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명화와 성인: 생 질 수도원장 성 에지디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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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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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03-04 | 조회수346 | 추천수0 | |
[명화와 성인] 생 질 수도원장 성 에지디오
그리스어로 ‘어린 염소’를 뜻하는 아이기디온(αιγιδιον)에서 유래한 이름의 성 에지디오(St. Aegidius, 7세기경)는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부유하고 신앙심이 두터운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성인의 부모는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상당한 재산을 그에게 물려주었으나, 그는 전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어려서부터 하느님만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한 성인은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로 가서 기도에 전념할 수 있는 조용한 곳을 찾아다녔다. 아를에 도착한 성인은 그곳 주교의 승낙을 얻고 2년 동안 은수자 생활을 했다. 성인의 성덕에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그는 좀 더 깊숙한 숲을 찾아 거처를 옮겼다. 번잡하지 않고 조용히 혼자 기도할 수 있는 곳을 원했던 성인은 산속에 샘물 가까이 동굴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은수자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깊은 산속에서 성인이 먹을 것은 물과 풀뿌리와 나무껍질뿐이었다.
가장 많이 전해지는 성인의 이야기로는 사슴 한 마리가 매일 동굴에 와서 그에게 젖을 먹여주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림에서 성인은 사슴과 함께 자주 등장한다. 이탈리아 바코크 화가이자 판화가인 안드레아 카마세이(Andrea Camassei, 1602~1649)가 그린 성 에지디오의 모습을 보면, 검은 수도복을 입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성인의 옆에 커다란 사슴 한 마리가 성인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 가운데는 사냥을 나온 왕과 함께 있는 주교가 서 있다. 어느 날, 사냥 중이던 왕이 성인이 있는 동굴로 뛰어 들어가는 사슴을 발견하고, 왕의 포수는 활을 겨눠 그 사슴을 향해 쏘았다. 그런데 왕이 가서 보니 사슴이 아닌 성인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사슴은 성인의 발밑에 웅크리고 앉았고 성인은 그 사슴을 끌어안고 있었다고 한다. 왕은 그 자리에서 용서를 청하고 상처를 싸매 주려 하자, 성인은 “이 상처는 좋은 보속의 재료가 됩니다.”하며 거절했다. 성인의 오른쪽 다리에는 화살에 맞아 찢긴 옷 사이로 상처 난 붉은 살이 드러나 있다. 성인 옆 천사는 포수가 쏜 화살을 들고 손가락으로 성인의 상처를 가리킨다.
왕은 성인을 존경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여러 차례 동굴에 와서 성인과 이야기도 나누고 선물을 보냈다. 늘 선물을 거절한 성인에게 왕은 한 번이라도 받아주기를 간청하자, 성인은 “만일 하느님을 위해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수도원을 세우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하고 왕에게 권했다. 왕은 성인이 그곳 수도원장이 된다면 기쁘게 세우겠다고 했고, 수도원은 성인이 거처하던 동굴 자리에 세워졌다. 수도원 이름은 ‘생 질 뒤 가르(Saint-Gilles-du-Gard)’였고, 그곳에는 많은 청년이 들어왔다. 수도원장이 된 성인은 엄격한 베네딕토회의 규율을 따르며 수도원을 이끌어갔다. 성인의 뒤에 천사가 든 긴 지팡이는 수도원장을 상징하는 것이며, 성인의 검은색 수도복은 베네딕토 수도회의 복장을 의미한다. 하늘에는 천사들이 속세와 떨어진 장소에서 천상과 소통하며 고독을 즐기고, 오롯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성인을 보호하고 있는 듯하다. 화가는 바로크 미술의 동적인 특징을 강조한 천사들로 지상과 천상을 연결했다.
성인의 훌륭한 행실은 많은 수도자에게 교훈이 되었고, 그의 명성도 날로 높아져 갔다. 기록에 의하면 성인은 725년 9월 1일 선종하였는데, 그의 무덤은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와 예루살렘으로 가는 순례길에 있었기 때문에 성인은 중세 때 유명했으며 공경 되었다.
“그가 가난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내주니 그의 의로움이 영원히 존속하리라.”(2코린 9,9)
축일 : 9월 1일 수호성인 : 장애인, 거지, 간호사 상징 : 베네딕토 수도회 복장, 사슴
[2019년 3월 3일 연중 제8주일 인천주보 5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