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네레오(Nereus)와 성 아킬레우스(또는 아킬레오)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284~305년)의 그리스도교 박해 때 순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생몰 연대는 불분명하다. 확실한 것은 그들의 유해가 로마의 아르데아티나 가도(Via Ardeatina)에 있는 도미틸라(Domitilla) 카타콤바에 안치되었고, 교황 성 다마소 1세(Damasus I, 12월 11일)가 4세기 말에 그들의 무덤 묘비에 비문을 썼다는 것과 나중에 그들의 무덤 위에 그들에게 봉헌된 성당이 건립되었다는 것이다. 교황 성 다마소 1세는 비문에서 그들을 로마 황제에게 충성하던 군인이었으나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후 무기 일체를 내려놓고 더는 황제의 명령을 따를 수 없다며 진영을 떠나 그리스도인임을 고백하고 승리를 맛본 순교자라고 기록했다. 후대의 전설에서 성 네레오와 성 아킬레오는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조카딸 또는 로마의 집정관인 플라비우스 클레멘스(Flavius Clemens)의 조카딸 또는 부인이자 그리스도교 신자였던 성녀 플라비아 도미틸라(Flavia Domitilla, 5월 7일)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등장했다. 그런데 여러 전승이 섞이면서 역사적 신빙성이 부족한 이야기들이 전해졌다. 한 전승에 따르면, 성 네레오와 성 아킬레오는 그리스도교 신자인 성녀 플라비아 도미틸라를 죽이라고 파견된 군인들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모범적 생활에 감동해 오히려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어 자신들이 받은 명령을 거부하였다. 교황 성 다마소 1세는 이를 ‘신앙의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결국 성 네레오와 아킬레오는 성녀 플라비아 도미틸라와 함께 로마에서 폰자(Ponza) 섬으로 추방되었다. 이 세 사람은 트라야누스 황제가 통치하던 시기에 테라치나(Terracina) 섬으로 유배지를 옮겼는데, 성 예로니모(Hieronymus, 9월 30일)는 그들의 추방 과정 자체가 하나의 긴 순교록이라고 표현했다. 이 섬에서 성녀 플라비아 도미틸라는 화형을, 그리고 성 네레오와 성 아킬레오는 참수형을 받고 순교하였다. 그런데 또 다른 전승에 기초한 옛 “로마 순교록” 5월 12일 목록에 따르면, 성 네레오와 성 아킬레오는 군인이 아니라 성녀 플라비아 도미틸라를 섬기는 시종 형제로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의 주인에게 결혼보다 동정녀의 삶을 권고했고, 약혼자의 고발로 성녀 플라비아 도미틸라와 함께 폰티아(Pontia) 섬으로 유배 가서 오랫동안 지냈다. 그 후 집정관에게 모진 채찍질을 당하며 우상에게 희생제물을 바치도록 강요받았지만, 당당히 자신들은 사도 성 베드로(Petrus, 6월 29일)에게 세례를 받았고 우상에게 희생제물을 드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결국 그들은 참수되었고, 그들의 거룩한 유해는 성녀 플라비아 도미틸라와 함께 교황 클레멘스 8세(Clemens VIII)의 명으로 성 하드리아노 성당 성해실로 장엄하게 이장되었다. 성 네레오와 성 아킬레오는 이미 고대 교회 때부터 순교자로서 공경받았고, 그들의 이름이 5세기 로마의 축일표에 기재되었다. “젤라시오 전례서”(Sacramentarium Gelasianum)에도 그들의 축일 미사 전례문이 수록되어 있다. 398년 교황 성 시리치오(Siricius, 11월 26일)는 그들을 기념해서 도미틸라 카타콤바 위에 성당을 세웠고, 이 성당에서 성 대 그레고리오 1세(Gregorius I, 9월 3일) 교황은 재임 중 그들을 기념하여 다음과 같은 강론을 했다. “이 성인들은 세상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발아래 놓았습니다.” 800년에 교황 성 레오 3세(Leo III, 6월 12일)는 그들을 기념하는 새 성당을 지었고, 이 성당은 16세기에 교회사학자로 유명한 카이사르 바로니우스(Caesar Baronius) 추기경에 의해 재건축되었다. 바로니우스 추기경의 청으로 성녀 플라비아 도미틸라의 이름이 1595년에 옛 “로마 순교록”과 로마 보편 전례력에 추가되었지만, 역사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1969년 전례력을 개정하면서 삭제되었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5월 12일 목록에서 성 네레오와 성 아킬레오에 대해 교황 성 다마소 1세의 비문을 중심으로 로마제국의 군인이었다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무기를 내려놓고 신앙을 고백하며 순교한 뒤 아르데아티나 가도에 있는 도미틸라 카타콤바에 묻혔다고만 기록하였다. 성녀 도미틸라에 대해서는 성 네레오와 성 아킬레오와 연관 없이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 때문에 폰차(Ponza) 섬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순교했다고 5월 7일 목록에서 기록하고 있다. 오늘날 로마 보편 전례력은 5월 12일에 성 네레오와 성 아킬레오 순교자 또는 성 판크라시오(Pancratius) 순교자를 기념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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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아킬레오(5.1 ...] | 금주의 성인: 성 네레오와 성 아킬레오 | 주호식 | 2023/05/09 | 87 | 0 |
1 | [아킬레오(5.1 ...] | 성 네레오와 성 아킬레오 순교자 독서기도 | 주호식 | 2006/01/08 | 240 |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