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우르술라는 4세기경 독일 쾰른에서 11,000명의 동정녀와 함께 순교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들의 순교에 얽힌 이야기는 중세 때 널리 읽힌 복자 야고보 데 보라지네(Jacobus de Voragine, 7월 13일)의 “황금 전설”(Golden Legend)이란 성인전에 수록되어 있다. 전설적 이야기에 따르면, 성녀 우르술라는 영국에서 그리스도교 신자인 어느 왕의 딸로 태어났다. 성녀 우르술라는 이교도 왕의 아들에게 청혼을 받았으나 결혼보다는 동정녀로 살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래서 어렵게 3년이란 시간을 얻어 귀족 가문의 처녀 10명과 함께 여행길에 나섰고, 그 사이에 비신자인 왕자는 교리 공부를 하고 세례받을 것을 약속받았다. 성녀 우르술라와 10명의 처녀들은 각각 1,000명의 처녀들을 데리고 11척의 배에 나눠 타고 항해를 떠났다. 약속한 기간인 3년이 지나자 약혼자는 성녀 우르술라를 불러들이고자 했다. 그런데 강풍이 불어 성녀 우르술라와 그 일행이 탄 배가 영국 해안에서 떠밀려 멀리 유럽 대륙의 쾰른까지 내려갔다. 쾰른에 도착한 성녀 우르술라와 동료 동정녀들은 육로로 이탈리아의 로마로 가서 교황의 환영을 받았다. 그리고 일행 중에 아직 세례받지 않은 모든 동정녀에게 세례를 주고 다시 쾰른으로 돌아왔다. 성녀 우르술라와 그 일행이 쾰른으로 돌아왔을 때 그 도시는 이미 훈족에게 포위당한 상태였다. 약탈과 살인을 일삼던 포악한 훈족의 족장은 성녀 우르술라의 미모에 반해 청혼했으나 거절당했다. 화가 난 족장은 성녀 우르술라와 그 일행에게 신앙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며 혹독한 고문을 자행했으나 성녀 우르술라의 지도를 받은 동정녀들은 배교하지 않고 끝까지 신앙을 지키다가 모두 순교했다고 한다. 성녀 우르술라와 11,000명의 동료 순교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중세 시대에 가장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순교 이야기 중 하나였다. 10세기부터 이들의 순교 이야기에 11,000명이란 동정녀 숫자가 명시되기 시작했는데, 사실 11,000이란 숫자는 ‘XIMV’을 후대의 필사자가 잘못 읽은 데서 기인했다고 한다. 본래 이 표기는 ‘11명의 동정 순교자’(11[XI] Martyres Virgines)라는 의미인데, 이를 ‘11,000명의 동정녀’(11[XI] Milla Virgines)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즉 ‘M’이란 글자를 ‘순교자’가 아닌 ‘천(千)’이란 숫자로 잘못 해석한 것이다. 그런데 1152년 쾰른에서 고대 로마 비석 발굴로 순교자들의 이름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성녀 우르술라 일행에 관한 전설이 더욱 확고하게 정착되었다. 1535년 브레시아(Brescia)의 성녀 안젤라 메리치(Angela Merici, 1월 27일)는 특별히 소녀들의 교육과 가톨릭 여성 교육에 헌신하는 수도회를 설립하면서 성녀 우르술라의 이름을 따서 ‘우르술라회’로 명명하였다. 이 수도회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여러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성녀 우르술라에 관한 이야기도 전 세계로 퍼지게 되었다. 그러나 18세기 중엽 교황 베네딕토 14세(Benedictus XIV)가 성녀 우르술라 외에 엄청난 숫자의 ‘일행 순교자들’에 대한 언급을 옛 “로마 순교록”에서 삭제했고, 1969년 로마 보편 전례력 개정 때는 성녀 우르술라 이름도 빠졌다. 그래서 보편 전례력 안에서 성녀 우르술라의 이름을 찾을 수는 없지만, 여전히 여러 지역교회에서 성녀 우르술라는 가톨릭 교육(특히 여성 교육), 교육자와 교사들, 학생들, 선종(善終)의 수호성인으로 공경을 받고 있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10월 21일 목록에서 독일 쾰른에서 그리스도를 위해 순교로써 삶을 마감한 성녀 우르술라와 동료 동정 순교자들을 기념해 그 자리에 대성당이 봉헌되었다고 기록하였다. 성녀 우르술라는 오르솔라(Orsola)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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