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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목자와 양의 비유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5-09 조회수6,843 추천수7 반대(0) 신고

 

목자와 양의 비유

 

- 윤경재 요셉

 

 

 

 

 

성전봉헌축제는 하누카 축제 또는 빛의 축제라고 불렀습니다. 신구약 중간 시기인 마카베오 시대 BC164년에 우상숭배로 더렵혀진 성전을 정화하고 다시 봉헌한 사건을 기념하는 축제입니다. 예수님께서 활동할 때에도 가끔 스스로 메시아라고 자처하며 나타난 사람들이 있었으나 대부분 체포되거나 아무런 반향도 일으키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축제를 지내려고 예루살렘 성전에 모여든 유대인들은 예수께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예전에 나타났다 사라진 자칭 메시아들과는 다른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이 예수께 보인 행동은 철부지 아이들이 떼를 쓰는 것과 같았습니다. 부모에게 떼를 잘 부리는 철부지들은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장소일수록 기고만장합니다. 부모에게 창피함을 주어 자기가 원하는 걸 얻으려는 얄팍한 심보입니다. 이렇게 아이가 떼를 부리면 보통 웬만한 부모는 같이 성을 내거나, 설명하여 설득하거나 합니다. 그것도 안 되면 집에 가서 두고 보자고 눈을 흘기고는 아이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게 됩니다. 부모가 보이는 이런 행동들은 자기 체면을 세우는 것을 첫 번째로 삼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면 철부지 아이는 자기가 부모에게 이겼다는 쾌감을 느끼게 되고, 기회가 되면 이런 터무니없는 행동을 또 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철부지들의 행동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일단 아이를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 단 둘이 대화하는 장면을 연출하라고 합니다. 아이는 심리적으로 우월한 자리를 차지하고픈 욕심이 좌절되어 금세 타협하려는 마음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오는 다음 행동은 자기변명을 늘어놓게 됩니다. 원래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욕심이 생겼다는 등 잘못했다고 꼬리를 감추게 됩니다. 이러 때 현명한 부모의 태도는 잠시 여유를 회복한 다음에 자기 자존심을 내세우지 말고 판단해 보는 것입니다. 그 결과 아이의 요청을 들어줄 만하다면 가능한 들어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떼를 부려서 하락하는 게 아니라 네가 떼를 부리지 않았어도 들어 줄 작정이었다. 그런데 네가 잠시 참지 못하고 떼를 부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고, 둘 사이의 관계를 험악하게 이끌고 간 것이다. 다음에 또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면 네가 손해를 볼 것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시켜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떼를 부리는 행동은 군중심리에 편승하여 자기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려는 약은 수작이며 결코 이성적이고 평화로운 방법이 아닙니다. 매사를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이 해결하려드는 자기 통제욕구가 인간이 범하는 잘못 중에 가장 은밀한 잘못에 속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가정교육에 가장 큰 문제점이 부모들의 자기 통제 욕구라고 합니다. 아이 교육에서 부모인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아이를 원하는 만큼 훌륭한 인재로 키울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모든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조기교육 열풍이나, 외국어 유치원 교육 등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매달리는 이유도 부모들이 공동체로 아이를 키우기보다 자기 욕심대로 자기 아이만 더 뛰어나게 키우겠다는 이기심에서 나온 것이며, 그 심리적 바탕에는 자기 통제 욕구가 뿌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한자로 아이 동()’은 마을 리()와 세울 립()자가 합해져서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이 한자의 뜻은 아이는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가르치고 키워서 한 사람으로 일으켜 세운다는 뜻입니다. 자기 자식만 잘 되라고 이끈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본래 우리나라도 이런 공동체정신이 투철한 민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 자식만이 더 뛰어나야 한다는 이기주의가 팽배지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은 어찌해도 좋으니 내 아이만이라도 수월교육을 시키겠다는 심리가 파고들었습니다.

