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토마 사도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7-02 조회수6,504 추천수10 반대(0)

신문사에는 제법 넓은 뒷마당이 있습니다. 직원들의 차를 주차하고도 몇 대는 더 주차할 수 있습니다. 저는 뒷마당의 두 모습을 보았습니다. 지난겨울입니다. 무릎까지 눈이 쌓였습니다. 차를 주차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삽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친절한 신부님이 눈 치우는 기계를 가져와서 30분 만에 깔끔하게 이발한 것처럼 눈을 치워주었습니다. 4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젠 잡초가 듬성듬성 자라고 있습니다. 이곳에 겨울 내내 눈이 쌓여 있었다고 믿기 어렵습니다. 잡초 뽑기도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따뜻한 이웃이 잡초를 뽑아 주었습니다. 뒷마당은 깨끗해졌습니다. 이렇게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뒷마당입니다. 지금은 눈 때문에 차를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을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겨울이 되면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던 뒷마당을 상상하기 어려울 겁니다.

 

마당은 계절에 따라서 모습이 변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상황에 따라서 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갈대와 같습니다. 영민했던 다윗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거인을 물리쳤고,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습니다. 그런 다윗은 욕망의 바람에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충성스러운 부하를 죽음으로 내 몰았습니다. 교회를 박해하던 바오로 사도는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놀라운 체험을 하였습니다. 이제 바오로 사도는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되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께 칭찬을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에게 교회를 맡기셨습니다. 천국의 열쇠도 주셨습니다. 그런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께 심한 책망을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에게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저의 마음도 그랬습니다. 사제서품을 받고 유행성 출혈열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셨습니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분들이 잘 돌보아 주셨습니다. 보름 만에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감사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덤으로 시간을 주셨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에게도 효도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자주 찾아뵙고, 용돈도 드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사하는 마음도, 고마운 마음도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어머니께 가는 시간도 줄어들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로 병이 나은 것이 아니라, 제가 잘나서 병이 나은 걸로 착각했습니다. 유행성 출혈열에서도 지켜 주셨으니, 다른 것들로부터도 저를 지켜 주시리라 생각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기도 했고, 담배도 많이 피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다른 방법으로 제게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주교님께서 저를 부르셨고, 저의 잘못된 습관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담배는 끊었고, 술을 마시더라도 10시 전에는 사제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저의 잘못을 지적해 주신 주교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토마사도 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다른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토마사도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토마사도는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제자들의 말을 믿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라고 말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다음 날 다시 나타나셨습니다. 이번에는 토마사도도 함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하셨습니다. 의심이 가득했던 토마사도는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고백하였습니다. 연줄에 매달린 연은 바람이 심하면 오히려 하늘을 더 자유롭게 날 수 있습니다. 줄을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믿기만 하면 시련의 바람이 불어도, 욕망의 바람이 불어도 우리는 주님과 함께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더 이상 외국인도 아니고 이방인도 아닙니다.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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