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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뒤늦게 깨달은 아들의 후회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25 조회수7,181 추천수1 반대(0) 신고

보름간 병상에서 체험한 내용을 한번 공유하고자 합니다. 병원에서 입원해 있으면서 스마트폰도 볼 수가 없었고 tv도 볼 수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성경 한 권만 가지고 갔습니다. 이미 어떤 상태로 입원하게 될 것을 미리 알았기 때문에 대형 성경을 가지고 갔습니다. 목과 양팔을 깁스를 했고 허리에는 허리 보호대를 착용했기 때문에 tv자체를 보는 것이 힘들뿐만 아니라 신경이 쓰여서 그냥 침대에 누워 있는 게 편했습니다. 간병인이 필요했습니다. 혹시나 싶어 예전에 어머니 간병하셨던 분 중에서 한 분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4년이 지났는데도 제 전화번호를 아직도 가지고 계셔서 사실 놀라웠습니다. 이제 연세도 있고 해서 간병인 일은 하시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분도 20년 가까이 간병인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가족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다른 간병인을 쓰도 되지만 사실 제 간병을 하면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서 가능하면 해 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모니터를 관찰하는 일만 하시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깁스를 한 상태에서 누워 있기만 하면 그래서 간간이 서 있어야 했습니다. 서 있는 동안은 성경을 봤습니다. 창가 쪽에 성경을 놓고 페이지를 넘길 때만 간병인 아주머니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았습니다. 이분은 신자가 아닙니다. 어머니 간병할 때 제가 어머니 옆에서 묵주기도를 할 때 들은 기도 소리 때문에 성모송을 자연스럽게 외웠다고 했습니다. 제가 한번 해 보세요?”하니 조금도 틀리지 않고 잘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너무 놀라웠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다섯 번 반복되니 성모송은 쉰 세 번이나 반복되기 때문에 성모송은 자연스럽게 외워졌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때 팔에 통증이 있는 상태였는데 순간 통증을 잊을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불교 신자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매일 마산에서 어머니 때문에 부산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재활운동을 시켜드리고 특히 묵주기도를 하는 모습에서는 말은 하지 못했지만 어떤 경우에는 한편으로는 제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고 했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병원을 오니 처음엔 솔직히 성가셨지만 나중에는 아들이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에 감동이 되어 더 잘 간호를 해드려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하셨습니다. 아주머니도 아들이 있지만 우리 아들은 내가 어머니처럼 입원해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예전에 집에 잠시 모실 때 집에 오시는 간병인도 여러 해 동안 간병을 했지만 사실 요즘 딸도 저처럼 간병할 수 없다고 하는 말씀을 들었을 땐 솔직히 고백하면 조금은 뿌듯했습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가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런 마음을 가진 걸 후회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물질만능주의로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세상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 따라 상대적으로 자신이 좀 더 부모님에게 잘 해드렸다고 생각하는 게 불손한 생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이 부모에게 그렇게 하는 게 원래는 자식된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일반적인 일인데 사회구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는 게 힘든 현실 때문에 저의 그런 행동이 착한 행동으로 비춰지니 그땐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그런 마음을 잠시나마 가졌다는 게 참으로 후회스러웠습니다. 당연히 자식된 도리로서 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번에 이분과 이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밤에 이분이 댁에 돌아가신 후에 많이 울었습니다. 그냥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땐 몰랐지만 지나서 보니 제 마음 숨은 한구석에는 착한아들이라는 생각을 가졌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런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고 어머니를 간호해드렸다면 이 세상에 남길 엄마와 아들의 아름다운 사랑이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후회의 눈물이 흘러내렸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엄마를 생각하며 남긴 말은 엄마, 만약 다음 생에 다시 엄마와 아들로 만난다면 그땐 정말 이 정도면 난 착한 아들일 거야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게요.”라는 혼잣말을 계속 되뇌이다가 그만 잠이 들어 깨어보니 아침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간병인 아주머니께서 오셔서 병실에 모티터 기록을 관찰하다가 제 얼굴을 보고 눈이 부어 있고 베개에 눈물 자국이 있어서 혹시 밤에 아파서 울었느냐고 해서 어머니 생각에 울었다고 하면 남이라도 마음 아파하실 것 같아서 그냥 밤에 통증이 있어서 고통스러워 눈물이 났다고 둘러댔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당연한 것을 착하다고 생각한 게 저의 교만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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