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앙의 땅: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 - 이 땅의 평화와 통일 위해 기도하는 곳 | |||
---|---|---|---|---|
이전글 | 하느님을 만나는 산: 남한산과 남한산성순교성지 | |||
다음글 | 하느님을 만나는 산: 청계산과 둔토리 동굴 | |||
작성자주호식
![]() ![]() |
작성일2018-08-03 | 조회수1153 | 추천수1 | |
[신앙의 땅]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 이 땅의 평화와 통일 위해 기도하는 곳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 있는 남양성모성지(전담신부 이상각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는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성모성지이다. 이곳에는 조각가 오상일 씨에 의해 제작되어 2003년에 봉헌된 독특한 성모상이 모셔져 있다. 베일을 쓰지 않고 우리나라 어머니들과 비슷하게 묶은 머리 모양과, 성모님 옷자락을 꼭 붙잡고 있는 소년 예수님의 모습에는 ‘엄마’의 포근함을 전하고 싶었던 이상각 신부의 생각이 담겨있다.
병인박해(1866년) 때 남양도호부에 붙잡혀 온 천주교 신자들 중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이첩되고 남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모진 매질을 당하고 이름도 없이 처형되었다. 1991년 10월7일 고 김남수 주교님께서는 남양 순교지를 성모님께 봉헌하면서 “성모님의 삶처럼 소박한 무명 순교자들의 순교지이며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한 남양 순교지를 성모 순례지로 봉헌하고자 한다. 이곳을 순례하는 신자들은 특별히 이 땅의 평화를 위하여 성모님께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고 하였다.
1991년은 세계 공산주의의 보루였던 소련이 붕괴된 해이기도 하다. 파티마 성모 발현의 목격자인 루치아 수녀님은 “파티마 성모님께서 약속하셨던 러시아의 회개는 동유럽과 북한을 포함한 모든 공산권을 말합니다.”라고 말했다. 성지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서 6시까지 우리나라의 평화 통일을 위해 묵주기도 100단을 바치고 있다. 성모님께 바친 그 기도의 결실로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세계에서 6번째로 성체 현시대 모셔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이었던 작년 5월13일에는 성지 산과 산 사이의 계곡에 통일기원 성모마리아 대성당 공사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여러 나라의 주옥같은 성당을 지은 스위스 건축가 마리아 보타의 설계로 1200석 규모의 대성당이 완공되면 대한민국 건축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한다.
10월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요한 묵시록 12장에 나오는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라는 구절에서 영감을 받아 2008년에 설립된 폴란드의 ‘평화의 모후 협회’(회장 피오트르 쵸우키에비츠, Piotr Ciolkiewicz)에서는 세계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자는 의미로 세계 열두 곳의 분쟁 지역에 성체 현시대(대형 감실, 무게 1톤)를 설치하고 있는데, 남양 성모성지가 여섯 번째 별로 선정되어 성체 현시대가 모셔진 것이다.
성체 현시대는 폴란드에서 은공예를 하는 조각가 마리우시 드라피콥스키(Mariusz Drapikowski)의 작품으로 성체 현시대 안에 성광이 모셔져 있다. 성광은 ‘블라디미르 성모’ 이콘의 이미지로 만들어져 있다. 또한 현시대 안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유해(피)가 모셔져 있다. 현시대에 사용된 주재료는 크리스탈과 원목이며 티타늄, 은, 금박, 호박, 진주 등으로 장식되어 있다. 현시대는 다섯 폭짜리(penta-ptych) 병풍 구조로 되어 있는데, 현시대를 활짝 열면 크리스탈에 새겨진 원본 크기의 토리노의 수의가 펼쳐진다.
‘열두 개의 별’ 프로젝트는 폴란드에서 작은 사업을 하던 피오트르 회장이 메주고리예 성지를 순례하면서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계평화를 위하여 예루살렘에 성광을 봉헌하고 싶다는 원의를 갖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성광을 제작할 사람을 찾다가 폴란드의 야스나 고라(Jasna Gora) 성지에 성광을 봉헌한 조각가 마리우시와 인연이 닿게 되었다.
예루살렘에 봉헌할 성광의 형태는 야스나 고라의 ‘검은 성모님’ 이콘을 기본으로 하되 아기 예수님 대신 성체를 안고 계시는 모습으로 구상하였다. 비용 조달에서부터 지역적, 법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두 사람은 2008년 12월에 ‘평화의 모후 협회’를 설립하였다.
성모신심은 성체와 말씀 두 개의 기둥에 의해 떠받쳐져
첫 번째 별인 예루살렘 성체 현시대는 세 폭짜리(tri-ptych) 병풍 구조로서 2009년 3월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예루살렘에 있는 십자가의 길 제4처 앞의 석실(crypt)에 모셔졌다. 그러나 장소의 문제로 기도 모임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2016년에 보다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베들레헴의 성모 수유 동굴 성당으로 성체 현시대가 옮겨졌고 현재는 지속적인 성체조배 수도회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두 번째 별은 2011년 6월 보스니아 메주고리예의 성 야고보 성당에 모셔졌다. 이때 마리우시는 메주고리예에 순례를 와서 가장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이 한국인임을 알게 되었고 한국에 성체 현시대를 모시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2014년 한국을 찾은 마리우시와 피오트르 회장은 수원교구를 방문하여 ‘열두 개의 별’ 프로젝트를 소개했고 마티아 교구장님께서는 기쁘게 수락하시며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성체 현시대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하셨다.
참고로 세 번째 별은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오즈노예(Oziornoje)에, 네 번째 별은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 야무수크로(Yamoussoukro)에 모셔졌다. 다섯 번째 별은 역시 아프리카인 르완다로 결정되었는데 폴란드에서 완성된 성체 현시대는 유럽의 성당을 순회하면서 이동하여 2018년 6월 르완다 키베호(Kibeho)의 ‘말씀의 어머니’ 성모 발현 성지에 모셔졌다. 일곱 번째 별은 필리핀 다구판(Dagupan)의 요한 사도 성당에 모셔질 예정이다.
이상각 신부는 “성모신심은 성체와 말씀이라는 두 개의 기둥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는데 레지오 단원들은 오직 묵주기도만 열심히 할 뿐 성경과 성체조배에는 관심이 적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력으로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 본부가 한국에 세워졌다. 성지에서는 매일 미사 전후에, 특히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미사 후에는 세 시간 동안 성체조배가 이루어진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묵주기도는 마리아의 눈으로 그리스도의 얼굴을 묵상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마구간에서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시던 성모님을 생각하라. 묵주기도만 열심히 하는 레지오 단원들에게 생각의 전환이 요청되고 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8월호, 여훈구 안셀모(수원 Re. 명예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