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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04 조회수6,757 추천수5 반대(0)

지난 428일에 전임 서울대교구 교구장이셨던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께서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1998년 청주교구장에서 서울대교구장으로 오셨습니다. 저는 1999년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께 본당 신부 임명장을 받고 적성 성당의 본당신부가 되었습니다. 추기경님을 가까이 뵙지는 못했습니다. 교구 인사이동으로 2002년 저는 교구청 사목국에서 교육담당 업무를 맡았습니다. 구역장, 반장 교육과 미사를 준비하면서 가끔씩 추기경님께 총구역장 피정미사를 부탁드렸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총구역장을 위한 파견미사에는 꼭 함께 해 주셨습니다. 복음화 학교 담당 사제로 있을 때입니다. 추기경님께서는 복음화 학교의 피정에도 함께 해 주셨고, 강의와 미사를 해 주셨습니다. 밖에서 돌아오면 어머니께서 자녀들을 위해서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 주시듯이, 추기경님께서는 매일 저녁 교구청 마당에서 묵주기도를 하셨습니다. 기도가 부족한 젊은 신부들을 위해서 기도의 밥상을 차려주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1961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9년 후인 1970년 청주교구 교구장이 되셨고 1998년까지 28년 동안 청주교구 교구장으로 사목하셨습니다. 1998년 서울대교구 교구장이 되셨고 2012년까지 14년 동안 서울대교구 교구장으로 사목하셨습니다. 2012년 은퇴하셔서 원로사목자가 되셨고 2021년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사제로 9, 교구장으로 42, 원로사목자로 9년을 지내셨습니다. 제가 이렇게 연도를 이야기하는 것은 추기경님의 정확한 기억력 때문입니다. 추기경님께서는 강의나 강론 중에 오랜 전의 일을 년도와 날짜까지 기억하셨습니다. 428일에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으니 이제 하느님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신지 39일 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그리운 어머니도 만나시고, 전임 교구장이셨던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도 만나시고, 존경하였던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도 만나셔서 이 세상에서의 소풍이야기 나누시길 바랍니다.

 

추기경님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셨습니다. 철저하게 시간을 관리하셨기에 매년 책을 출판하실 수 있었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새해 선물로 구역장, 반장들에게 본인이 쓰신 책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언제나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성직자와 수도자를 위해서, 신학생들의 부모님을 위해서, 구역장과 반장을 위해서, 교회를 위해서, 가난한 이를 위해서 기도하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청빈한 삶을 사셨습니다. 더운 여름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풍기를 사용하셨습니다. 글을 쓰실 때는 이면지를 사용하셨습니다. 같은 옷을 18년 동안 입으셨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실 때는 안구를 기증하셨습니다. 모든 이를 위해 모든 것이 되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경청의 삶을 사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언제나 들어주시듯이, 추기경님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셨습니다. 위로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순교자들을 공경하셨습니다.

 

추기경님의 외적인 삶은 화려한 모습이었습니다. 교구장으로 42년을 지내셨고, 존경받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추기경님의 내적인 삶은 가난한 과부의 삶이었습니다. 가난한 과부가 하느님께 가진 모든 것을 봉헌하였듯이, 추기경님께서도 모든 이를 위해서 모든 것이 되려하셨고, 하느님께 오롯한 마음으로 사랑을 드렸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과부의 헌금을 칭찬하셨고, 겸손한 세리의 기도를 칭찬하셨고, 백인대장의 믿음을 칭찬하셨고,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나눔을 칭찬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의 삶 또한 칭찬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을 베푸는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가난하지만 선()을 쌓은 집안은 언젠가는 경사를 맞게 되고 비록 부자라 하더라도 불선(不善)을 쌓은 집안에는 언젠가는 재앙이 닥쳐오게 된다는 말입니다. 나의 마음에 무엇을 쌓아 놓을 것인지 생각하면서 오늘 하루를 지냈으면 합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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