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에메리쿠스(Emericus, 또는 에메리코)는 헝가리라는 나라를 창건한 최초의 왕이자 헝가리를 그리스도교 국가로 만든 성 스테파노(Stephanus, 8월 16일)와 복녀 기셀라(Gisela, 5월 7일)의 자녀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이었다. 성 스테파노 왕은 자신의 후계자로서 왕위를 물려줄 성 에메리코가 신앙 안에서 훌륭한 인격을 지닌 왕자로 자라도록 가르쳤고, 훗날 크사나드(Csanad)의 주교가 된 성 제라르도 사그레도(Gerardus Sagredo, 9월 24일)에게 아들의 교육을 부탁했다. 경건하고 금욕적인 삶을 실천하며 훌륭하게 성장한 성 에메리코는 아버지를 뜻에 따라 비잔틴 황제의 딸과 결혼했으나 순결을 지켰다고 한다. 성 스테파노 왕은 1031년에 아들 중 유일하게 성년이 된 성 에메리코를 공동 섭정으로 삼고 왕위를 공고히 물려줄 계획이었는데, 불행히도 대관식을 며칠 앞둔 9월 2일 곰 사냥을 나갔다가 멧돼지의 습격을 받아 불과 24살의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성 에메리코의 시신은 성 스테파노가 오늘날의 부다페스트(Budapest) 남서쪽 세케슈페헤르바르(Szekesfehervar)에 지은 성모 승천 대성당에 묻혔고, 그의 무덤에서 수많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전해지고 있다. 1083년에 성 라디슬라오(Ladislaus, 6월 30일) 왕은 헝가리를 그리스도교 국가로 만들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성 스테파노 왕과 성 에메리코 왕자 그리고 ‘헝가리의 사도’로 불리는 성 제라르도 사그레도 주교의 시성을 추진해 교황 성 그레고리오 7세(Gregorius VII, 5월 25일)의 승인을 받았다. 그로써 헝가리는 최초로 세 명의 성인을 모시게 되었다. 교회 미술에서 성 에메리코는 왕자 복장에 왕관을 쓰고 순결을 상징하는 백합을 들고 있거나 기사 갑옷을 입은 모습으로 자주 묘사된다. 옛 “로마 순교록”은 11월 4일 목록에서 헝가리의 알바 레지아(Alba Regia, 세케슈페헤르바르의 라틴어 지명)에서 성 스테파노 왕의 아들인 성 에메리코가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주었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도 같은 날 목록에서 오늘날 헝가리의 세케슈페헤르바르에서 성 스테파노 왕의 아들인 성 에메리코가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고 기록하였다. 성 에메리코는 성 헨리쿠스(Henricus, 또는 헨리코)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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