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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례성사] 왜 자녀에게 유아세례를 주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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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작성일2018-04-08

[빛과 소금] 왜 자녀에게 유아세례를 주어야 하는가?

 

 

원로사목자인 호인수 신부님은 시를 참 맛나게 쓰시는 분이시다. 신부님께서 쓰신 시들 가운데 <유아세례를 주며>라는 시를 저자의 동의 없이 올린다.

 

나의 이 때묻은 두 손으로

하얀 네 이마에 물을 붓는다

너를 품에 안은 너의 젊은 부모와

세례를 주고 있는 나는 이미

거짓과 탐욕과 미움으로 오염된 몸

영원히 꽃이기를 바라는

바람마저 부끄러워라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잠든 아가야

눈을 뜨고 우리를 보아라

아직도 우리들은 너에게 줄 평화의 땅

마련하지 못했으니

너의 맑은 눈동자 똑바로 바라볼

낯이 없구나

훗날 네가 부모되어

너의 아기 품에 안고 오늘처럼 내게 올 때

그때에도 우리들은 아기 앞에서

이렇게 부끄러우면 어쩌지

- 호인수, <유아세례를 주며> 전문

 

본당에서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4시는 잠든 아기에게 부끄러운 손으로 물을 부어 유아세례를 주는 축복의 시간이다. 유아세례는 아기들이 태어난 지 몇 주 내에 세례받음을 말하며(교회법 제868조), 100일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한국천주교 사목지침서 제47조) 그러나 주변에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이 성장하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 세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부모들은 유아세례가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는다.’(마르 16,16 참조)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치(對峙)된다고 생각한다.

 

예수님께서는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마르 10,14)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께서 어린이들을 당신 팔에 안으시고 축복하시는데(마르 10,16 참조), 어떻게 우리가 그들을 그분께 데려가지 않겠는가? 유아들의 세례는 아이들의 믿음의 척도가 아니라 부모의 신앙의 유산이기에 소중한 믿음의 보물을 간직하는 것과 같다.

 

부모는 주님께 아기를 세례성사로 봉헌함으로써 하느님의 축복을 가득히 받아 성가정으로 이끌어갈 행복한 의무가 있다. 따라서 부모는 세례받은 아기가 커서 신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책임이 없는 곳에는 세례의 은총이 성장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이것이 어린이들을 그리스도께 데려가도록(마르 10,13 참조) 우리를 한층 더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신앙에서 성숙되지 않은 어린이는 주일학교 교리 교육을 통해 성숙되어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만일 부모들이 그들의 신앙 교육을 위한 조건을 채워주지 않는다면 어린이 세례는 정당치 않다. 부모에게 있어 아이들의 신앙 교육은 물려줄 유산과 같은 소중한 선물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줌으로써 주님으 자녀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따라서 유아세례는 미루어야 할 믿음의 선택이 아니라 믿는 이들이 얻은 주님의 귀한 선물을 봉헌하는 자리임을 기억해야 한다.

 

[2018년 3월 11일 사순 제4주일 인천주보 4면, 김일회 빈첸시오 신부(구월1동 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