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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례성사] 세례성사를 받으면 변화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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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작성일2018-04-08

[빛과 소금] 세례성사를 받으면 변화되는가?

 

 

초기 교회 공동체의 모습에서 세례는 성령강림 사건이나 복음의 선포로 이어진다. 베드로는 성령감림 사건 이후 사람들에게 성령을 선물로 주고 구원의 약속을 했던 것이다. 그들은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회심으로 부름 받았고, 곧이어 세례를 받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르는 신도가 되었다. 따라서 세례는 믿음의 표징과 회심으로의 부르심을 보여준다.

 

나는 대학교 2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세례를 받고 이듬 해 입대하였다. 세례를 받았을 당시 나는 세례 은총에 대한 감격보다 낯설음 속에서 성체를 받아 모셨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군대에서 나는 훈련을 받을 때를 제외하곤 주일미사를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왠지 주일이 되면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시작한 나의 신앙생활은 군 제대 후 복학 준비 전 시간이 많은 관계로 평일미사에 자주 참석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평일미사를 드리던 어느 날 여학생이 내게 다가와 ‘명도회’라는 주일학교 교사회에 가입하라고 권하였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너무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앙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는 내게 주일학교 교사라는 권유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주일학교 선생님의 적극적 권유로 나는 교사회에 문을 두드렸고, 지금 이렇게 신부까지 되어 살고 있으니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어떻게 보면 세례 받은 사람은 세례를 통해 변화도니 모습을 삶 속에서 계속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례 받은 사람은 낯섦 속에 신앙생활을 시작하지만 잦은 미사 참례를 통해 주님과 가까이 만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새 영세자는 본당에 있는 각종 단체나 기도 모임, 그리고 성경공부 등을 통해 주님의 사람으로 변화되는 길을 가게 된다. 세례성사는 구원의 은총이다. 그러나 이 구원의 은총을 자신이 꾸준히 가꾸어가지 않으면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세례는 지식이나 믿음의 길에 있어서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 세례를 통해 시작된 변화된 삶의 실현을 위해 꾸준히 걸어가야 하는 믿는 이들의 길인 것이다. 즉 세례를  받았다는 것은 변화된 모습을 갖고 살겠다는 다짐이다. 세례는 믿음을 전제로 하며, 세례를 통해 보여준 믿음은 세례 안에서 주어진 선물인 하느님의 성령 안에서 살도록 이끌어 주며,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증거하도록 힘을 준다. 세례성사는 믿음의 시작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세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행해진다. 세례는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가는 도상에 있는 것이며 회심의 도착점을 제시한다. 우리는 세례성사로써 새로운 삶으로 변화되고 마치 “죽은 이들 가운데서 살아난 사람으로”(로마 6,13)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고 하느님을 위한 정의의 도구가 된다. 이러한 사건에서 바오로는 세례를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로 연결하여 설명한다. 따라서 세례는 예수님의 운명에 참여하는 잉태와도 같은 것이기에, 단순히 죄에서의 해방이 아닌 우리를 위해 죽으신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의 새로운 삶을 살도록 열린 해방의 문인 것이다.

 

우리는 세례성사 순간에 자신이 변화되어 삶의 중심에 오직 주님만을 두는 사람이 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받은 세례는 그리스도와 ‘함께’라는 주님과의 내적 일치를 이루도록 하는 첫 출발이다. 이 출발은 우리를 주님의 사람으로 만들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를 이끌어준다. 세례성사는 옛 추억의 흔적이 아니라 우리가 새롭게 변화되는 쇄신의 고백과 같은 은총의 첫 마음이다.

 

[2018년 3월 18일 사순 제5주일 인천주보 4면, 김일회 빈첸시오 신부(구월1동 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