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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2."네가 나를 사랑하느냐?"-파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6-02 조회수6,724 추천수1 반대(0) 신고

요한 21,15-19(부활 7주 금)

 

예수님께서는 밤새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상을 차려 아침을 먹이신 다음,베드로에게 당신의 일을 맡기시며 묻습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요한 21,15.16.17)

 

뭔가 이상한 질문입니다핀트에 벗어난 질문입니다보통 일을 맡길 때면, ‘이 일을 할 수 있겠느냐?’ ‘어떻게 잘 할 수 있겠느냐?’ 하고 묻는 법인데엉뚱하게도 그 일을 사랑하느냐묻지 않으시고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십니다.

가령우리가 사도직에 파견 받을 때 무엇을 물을 것인가? ‘나는 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이 일이 나에게 적합할까?’ ‘이 일을 누구와 함께 해야 할까?’ 하고 주로 일에 관심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예수님께서는 엉뚱하게도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신 것입니다.

왜 일까요?

 

일을 ’ 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일을 사랑으로 해야 하는 까닭일 것입니다당신께서 맡기신 일은 능력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랑으로 해야 하는 일인 까닭일 것입니다. ‘을 사랑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사랑해서 하는 일인 까닭일 것입니다.

사실무엇이 본질인지를 파악하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그래야만, ‘나의 양들이 아니라, ‘주님의 양들을 돌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15.16.17)

 

그렇습니다당신의 양들이 맡겨진 것입니다그것은 당신이 우리를 믿으시기에 맡기신 양들인 것입니다.제자들에 대한 당신의 믿음입니다.능력을 보고 맡기는 것이 아니라당신의 믿음으로 맡기시는 것이며당신의 사랑으로 맡기신다는 말씀입니다.

또한 당신의 양들을 돌보라 하심은 당신이 먼저 우리를 돌보신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렇습니다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을 믿고 사랑하기에 앞서, 당신이 먼저 우리를 믿고 사랑하신다.’는 바로 이 사실을 깨우치십니다.

하지만베드로는 이를 깨닫지 못한 채세 번의 동문서답으로 대화를 끝내고 맙니다곧 그는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요한 21,15.16.17)라고 고백할 뿐주님께서 저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라고 고백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중요한 것은 내가 주님을 사랑한다는 사실 이전에 당신이 저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아는 일일 것입니다.

사실베드로는 주님을 의심하고 세 번이나 부정했지만주님은 그가 배신할 줄을 알면서도 그를 믿으셨습니다그러니비록 그가 사랑하지 못하더라도 주님께서는 사랑하시기를 결코 멈추지 않으신다는 하느님의 헤세드’, 곧 충실하심을 아느냐는 질문인 것입니다곧 주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을주님을 향한 우리의 믿음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주님의 믿음을 알기를 바라신 것입니다.

그러나 끝내 알아듣지 못한 그는 결국양떼를 돌보지 않고 도망치고 말 것입니다.

 

폴란드 소설가 센키비치의 소설 <쿼바디스마지막 장면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지하교회에 숨어있던 베드로가 박해를 피해 로마를 빠져나가던 중갑자가 한 줄기의 빛이 그를 향해 다가오자그는 그 빛이 그리스도임을 알고 땅에 엎드린 채 묻습니다

쿼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그러자 빛이신 예수님께서 대답하십니다.

네가 나의 양을 버렸으니,

내가 다시 로마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지 않겠느냐?”

 

비로소이 일이 있고서야 베드로는 진정예수님을 따르게 됩니다그리고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 당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우리에게 있어 본질적이고 우선적인 것은 주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입니다.그러기에 우리는 하느님의 일에 앞서먼저 하느님을 사랑해야 합니다.

결국우리에게 유일한 일은 하느님의 일이 아니라모든 것을 통하여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나의 일이 아니라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십니다나의 일을 따르라 하지 않으시고나를 따르라고 하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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