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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레사(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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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명, 축일, 성인구분, 신분, 활동지역, 활동연도, 같은이름 목록
성인명 데레사 (Teresa)
축일 10월 15일
성인구분 성녀
신분 설립자, 신비가, 교회학자
활동지역 아빌라(Avila)
활동연도 1515-1582년
같은이름 대 데레사, 대데레사, 테레사, 테레시아
성인자료실
제목 베르니니의 탈혼에 빠진 성녀 데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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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20 조회수3338 추천수0 첨부파일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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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미술관] 베르니니, ‘탈혼에 빠진 성녀 데레사’

  

  

1647-52년, 높이 3.5m, 로마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

  

지안 로렌조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 1598-1680년)는 조각가이자 건축가, 화가, 극작가이며 작곡가로 활동한 17세기 이탈리아 바로크 예술을 대표하는 영향력있는 예술가이다.

  

그는 일찍이 조각가인 아버지에게 예술 교육을 받았으며, 당대의 교황과 추기경 등 고위 성직자들의 비호 속에서 활발한 예술 활동을 전개하였다.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이름을 날리며 ‘제2의 미켈란젤로’라 불린 그의 위대한 조각 작품 가운데 하나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감동 받은 성녀 데레사’ 일명 ‘탈혼에 빠진 성녀 데레사(Ecstasy of St. Teresa)’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성령을 통해 계시를 받아 가르멜 수도회를 개혁하고 여러 수도회를 설립한 예수의 성녀 데레사(1515-1582)로, 그녀는 1622년 시성되고 1970년에 교회학자로 선포되었다. 그녀는 어려서 아우구스티노회 수녀들에게 교육을 받고, 19세 때에는 아빌라의 강생 가르멜 수도원에 입회하여 수도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녀는 이곳에서 관상기도 하는 방법을 배우고 이를 실천했으며, 자신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느끼고자 끊임없는 기도생활을 하였다.

  

그녀는 이즈음의 수도원이 너무 세속화하여 세속적인 향락에 도취되기 쉬운 곳에 있음을 느끼고는 교회와 수도원의 개혁을 절실하게 원한다. 그러던 중 말라리아에 걸려 그 쇼크로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결국 혼수상태에서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사람들은 병자성사를 청하고 그녀의 무덤을 준비한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회복한 그녀는 3년 동안을 온몸이 마비되는 고통 속에서 살았다. 이런 시련은 오히려 영적으로 도움이 되어 그녀는 4년 간 오로지 기도에만 매달리게 된다. 그녀는 기도 중에 하느님의 빛을 체험하는 등 신비한 체험을 많이 한다. 특히 그녀의 자서전에는 1560년 4월의 어느 날 신비한 체험이 기록되어 있다.

  

“나는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한 천사를 보았다. 아주 작고 잘생긴 귀여운 천사로, 불붙은 것 같은 그의 얼굴이 지체 높은 신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끝에 불이 붙은 긴 황금 쇠창이 들려있었다. 그 창은 내 몸을 아주 여러 번 아주 깊숙이 관통했는데, 그때마다 내 몸은 온통 하느님에 대한 위대한 사랑으로 불붙었다. 그 고통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내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절로 나오고, 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이 가져다주는 달콤함이 지극해 이 고통이 완화되지 않기를 얼마나 바랐는가! 이 고통은 결코 육체적 고통이 아니었다. 이는 하느님과 내 영혼이 나눈 지극히 감미로운 사랑이었다.”

  

이런 데레사 성녀의 신비한 정신적 체험을 위대한 조각가인 베르니니는 우리 눈앞에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은 천사와 천사의 창에 맞은 데레사의 형상으로 이루어져 이싸. 그런데 천사의 모습이 천진난만한 장난꾸러기의 모습이 아닌가? 그의 얼굴은 장난기로 가득하고 악의 없는 미소를 띤 채 데레사를 바라보고 있다. 창을 든 오른팔은 한 번 찔렀던 창을 다시 찌르려고 뒤로 젖혔으며, 왼팔은 오른팔의 찌르는 동작을 효과적이고 용이하게 하고자 성녀의 옷자락을 앞으로 슬쩍 잡아당기고 있다. 아니 공경을 받은 데레사가 쓰러지기를 기다리면서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듯하다.

