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양치기신부님의 살레시안 묵상] 예수님이 부활로 인해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16 조회수6,750 추천수7 반대(0) 신고

?

예수님이 부활로 인해

 

 

볼일이 있어 시내에 나갔다가 여의도를 지나가는데, 벚꽃 축제가 막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화려하게 만개했던 꽃잎들이 속절없이 떨어져 내리고 있더군요. 차도며 인도며 온 세상에 꽃비가 내려 쌓였습니다.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릿속에는 약간은 울적하고 우울한,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또 꽃이 지는구나. 또 한 번의 봄날이 가는구나. 또 한 살을 더 먹는구나. 죽음이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내게 다가오는구나.’

 

 

그런데 또 하나의 풍경이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꽃잎이 떠나간 자리를 유심히 바라보니 연초록빛 나뭇잎들이 앞 다투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생명의 신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꽃잎들이 고집 부리면서 끝까지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잎들은 어떻게 성장할 수 있겠습니까? 나무는 또 어떻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은 참으로 자상하시기도 하십니다.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죽음은 또 다른 생명의 출발이요 서곡이라는 것을 대자연의 순환 속에 아로새겨놓으셨으니 말입니다.

 

 

오늘 부활대축일은 예수님의 죽음이 단순한 죽음이 아니요 또 다른 생명의 시작임을 장엄하게 선포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은혜로운 사실 한 가지는 예수님의 부활로 인해 죽음은 완전히 패배했습니다. 이제 죽음은 죽음이 아니요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되었습니다. 그분의 부활로 인해 유한한 존재였던 우리 인간이 그분의 무한성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비참하게 소멸될 육적 존재였던 우리 인간이 그분의 영원한 생명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로 인해 필멸의 가련한 존재였던 우리 인간이 불사불멸의 존재가 되었다는 것, 너무나 가슴 벅차고 감사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새 생명과 새 삶을 선물로 주신 부활하신 예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분 죽음과 부활의 의미, 내 죽음과 내 삶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계속 찾아나가야겠습니다.

 

 

성토요일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묵상하던 중 빅터 프랭클 교수의 회상록을 읽게 되었습니다. 2차세계대전중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보낸 3년 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화두 한 가지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매 순간 맞닥뜨리는 죽음 속에서 어떻게 하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삶의 의미를 찾을 것인가?’

 

 

1942년 빅터 프랭클은 가족들과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부모님과 형, 부인은 모두 수용소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곧 세상을 떠나겠지.’ 하고 자포자기하고 있던 그는 한 가지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배급받은 죄수복 주머니 안에 작은 종이쪽지 하나가 접혀져 있었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죄수가 쓴 글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습니다. “네 마음과 네 영혼과 네 힘을 다해 진심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라.”

 

 

그 글귀는 빅터 프랭클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심을 했습니다.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열심히 살아서 내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찾으리라. 그리고 반드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살아가리라.’

 

 

그 후 빅터 프랭클의 삶을 180도 뒤바뀌었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극한의 공포 속에서도 언제나 초 긍정의 마인드를 유지했습니다. 늘 밝게 늘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했고, 다들 짐승처럼 변해가는 수용소 안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습니다. 하루 단 한 컵 배급되는 물의 반을 남겨 세수를 하였습니다. 자기 존중과 관리의 표시로 유리 조각으로 매일 면도를 했습니다.

 

 

그 혹독한 길, 삶과 죽음 사이로 펼쳐진 벼랑 끝 길을 걸어가면서도 계속해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추구했고 자신에게 부여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그의 삶이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 각자의 삶에는 저마다 의미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아무 의미 없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 삶에 깃든 의미는 무엇인가? 하느님께서 내 인생에 기대하시는 바가 무엇인가? 깊이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오늘 부활대축일에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은혜롭게도 우리의 삶과 죽음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에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 인생의 참된 의미는 부활하신 그분 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 머무를 때 참된 가치와 진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우리는 살아도 그분의 것, 죽어도 그분의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