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안젤라 메리치는 1474년 3월 21일 이탈리아 북부 가르다(Garda) 호수 남쪽에 있는 데센자노(Desenzano)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그리스도인 부모로부터 경건한 신앙 교육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성인전을 즐겨 읽으며 성인들의 금욕생활에 감명받아 스스로 금욕을 실천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이미 여러 형제를 잃는 아픔을 겪었고, 10살 또는 13살 때 첫영성체를 한 후 평생 동정을 지키겠다고 결심했는데, 쌍둥이같이 자라던 언니와 브레시아 시민으로 하급 귀족 출신 농부인 아버지 조반니 메리치(Giovanni Merici)와 존경받는 가문 출신인 어머니 카테리나 비안코시(Caterina Biancosi)를 연달아 여의고 고아가 되었다. 그 뒤로 하나 남은 여동생과 함께 외삼촌의 보살핌을 받으며 휴양지로 유명한 살로(Salo)에서 살게 되었다. 하지만 여동생마저 노자성체를 모시지 못하고 갑자기 죽었을 때 어린 나이의 성녀 안젤라는 큰 슬픔에 빠졌다. 게다가 도시의 비도덕적이고 향락적인 모습은 그녀에게 더 깊은 상처를 주었고, 그들의 영혼을 위해 산에 올라가 조용히 기도하곤 하다가 작은 형제회의 재속회(제3회)에 입회하여 기도와 가난, 극기의 생활을 철저히 실천하며 이웃을 위한 속죄의 제물로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였다. 그녀가 스무 살쯤 되었을 때 부모처럼 자신을 돌봐주던 외삼촌마저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고향 데센자노로 돌아와 가난하고 소박한 생활을 하면서도 엄격한 고행을 실천하고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특히 주위의 가난한 아이들이 교육의 기회도 얻지 못하고 신앙 교육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워 마을 소녀들에게 기도와 교리문답 등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집을 학교로 바꾸고 같은 뜻을 가진 여성들의 도움을 받아 동네 미혼 소녀들을 돕기 위한 모임을 조직하여 세탁, 바느질, 요리, 간호 등으로 교육 내용을 확대해 나갔다. 그렇게 기도와 봉사에 헌신하던 무렵 성녀 안젤라는 ‘브루다초의 계시’(Vision di Brudazzo)라고 불리는 놀라운 환시를 경험했다. 브루다초 들판에서 기도하던 그녀에게 아름다운 옷을 입고 머리를 장식한 동정녀들이 나타났는데, 그들 중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도 있었다. 그들은 브레시아에 선택받은 동정녀들의 모임을 만들라는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천사들의 옹위를 받으며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그즈음 성녀 안젤라는 휴양하기 위해 데센자노에 온 브레시아의 귀족 파텐돌라(Patendola) 가족과 친밀하게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두 아들을 잃고 슬퍼하는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1516년에 브레시아를 방문했다가 그들의 청으로 그곳에 머물게 되었다. 당시 브레시아 사람들은 신앙에 무지하고 도덕적으로도 문란한 삶을 살고 있었다. 상류층의 사치스러운 생활에 비해 서민들은 궁핍했고, 그들의 자녀들은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을 수 없었다. 성녀 안젤라는 죄인들의 영혼을 위해 속죄와 금욕생활을 하는 한편 데센자노에서 했듯이 청소년들에게 종교 교육을 시행하였다. 교육을 통해 가정과 사회를 정화하고 신앙적으로 성숙하도록 만들고자 했다. 특히 성녀 안젤라는 모든 계층의 소녀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펼쳤는데, 동정을 지키며 신앙생활을 살고자 하는 소녀들에게 그녀의 삶은 모범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일상적인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그녀의 현명함과 모성적 자비로움은 곧 브레시아 사람들에게 자랑이 되었고, 그녀는 ‘브레시아의 안젤라’(Angela di Brescia) 또는 간단히 ‘마드레’(Madre, ‘어머니’)로 불리게 되었다. 1524년 50세가 된 성녀 안젤라는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 성지 순례길에 올랐다. 그녀는 일행과 함께 잠시 크레타섬(Creta Is.)에 머물렀는데, 그곳에서 갑자기 실명하고 말았다.