 

그 결과 OECD 국가 중에 공동체 생활지수가 최하위로 전락하였습니다.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주위에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지수를 나타내는 것이 공동체 생활지수인데 OECD 국가 평균은 88%였으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76%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무려 24%의 국민들이 어려울 때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처지라는 것입니다. 뉴질랜드 국민들의 공동체 생활지수는 무려 98%라고 합니다. 우리가 어렸을 적만 해도 서양이 개인주의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동체적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역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는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남들은 어찌돼도 자기만 성공하고 편하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어느새 우리 국민들 감정에 자리 잡고 있다는 부끄러운 증거입니다. 심지어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경쟁에서 뒤쳐지는 사람이 가혹한 벌칙을 받으며 놀림을 당해도 당연하고 재미있다고 박수치며 즐겨봅니다. TV프로그램에서도 짓궂게 남을 놀려먹는 사람들이 더 인정을 받습니다. 약자를 배려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왠지 고리타분하고 시대에 뒤쳐진다는 인식을 알게 모르게 심어주고 있습니다. 승자독식의 문화를 부지불식간에 전파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양과 목자라는 비유를 통해서 유대인들의 편견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셨습니다. 자기들이 원하는 바를 떼를 쓴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양은 동서를 막론하고 순박하고 어질고 인내심 많은 동물로 통합니다. 성질이 온순해서 무리 지어 살면서도 우위 다툼을 하지 않고 암컷을 독차지하려는 욕심도 부리지 않습니다. 순한 눈망울은 평화를 연상합니다. 늘 가던 길로 되돌아오는 고지식한 정직성도 있습니다. 무릎을 꿇어 젖을 먹고 늙은 아비 양에게 젖을 물려 봉양합니다. 그래서 은혜를 알고 효심을 일깨우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또한 동물 중에서 머리가 좋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주인의 모습뿐만 아니라 음성도 기억하고 주인의 기분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한다고 합니다. 주인이 화를 내면 평소보다 더 잘 따른다고 합니다. 즉 양은 무엇보다 관계를 중히 여기는 동물입니다.

 

한자에서 양 자가 들어간 글자는 거의 좋은 의미를 나타냅니다. 아름다울 자는 이 합한 글자로 큰 양이 아름답다는 뜻이며, 옳을 자는 자기()보다 을 앞세우는 목자의 자세가 옳다는 걸 말합니다. 무리 은 양이 무리 짓기를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상서로울 은 신에게 양을 바친다는 뜻입니다. 자세할 은 말을 숨김없이 깨끗하게 다 아뢴다는 뜻입니다. 대양 은 물결이 양떼처럼 몰려오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착할 은 양들이 앞장서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말()보다 앞장서 행동으로 옮기는 걸 뜻합니다.

 

예수께서는 이처럼 유대인들에게 양의 비유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닫도록 유도하셨습니다. 양은 가장 약한 동물이지만 어쩌면 가장 강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예수님께서 양의 비유를 드신 것을 새롭게 해석하시면서 연대 정신을 강조하셨습니다. 21세기에 대두된 여러 가지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무엇보다 인간끼리 연대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우리는 새로이 연대를 배워야 합니다. 연대 없이는 우리의 신앙과 신념도 죽고 말 것입니다.” 무신론에 대항하기 위하여 신앙인들이 연대하여야 하고, 억압받는 여성과 노동자들도 인간다움을 얻기 위하여 연대하여야 합니다. 착취당하고 소외된 사람들도 연대하여야 합니다.

 

공교육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공부는 하고 싶어 할 때 효율적입니다.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롭게 놀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동체 가르침을 키워나갈 연대성을 발휘하여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내 아이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걸 동의한다면 사교육에 투입되는 비용이 부모 자신의 노후대책으로 마련되는 이득을 얻을 것입니다. 이제는 자신의 이득보다 좀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반칙을 범하지 않을 행동규범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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