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스피리돈은 지중해 동부 키프로스(Cyprus) 섬 출신으로 원래는 양치기였다. 그는 결혼해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양을 치고 농사를 지으며 평범한 삶을 살았다. 신앙심이 깊었던 그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수도원에 들어갔고 그의 딸도 수녀원으로 들어갔다. 그는 비록 많이 배우지 못했고 또 촌스러웠지만, 뛰어난 덕행과 겸손으로 인해 오늘날 키프로스 남서부 파포스(Paphos) 인근의 외딴 지역인 트레미투스(오늘날의 트레미투사[Tremithousa])의 주교로 선출되었다. 그는 교구 신자들을 돌보는 와중에서도 때때로 양치기 일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가 거의 없고 전설적이지만 그가 양을 훔치려던 도둑들을 잡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는 도둑들과 함께 밤을 새워 기도한 후 그들을 풀어주면서 숫양 한 마리를 주어 보냈다고 한다. 옛 “로마 순교록”은 12월 14일 목록에서 키프로스 섬의 주교인 성 스피리돈이 신앙 때문에 갈레리우스 황제(305~311년 재위)의 그리스도교 박해 때 오른쪽 눈이 뽑히고 왼쪽 무릎힘줄이 끊기는 고통을 겪고 노동형을 선고받아 광산에서 강제노역을 한 증거자 중 한 명이었다고 했다. 또한 예언의 은사와 놀라운 기적을 행하는 성직자로 유명했고, 325년의 니케아(Nicaea) 공의회에 참석해 아리우스 이단을 추종하는 이들과 대적하며 그리스도교를 모욕하는 이교도 철학자를 참된 신앙으로 이끌었다고 전해주었다. 성 스피리돈은 348년경 선종했는데, 7세기에 그의 유해를 발굴해 콘스탄티노플의 사도 성당에 안치하였다. 그 후 1453년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후 그의 유해는 다시 그리스 서북부 이오니아해에 있는 코르푸섬(Corfu Is.)으로 옮겼고, 오늘날까지 성 스피리돈 성당에 안치되어 공경을 받고 있다. 성 스피리디온(Spiridion)으로도 불리는 그의 축일을 동방 교회에서는 12월 12일에 기념한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도 12월 12일로 그의 축일을 옮겨 키프로스 섬에서 양들의 참된 목자이자 주교인 성 스피리돈의 비범한 업적을 모든 사람이 경축한다고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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