위해서입니까, 아니면 수녀님 자신을 위해서입니까?”라고 물었고, 곰곰이 생각한 끝에 성녀가 되어야겠다는 이상에서 오점을 남기게 되었기에 자기 자신을 위해 괴로워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내가 특별해지려는 이상을 지니고 있다면 - 그 특별해지려는 욕망이 비록 성인, 성녀가 되는 것일지라도 - 그 이상을 위해 주위 사람들은 이용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세상 누구도 그 사람과 친밀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없게 됩니다. 특별하다는 마음 자체가 자신 안으로 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바리케이드를 치기 때문입니다.

 

전갈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는 독을 지닌 무서운 존재가 자신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는 척박한 사막이 아닌 곳에서 평범한 동물들과 어울리며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짐을 싸서 습지로 내려왔습니다. 습지에 사는 동물들은 전갈이 자신들을 공격하러 온 줄 알고 겁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전갈은 나는 너희들과 함께 살고 싶어. 난 다른 전갈들과는 달리 공격적이지 않아.”라고 하며 그들을 설득했고 개구리들이 그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정말 자신이 개구리인양그들과 잘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개구리들이 소풍을 가게 되었습니다. 소풍을 가던 중 개울을 건너야 할 때가 왔습니다. 다른 개구리들은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며 개울을 건넜습니다. 그러나 전갈과 그의 절친 친구 개구리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전갈은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나를 등에 태우고 좀 이 개울을 건네줘.”

그러자 친구 개구리는 그가 개구리처럼 살기는 하지만 자신들과는 같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면 네가 독침으로 나를 찔러서 죽일 거잖아.”

전갈은 말했습니다.

바보야. 네가 죽으면 나도 물속에 빠져서 죽잖아.”

그렇게 하여 개구리는 전갈을 등에 업고 개울을 건너기 시작하였습니다. 전갈은 개구리 등 뒤에서 깨달았습니다.

결국 나는 개구리가 될 수 없구나!’

그는 자신의 본질대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여 개구리를 독침으로 찔러 죽이고 자신도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전갈은 본질적으로 개구리와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개구리가 되지 않으면 말입니다. ‘개구리인양살아봐야 언젠가는 자신의 다름을 인식하게 되고 그러면 또 개구리를 밀어내게 되어 있습니다. 친밀한 인간관계가 되지 못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은 내가 타인과 달리 특별한 존재라는 의식입니다.

 

그러면 자신이 특별하다는 의식은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요? 바로 사랑을 받지 못해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사랑을 많이 받으면 자신이 특별하게 귀한 존재라고 느낄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입니다. 사랑을 많이 받으면 자신은 사랑이 없었으면 아무 것도 아닌 존재임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타인과 섞일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두고 아버지께 가서 제자들과 함께 머물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선언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더 가까이 가는 이유는 그분의 사랑을 더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기도를 하면 주님 안으로 더 들어가고 그러면 그 사랑의 뜨거움을 더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어떤 개구리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다가 전갈이 모인 곳으로 다가가면 갈수록 그 개구리는 특별해봐야 개구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하느님께 가까이 가면 갈수록 인간도 그저 한없이 한 인간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더 크게 느끼게 됩니다. 주님 안에서 함께 모일 자리를 마련하시기 위해 아버지께 가신다는 말씀은 이렇게 당신 자신이 비록 하느님이시기는 하지만 인간이 되셨기에 당신이 품에 안고 있는 제자들과 더 친밀해지기 위해서인 것입니다. 이렇게 인간관계의 친밀함은 인간이 주님께로 끊임없이 향하고 있지 않으면 생겨날 수 없는 것입니다.

 

영화 산티아고로 가는 길(the way)’이란 영화에서 안과 의사인 한 아버지가 나옵니다. 그는 타인의 눈이 잘 보이게 해 주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아내를 여의고 아들 하나 있는데 그와는 관계가 좋지만은 않습니다. 아들이 명문대를 포기하고 스페인 산티아고로 향하는 순례의 길을 걷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골프를 치고 있을 때 아들이 산티아고 길에서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아들의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산티아고 출발지점으로 간 그는 아들이 그렇게 걷고 싶어 했던 그 길을 아들의 화장한 유해를 들고 다니며 조금씩 뿌려주기로 합니다. 그리고 만나는 수많은 문제가 많은 그 길을 걷는 사람들과 동료가 됩니다. 처음엔 그들이 절제도 못하는 아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보였으나 나중엔 그 사람들보다 자신이 나을 것이 하나도 없음을 깨닫게 되고 그들 속에 한 사람이 됩니다. 몇 달을 걸으며 겉모습뿐만 아니라 속도 겸손하게 변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여 미사를 드리며 아들의 마음을 알게 되고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은 그가 시장에서 사람들 사이에 섞여 하나가 되는 것으로 끝납니다. 처음에 의사로서 사람의 눈을 뜨게 해 주는 모습, 골프 치는 상류 모습에서 이제는 제대로 씻지도 못한 배낭 하나 맨 보통 사람이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가시는 이유는 우리와 달라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아버지께로 우리와 함께 가시며 당신 자신과 우리가 더욱 하나로 닮아가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아버지 안에서 우리와 섞이기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친밀함의 비밀입니다. 물론 그분 안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야 할 수 없겠지만, 그분과 함께 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분은 그 사람을 안고 함께 아버지께로 향하며 서로 하나로 섞이게 됩니다. 주님 안에서 사람들 속에 섞일 줄 몰랐던 사람들이 바리사이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비유 중에 포도밭에 심겨진 한 무화과나무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무화과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해 주인이 잘라버리려고 합니다. 내가 혹시 그 무화과나무는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합니다. 실제로 포도밭에 무화과나무는 있을 수 없습니다. 혼자 그렇게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특별하다고 믿어 타인과 섞일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하늘나라에 들어가도 그럴 것입니다. 관계의 친밀함, 그것은 내가 품고 있는 이웃과 함께 주님 안에서 특별할 것 없이 하나로 섞일 수 있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기도에서 얻는 겸손의 힘으로 타인과 구별 짓는 나의 담을 헐어버려야 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