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6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05-21 조회수6,963 추천수7 반대(0)

지인들과 함께 성북동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음식이 맛있었고, 조금 늦은 시간에 먹었기 때문에 과식을 했습니다. 명동까지 걸어가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삼청터널을 지나면 그리 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삼청터널은 차량만 통행이 가능했습니다. 이왕 걷기로 했기에 산길을 걸었습니다. 산길을 걷다보니 군인들이 안내를 하고 있었습니다. 숙정문은 청와대와 가까이 있고, 군인들이 지키는 곳이기에 신분증을 보여주고, 패찰을 받아야만 출입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덕분에 숙정문을 구경할 수 있었고, 모처럼 맑은 하늘과 서울의 도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터널을 걸어갔으면 쉽고 빠르게 명동으로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처음 가보는 숙정문을 볼 수 없었고, 아름다운 서울의 도심을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신앙은 쉽고 빠른 길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은 때로는 가시밭길이고, 십자가의 길이고, 시련과 고통의 길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런 길을 가셨고, 사도들이 그 길을 걸었고, 성인들이 걸었던 길입니다. 오늘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뜻이라면, 선을 행하다가 고난을 겪는 것이 악을 행하다가 고난을 겪는 것보다 낫습니다. 사실 그리스도께서도 죄 때문에 단 한 번 고난을 겪으셨습니다.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신 것입니다. 그러나 육으로는 살해 되셨지만 영으로는 다시 생명을 받으셨습니다.”

 

오늘 제 1독서에서 사도들은 하느님의 자녀가 된 사람들에게 안수를 해 줍니다. 안수를 통해서 사랑의 성령, 위로의 성령, 뜨거움의 성령이 신자들에게 내리도록 기도를 해 주었습니다. 사도들을 두려움에서, 나약함에서 자유롭게 해 준 것도 바로 성령의 기운이었습니다. 필립보스 사도가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할 수 있었던 것도 성령을 체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암 수술을 앞둔 교우 분을 위해 안수기도를 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수술을 앞두고 두려워하던 자매님은 안수기도를 받으시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지하고 하느님께 맡기신다며 웃는 얼굴로 병원으로 가셨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면, 성령께서 함께 하시면 근심과 걱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매일 기도를 열심히 하시던 할아버지께서 암에 걸리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이제 모든 것을 하느님 아버지께 맡기신다고 하시면서 나이도 많으시니 수술도 하지 않고 암을 손님으로 받아들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할아버지를 위해서 기도를 드리면서 삶과 죽음을 초월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도종환 시인은 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에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비에 젖지 않고 피는 꽃은 또 어디 있으랴길가에 피어나는 작은 꽃들도 다 저렇게 흔들리며, 비에 젖는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우리들의 인생 또한 때로 갈등의 바람에, 유혹의 바람에, 욕심의 바람에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근심과 걱정의 비가 내리고, 좌절과 고통의 비가 내리는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그러나 우리들 또한 충실하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면 행복의 꽃이 필 것입니다. 사랑의 꽃이 필 것입니다.

 

세상의 흐름에 떠밀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오늘 부활하신 예수님은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 갈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말을 잘 지킬 것이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키지 않는다. 나는 너희와 함께 있는 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이제 아버지께서 보내 주실 협조자 성령께서 너희에게 이 모든 것을 다시 알려 주실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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