  

이 천사는 그가 지닌 창에 불꽃이 붙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빛과 불의 천사인 세라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최고 천사의 이미지 대신 이 작품에서 화살을 들고 짖궂은 행동을 하는 어린 천사의 모습은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 큐피드를 닮지 않았는가? 그의 황금 화살은 모든 존재에게 사랑의 마음을 심고, 납 화살은 미움의 감정을 심어주는 까닭에 인간의 사랑과 증오의 감정은 큐피드의 장난기 어린 손짓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이런 가해를 하는 천사 앞에서 무기력하게 공격을 감내하는 사람이 성녀 데레사이다. 그녀는 지금 신비로운 관상 속에서 하느님과 합일하는 무아지경의 상태에 있다. 견신(見神)을 하며 하느님과 사랑의 소통을 하는 절대적이며 지극한 황홀경에 빠져있는 것이다. 심장을 수없이 찔러대는 불붙은 쇠창의 고통조차 이 순간엔 지극한 희열로 들뜨게 하는 것이다. 지금 데레사는 육신과 사지는 황홀한 경험으로 전율하면서 옷자락 아래로 무기력하게 거의 탈진한 상태로 늘어져 있다. 특히 고개를 젖힌 모습과 반쯤 감긴 눈, 깊은 한숨으로 약간 벌어진 입이 지금의 도취가 얼마나 감미로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종교적인 신비한 체험의 수난이 오히려 세속적 사랑의 황홀경과 닮아 있는 것은 아닌가! 불타는 화살로 화한 하느님의 극적인 사랑을 받았을 때 느낀 영적 고통과 환의 절정이, 극도의 흥분상태에 빠진 에로틱한 여인의 모습으로 드러난 것이다. 마치 규피드의 황금 화살에 사랑의 전율을 느끼는 여인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영적이라기보다는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으며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 전시되지 못했다.

  

베르니니는 성적 오르가슴을 체험한 여성의 무아경을 통해 종교적 신비경을 표현한 것이다. 종교적으로 겪는 희열의 순간이 세속의 절정과 다르지 않다는 형상을 통해 베르니니는 정신과 육체, 영혼이 하나 되는 완전에 이르는 경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순간 겪는 환의의 열정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황금빛 핼살로 표현되어 있다. 바로 하느님과 사랑을 나누는 신비롭고 정신적인 희열을 겪는 한 여인의 정신과 마음을 간접으로 드러낸 것이리라.

  

이 작품을 주문한 사람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추기경 코르나로였다. 이 작품은 지금 비토리아 성당의 코르나로 가족 경당을 장식하고 있는데, 양쪽에 커다란 기둥이 있는 제단 위에 놓여있다. 그리고 그 맞은편 2층에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아마도 성녀 데레사의 무아경이 성령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종교적 신심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 편의 드라마가 되지는 않았을까?

  

데레사 성녀가 죽은 지 9개월 만에 그녀의 관을 열고 그녀의 심장을 관찰한 한 의사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의 심장에는 길고 좁으며 깊은 상처가 있었다고 한다. 마치 노련한 장인이 만든 예리한 무엇이 관통한 것 같은 자국 말이다. 그리고 그 상처에는 불길로 인한 연소 자국까지 있었다니, 황홀한 꿈이 아니라 실제 성령이 임하신 신비한 행복감에 젖은 한 여인의 깊은 신앙심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윽하고 감미로운 한 인간의 정신적 사랑이 베르니니의 손에서 육화된 작품이 바로 ‘탈혼에 빠진 성녀 데레사’로, 이 작품은 우리에게 세속의 사랑 역시 지극하고 간절하면 맑고 순수한 종교적 사랑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 권용준 안토니오 - 프랑스 파리 10대학교(Nanterre)에서 현대조각에 관한 논문으로 예술학석사를, 파리 3대학교(la Sorbonne Nouvelle)에서 아폴리네르의 예술비평에 관한 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디지털대학교 문화예술학과 교수이며, 미술비평가로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 “명화로 읽는 서양미술사”(북하우스)와 “테마로 보는 서양미술”(살림)이 있다.

  

[경향잡지, 2006년 7월호, 권용준 안토니오]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s://www.wga.hu/art/b/bernini/gianlore/sculptur/1640/therese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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