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임치백 요셉(Josephus)은 서울서 멀지 않은 한강변의 어느 외교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 모친을 잃고 홀아버지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는 10여년 동안을 글방에 다녔고, 무술과 예도를 배워 향락을 즐기는 친구들과 상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성품은 유순하고 효심이 지극한 까닭에 덕을 거슬린 적은 없었다고 한다. 가정을 이룬 후 1830년경에 아내와 아들을 먼저 입교하여 그에게도 세례받기를 권하였으나 그는 항상 “뒷날에 입교하겠다.”고 말하며 미뤘지만, 신자들을 깊이 신뢰하여 그들을 형제와 같이 사랑하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을 무엇보다도 즐겁게 여겨 몸 둘 곳이 없는 신자 4, 5명을 그의 집에서 살게 하였다. 1835년에 박해가 일어나 마을에서 가까운 몇몇 신자가 잡히자 그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하였고, 자진해서 포졸이 됨으로써 더욱 열심히 그들을 도와주었다. 1846년 6월 선주였던 아들 임성룡이 김대건 신부를 따라 연평도로 나갔다가 함께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이 갇힌 해주까지 달려가 아들의 석방을 청하였다. 이때 황해도 감사는 그의 요구를 묵살하고 도리어 그를 옥에 가두었다가 서울로 압송하였다. 서울로 잡혀온 그는 포청의 옥에서 김대건 신부를 만나 불타는 신부의 말을 듣고 크게 감동하여 어느 날 갇힌 신자들에게 “나도 오늘부터는 성교회를 믿겠소. 너무 오랫동안 끌어왔었소.”라고 말하였다. 김 신부는 그날부터 기도문을 가르쳐 요셉이라는 본명으로 세례를 주었다. 전에 임 요셉과 친하게 지내던 포졸들은 그의 목숨을 구하려고 배교하기를 권하였으나 그는 “천주는 나의 임금이시며 아버지시다. 나는 천주를 위하여 죽을 결심을 하고 있고, 이미 죽은 사람이니 다시는 그러한 말을 하지 말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며칠 후 형리들은 그의 아들과 며느리를 데리고 와서 자식들의 처지를 보아서 배교하라고 말했지만, 인정에 끌려 천주를 버릴 수 없다고 하자 형리들은 노하여 그를 거꾸로 매달고 물매질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형리들에게 “당신들은 죽은 사람을 때리니 헛수고만 하는 것 아니오”라고 태연히 말하였다. 그 후 3개월이 지나 그는 곧 사형선고를 받으리라는 소문이 들리자 즐거운 마음으로 신자들에게 “나는 본래 아무런 공적도 없었는데 천주의 특별한 은혜로 여러분보다 앞서서 천국에 가게 되면 반드시 천국에서 내려와 여러분의 손을 붙잡고 아버지이신 천주의 나라로 안내할 터이니 여러분도 용기를 내시오” 라고 말했다. 그 후 포장 앞에 끌려가 다음과 같은 말을 주고받았다. “네가 천주교를 믿는다니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옥에 온 뒤로부터 경문을 배우고 있습니다.” “십계명을 외워보아라.” “아직 모두 외우지 못합니다.” “십계명도 모르면서 어떻게 천국에 갈 수 있느냐? 천국에 가려면 여기 있는 이 마티아처럼 유식해야 한다.” 하고 말하자, 요셉은 머리를 흔들며 큰 소리로 대답하였다. “자녀가 무식하면 효도할 수 없습니까? 아닙니다. 무식한 자녀들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부모께 대한 책임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저는 배운 것은 없으나 천주께서 저의 아버지이신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였다. 이에 포장은 그를 고문하라고 명하여 대꼬챙이로 요셉의 살을 찌르게 하고 세 번이나 주리를 틀게 하였다. 이 때 요셉이 신음소리를 내자 포장은 “만일 네가 그러한 소리를 내면 그것으로써 배교행위라고 보겠다.”라고 소리치자, 요셉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잔악한 고문을 받아 결국 정신을 잃고 밖으로 끌려나왔다. 그 후에도 요셉은 거듭 고문을 받았으나 변함이 없자, 때려죽이라는 명령이 내려져 정오부터 해질 때까지 물매질을 가하였으나 목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그를 옥안으로 끌고 가서 목을 졸라 죽였다. 이때가 1846년 9월 20일이요, 그의 나이 43세였다. 그는 1925년 7월 5일 교황 비오 11세(Pius XI)에 의해 시복되었고, 1984년 5월 6일 한국 천주교회 창설 200주년을 기해 방한한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Joannes Paulus II)에 의해 시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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