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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장 큰 보속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4-02-24 조회수2,818 추천수40 반대(0) 신고

2월 25일 재의 수요일-마태오 6장 1-6절.16-18절

 

"너희는 일부러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선행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가장 큰 보속>

 

복음서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가운데 예수님으로부터 가장 야단을 많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단연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위선자들)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을 비롯해서 마태오 복음 23장이나 마르코 복음 7장, 루가 복음 11장은 온통 그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예수님의 질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책망의 핵심은 바로 이것입니다. "그들은 말만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무거운 짐을 꾸려 남의 어깨에 메워주고 자기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을 향한 예수님의 말투는 또 얼마나 위협적이고 섬뜩한지요. "이 위선자들아! 이 눈먼 인도자들아! 이 회칠한 무덤 같은 자들아! 이 뱀 같은 자들아! 이 독사의 족속들아!"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님의 제자들 못지않게 복음서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입니다. 그들은 베드로 사도 못지않게 자주 예수님을 만났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 주변에 맴돌면서 주의 깊게 예수님을 관찰하면서 예수님과 삶을 나누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때로 서로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는가 하면 서로의 논리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관계가 심상찮게 악화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들에게 있어서 예수님은 너무나도 그릇이 크신 분, 너무나도 새로우신 분, 너무나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파격적인 존재였기에 마음깊이 수용하는데 실패하고 맙니다. 일생일대의 실수를 범한 것이지요.

 

복음사가들은 왜 한결같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로 대변되는 위선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강도 높은 질책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신랄하게 고발하는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을까요?

 

바로 우리들 보고 들으라는 것입니다. 특히 가르치는 사람들, 지도층 인사들, 교사들, 부모들 어른들을 향해 듣고 심각하게 반성하라는 의도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위선자들을 무섭게 몰아세우면서 야단을 치고 계시는데, 이 복음을 묵상하면서 그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같은 마음으로 야단만 맞고 있어야 하겠습니까?

 

그것은 아닌 듯 합니다. 강한 질타 이면에 긷든 예수님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의 질타가 오늘 우리에게 주려는 교훈이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하겠습니다.

 

해답은 이것인 듯 합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위선적인 삶과 정 반대에 서있는 그 누군가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다시 말해서 참된 신앙인의 상, 참된 지도자상을 찾아내는 일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인 듯 합니다.

 

이 사순시기 우리가 추구해야할 참된 신앙인의 모습, 참 지도자의 모습은 위선이나 가식과는 거리가 먼 사람, 다시 말해서 꾸밈없는 사람, 순수한 사람, 솔직한 사람, 자연스런 사람,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겠습니다.

 

하느님의 성령께서 자신의 존재 중심에 굳게 자리하고 계시기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연연해하지 않는 사람이겠습니다.

 

꼭 필요한 말만 하면서, 자신이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되 결코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한 사람이겠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이 다들 무사해서 너무나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환한 얼굴로 반겨주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내일 재의 수요일을 앞두고 저희 수도원 공동체 형제들은 공동 보속으로 사순절 기간동안 간식 및 음료수, 술 안마시기로 정했습니다. 다른 것은 그럭저럭 지키겠는데, 술 안 마시기는 너무나 과중한 형벌이어서 벌써 걱정이 앞섭니다. 보속을 통해서 절약한 돈은 모아서 선교지에서 고생하는 신부님들을 위해서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사순시기 가장 큰 보속은 뭐니뭐니해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잘 견디는 일인 듯 합니다. 마음 크게 먹고, 때로 봐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일이겠습니다. 이웃을 해치는 말이 나오려할 때 입을 자주 틀어쥐는 일이겠습니다.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허전한 뒷모습에 연민의 정을 느껴보려는 넉넉한 마음을 먹는 일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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