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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모당 봉헌 100주년의 해8: 성모당과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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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8-06 조회수683 추천수0

[성모당 봉헌 100주년의 해(1918~2018)] 성모당과 기도

 

 

성모당에서 사람들이 기도를 가장 많이 하는 계절은 언제일까요? 아마도 여름과 가을일 것 같습니다. 물론 성모 성월인 5월에도 사람들이 성모당을 많이 찾아오지만 매일 찾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성모 성월에 순례한다는 개념으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8월이 되면 달라집니다. 바로 수능이라고 불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때문입니다. 대체로 수능이 치루어지는 때는 11월인데, 8월은 수능전 백일이 되는 날이 있는 달입니다. 그래서 백일이 되는 날을 기점으로 그전에는 안 보이던 40~50대 자매님들이 성모당에 보이는 빈도가 점점 늘어갑니다.

 

사실 수능 시험 때만 되면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본당에서는 그동안 한 번도 안 보였던 고3학생들이 성당에 나오기 때문입니다. 참 신기하게도 초등학교까지는 성당에 잘 나오던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점점 숫자가 줄어듭니다. 보좌신부가 있는 본당이면 교적상으로는 한 학년에 10~20명 정도 되는 학생이 있는데, 실제로 나오는 학생은 많아야 5~6명 정도입니다. 그것도 학교 시험기간이 있는 때가 되면 그 숫자는 더 줄어듭니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서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부모님들 역시 학생들의 시험성적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입니다. 그래서인지 수능시험 전날이 되면, 학생들은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서 성당에 찾아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들이 공부한 만큼의 결과를 얻는 것, 이제껏 공부한다고 고생했는데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8월부터 성모당에 오시는 분들도 ‘제발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불안함과 초조함을 잊어버리기를’ 바랄겁니다. ‘다른 학생들보다 우리 자식만 잘되라!’고 기도하시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자신이 한 노력의 결과를 얻기 바랄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8월부터 11월 사이에 성모당에 오시는 분 중에는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간절함을 가지고 기도하십니다. 이러한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의 사례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예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어머니의 기나긴 기도가 없었다면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하고 사제가 되지도 못했을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멀리 부산항이 눈에 들어왔다. 뱃전에 서 있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나뿐 아니라 귀국선에 타고 있던 사람들 모두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부산에서 형을 만나 아주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대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토록 그리던 어머니를 뵈러 가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했고,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예전에는 내가 어머니 품에 안겼지만 그때는 내가 어머니를 가슴에 안아드렸다. 어머니는 하염없이 울었다. 어머니가 그렇게 우시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그 후 며칠 동안 마을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어머니 덕에 살았네. 그런 줄 아시게.’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어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모당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막내아들이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를 기도드렸던 것이다.”

 

김 추기경이 오랜 기간 동안 전쟁터에 나가 있을 때 어머니 서중하(마르티나) 자매는 매일 성모당에서 기도를 했습니다. 아들이 살아 돌아오길 빌고 또 빌었습니다. 사실 성모당에서 기도하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분들이 기도하는 지향은 자식들의 건강과 평안함을 위해서입니다.

 

수능 백일 전이라고 기도하는 분들을 보고, 자기 자식만을 위해서 기도한다고 안 좋게 보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자식이 아프다는데 매달리지 않을 부모님이 있을까요? 아마도 없을 겁니다. 성경에서도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나인이라는 동네를 지나다가 슬피 우는 과부를 보고는 자식을 살려주시기도 하고,(루카 7장) 야이로라는 회당장이 자신의 발 앞에 엎드려 제발 자식에게 손을 얹어주십사고 청하자 어린 소녀를 살려주시기도 합니다.(마르 5장)

 

그래서 성모당에 있을 때 더운 여름이면 한 번씩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성모당에 오신 모든 신자분들이랑 함께 말입니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기도한다고 성모당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련했습니다. 물론 사제가 미사와 강론을 열심히 준비하고, 고해성사를 열심히 주는 게 제일 좋지만 신자들이 무더위 속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지금은 더 이상 성모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함께 기도할 수는 없지만 멀리서나마 우리나라의 모든 수험생들이 자신들이 노력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함께 기도합니다.

 

[월간빛, 2018년 8월호, 이찬우 타대오 신부(대구대교구 사료실 담당 겸 관덕정순교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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