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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5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05-18 조회수6,856 추천수13 반대(0)

동창 신부님과 함께 원주에 계신 주교님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12시 약속이지만 930분에 서울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시간은 충분하였고, 1130분이면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있다고 내비게이션이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실시간으로 알려주기에 아무 걱정도 없었습니다. 동창신부와 모처럼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주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만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다음 출구밖에 없었습니다. 야속한 내비게이션은 1시간이 늦은 1230분에 도착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주교님께 조금 늦을 것 같다고 전화를 드렸고, 약속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주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똑똑한 사람 둘이 모였는데 결과는 그리 똑똑하지 않았네.’ 동창신부는 조직적이고 정확한 성격입니다. 저는 일을 할 때면 서둘러서 하는 편입니다. 정확한 친구와 미리 준비하는 친구가 함께 왔으니 약속시간에 늦을 리가 없을 텐데, 늦었다는 말씀이셨습니다.

 

가끔씩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한국에는 7개의 신학교가 있습니다. ‘서울, 광주, 대구, 인천, 수원, 대전, 부산교구에 신학교가 있습니다. 가능하면 3곳 정도로 통합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학원은 전국의 모든 교구 신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상상을 해 봅니다. 한국의 모든 사제들이 교구라는 틀을 넘어서 인사이동을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서울의 사제가 지방의 성당으로도 가고, 지방의 사제가 서울로도 오면 좋겠습니다. 서울의 사제들이 지방에서 사목을 하는 것도 좋고, 지방의 사제들이 서울에서 사목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교님들이 함께 하시면 좋은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초대교회는 몇 가지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점차 늘어나는 이방인 공동체들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방인 공동체는 유대인 공동체와는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언어가 달랐고, 음식이 달랐습니다. 그들의 사고와 철학도 달랐습니다. 유대인 공동체는 이방인 공동체들도 유대인들의 문화와 전통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방인 공동체는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교회에서 초기에 박해의 단초가 되었던 제사논쟁도 비슷한 문제입니다. 사도들은 예루살렘에 모여서 첫 번째 공의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명확하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방인 공동체의 문화와 전통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바로 신앙의 토착화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전해지는 지역의 풍토와 전통에 맞게 토착화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도들은 이렇게 결정하였습니다. “다른 민족들 가운데에서 하느님께 돌아선 이들에게 어려움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선배 사제들은 이런 말씀을 하곤 하셨습니다. ‘새로운 곳에 가게 되면 먼저 6개월 동안 그곳의 전례와 그곳의 사람들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먼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문제점이 있다면 천천히 고쳐나가야 합니다. 새로운 곳에 가서 전임자들이 하였던 일들은 한꺼번에 바꾸려 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고 성급하게 자신의 뜻대로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을 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 삶의 기준을 제시해 줍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남들에게 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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