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순례할 것을 고집했고, 직접 보지는 못해도 동료들의 설명을 열중해서 들으며 간절히 기도하였다. 그리고 순례에서 돌아오는 도중 크레타섬의 같은 장소에서 다시 시력을 회복하는 기적을 체험하였다. 다음 해에 교황 클레멘스 7세(Clemens VII)는 특별 성년을 선포하며 순례를 권장하였다. 성녀 안젤라는 성년의 은총에 참여하고자 로마(Roma)를 방문했는데, 그녀의 활동을 알고 있던 교황은 로마에 머물며 수녀들과 함께 자선 기관의 운영을 맡아달라고 요청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부르심은 지역의 가난한 소녀들을 돌보는 것이라 확신하고, 그들을 위한 동정녀들의 모임을 시작하려는 뜻을 밝히고 교황의 허가를 받은 후 브레시아로 돌아왔다. 그런데 1528년에 카알 5세와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브레시아가 점령당하자 성녀 안젤라는 크레모나(Cremona)로 피난을 갔고, 그곳에서 심한 병을 앓아 거의 죽을 지경까지 갔다. 하지만 탈혼을 경험하고 나서 다시 건강을 회복한 성녀 안젤라는 1529년 성모 성지인 몬테 바랄로(Monte Varallo)를 순례하고, 1530년 전쟁이 끝나자 브레시아로 돌아와 뜻을 같이하는 12명의 동정녀와 함께 이듬해에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었다. 그리고 1535년 11월 25일, 60세가 넘은 성녀 안젤라는 28명의 젊은 동정녀와 함께 브레시아의 성녀 아프라(Sant’Afra) 성당에 모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성체를 모신 후 성녀 안젤라가 만든 규칙에 따라 청빈, 정결, 순명을 지키며 일생을 가난한 소녀들을 가르치는 일에 헌신할 것을 서원하였다. 이렇게 해서 ‘우르술라회’(Ordo Sanctae Ursulae, OSU)가 공식적으로 설립되었고, 1537년 성녀 안젤라가 초대 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성녀 우르술라(Ursula, 10월 21일)는 영국 출신의 동정 순교자로 성녀 안젤라가 어려서부터 성인전을 통해 매료되었던 성녀였다. 우르술라회는 특별히 소녀들의 교육에 투신하고자 했다. 초기에 그들은 가족을 떠나지 않고 자신들의 삶의 자리에서 수도복이 아닌 단순한 복장으로 환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직접 방문하며 그들에게 봉사하였다. 특히 청소년에게 종교 진리를 가르치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데 전념하면서 우르술라회는 청소년 교육, 특히 가톨릭 여성 교육에 크게 이바지한 최초의 교육 수녀회로 성장하였다. 성녀 안젤라는 1540년 1월 27일 선종하여 산탄젤라 메리치(Sant’Angela Merici) 성당으로 불리게 된 산타프라(Sant’Afra) 성당에 안치되었다. 성녀 안젤라 메리치는 1768년 교황 클레멘스 8세에 의해 시복되었고, 1807년 5월 24일 교황 비오 7세(Pius VII)에 의해 성인품에 오르며 ‘우르술라회의 창립자’라는 칭호를 부여받았다. 우르술라회는 처음에 각자의 집에 살면서 교육 사업에 헌신하는 동정녀들의 수도회로 시작했으나 후대에 공동생활을 하며 성 아우구스티노의 수도 규칙을 실천하는 수도회로 발전하였다. 옛 “로마 순교록”은 1월 27일 목록에서 이탈리아 북부 브레사노네(Bressanone)에서 어린 소녀들을 주님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우르술라 수녀회를 설립한 성녀 안젤라 메리치 동정녀를 기념하는데, 교황 비오 7세의 특전으로 5월 31일에 그녀의 축일을 기념한다고 전해주었다. 그 당시 1월 27일은 이미 오늘날 9월 13일에 축일을 기념하는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Joannes Chrisostomus)의 축일로 지내고 있었다. 1955년 교황 비오 12세는 5월 31일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로 지내기 위해 그녀의 축일을 6월 1일로 다시 이동하였다. 그리고 1969년 전례력 개정 이후 성녀 안젤라 메리치의 축일은 선종한 날인 1월 27일에 로마 보편 전례력 안에서 선택 기념일로 지낼 수 있도록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도 1월 27일 목록에서 성녀 안젤라 메리치가 동정녀로서 작은 형제회의 제3회에 처음 입회해 젊은 여성을 모아 애덕 실천을 훈련하고, 그런 다음 성 우르술라회라는 이름의 여성 수도회를 설립하여 세상에서 완덕의 삶을 추구하며 청소년들에게 주님의 길을 교육하는 사명을 맡긴 후 브레시아에서 하느님께 돌아갔다고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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