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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성탄] 전례 탐구 생활3: 나무에 우리 죄가, 나무에 우리 구원이(크리스마스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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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12-25 조회수221 추천수0

전례 탐구 생활 (3) 나무에 우리 죄가, 나무에 우리 구원이

 

 

주님의 성탄이 다가올 즈음 우리는 나무 한 그루를 마련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여러 가지 장식과 조명을 설치하여 성탄의 기쁨을 더욱 크게 드러냅니다. 나무를 장식하는 것 자체가 특별한 그리스도교 관습일 리는 없습니다. 저녁 무렵 큰길가를 천천히 걷기만 해도 가로수를 휘감아 놓은 조명을 쉽게 볼 수 있고, 나뭇가지에 사진이나 엽서 등을 걸어 놓고 한쪽 벽면을 장식해 놓은 카페도 많습니다.

 

그리스도교 전례 전통에서 성탄 트리는 축제의 흥을 돋우거나 근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실제 처지를 정확히 인식하게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다시 말하면, 저 나무는 죄에 물들어 하느님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던 인간의 처지와, 그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다시 하느님께로 데려가시는 예수님의 놀라운 은총을 기쁨 중에 묵상하도록 초대하기 위해 거기 있는 것입니다.

 

옛날 유럽의 성당 마당에서는 12월 24일이 되면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가 연극으로 펼쳐졌습니다. 그날은 말하자면 ‘아담과 하와의 기념일’이었던 셈인데, 마당에다 나무 한 그루를 세워 에덴동산 한가운데에 심어진 나무 –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창세 2,9 참조) -를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나뭇가지에다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일을 매달아 사실성을 더했습니다. 이 연극은 인류 구원의 시작을 장엄하게 알리며 그리스도의 강생을 경축하게 될 그 날 밤 미사의 서막(序幕)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금단의 열매가 달려있던 낙원의 저 나무와, 우리 구세주께서 매달려 돌아가신 십자 나무를 연결시켜 이해할 줄 알았습니다.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셨듯이 “아담은 장차 오실 분의 예형”(로마 5,14)이었으며,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로마 5,20)하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나무에다 열매와 함께 제병을 매달아 두기 시작했습니다. 이로써 성탄 트리의 상징이 더욱 분명해지게 되었습니다: 에덴동산의 나무와 그 유혹의 열매로 인해 사람이 지은 죄를 대신 속죄하시려 (12월 24일 밤)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셨다!

 

독일 예수회의 프리드리히 스피(Friedrich Spee, 1591~1635) 신부가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 어느 성가는 이 사실을 매우 아름답게 표현했습니다. “구세주 내 주 천주여, 당신의 십자 열쇠로 아담의 죄로 닫힌 문 열고서 빨리 오소서!”(가톨릭 성가 92번)

 

17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전파된 성탄 트리는 오늘날 그 모습이 사뭇 달라졌으나, 전례가 단지 우리 기분에 맞추어 멋을 내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면, 성탄 트리의 본래 의미는 제대로 간직해야겠습니다. 「대중 신심과 전례에 관한 지도서: 원칙과 지침」은 성탄 트리를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109. 크리스마스 트리는 그 역사적 기원과는 별도로 오늘날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상징이 되었으며,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에덴동산 한가운데에 심어진 나무와(창세 2,9 창조) 십자가 나무를 상기시키며, 십자가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그리스도론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곧,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계보, 곧 동정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신 참 생명나무이시며, 이 나무는 언제나 푸르름을 잃지 않고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다.

 

이 나무 아래 놓는 선물에는 언제나 가난한 이를 위한 몫도 있어왔음을 덧붙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가진 자가 없는 이에게 던져주는 동전 같은 것이 아니라, 은총으로 죄를 용서받은 이가 나누는 감사의 표시라는 것까지 말하는 것은 쓸데없는 사족이겠지만요.

 

[2019년 12월 22일 대림 제4주일 제주주보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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