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게라르두스 사그레도(Gerardus Sagredo, 또는 제라르도 사그레도)는 980년 4월 23일 이탈리아 베네치아(Venezia)의 귀족인 사그레도 가문의 후손으로 태어나 같은 날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어려서 병약했던 그는 부모에 의해 베네치아의 산 조르조(San Giorgio) 섬에 있는 산 조르조 마조레(San Giorgio Maggiore) 수도원에 맡겨졌고, 회복되면 하느님께 봉헌하겠다던 부모의 약속대로 건강을 회복한 후 수도원에서 성장해 성 베네딕토회 수도승이 되었다. 그는 볼로냐(Bologna)로 가서 문법과 음악, 철학과 법률 등을 공부해 뛰어난 학식을 쌓았고, 나중에 산 조르조 마조레 수도원으로 다시 돌아와 수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하지만 그는 성 예로니모(Hieronymus, 9월 30일)처럼 예루살렘 성지에서 고적한 은수자의 삶을 살고 싶어 1015년에 베네치아를 떠났다. 그런데 악천후로 인해 배가 달마티아(Dalmatia, 오늘날의 크로아티아 지방) 해안으로 표류하고 말았다. 그는 성 베네딕토회의 판논할마(Pannonhalma) 수도원의 가우덴티우스 원장의 도움으로 일단 헝가리에 정착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콘스탄티노플을 거쳐 성지로 쉽게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페치(Pecs)의 마우루스(Maurus) 주교의 도움을 받으며 머물던 중 헝가리의 국왕 성 스테파노(Stephanus, 8월 16일)를 소개받았다. 그의 설교에 감동한 국왕은 성 제라르도 사그레도에게 떠나지 말고 헝가리에 남아 헝가리인들의 복음화에 힘써주고, 자신의 유일한 왕자인 성 에메리코(Emericus, 11월 4일)의 교육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그는 헝가리인들의 복음화를 위해 애쓰며 7년 동안 성 에메리코 왕자를 지도해 훌륭한 그리스도인 왕자로 성장하도록 도왔다. 그리고 1023년경부터 바코니벨(Bakonybel) 수도원 인근 숲속의 은둔소로 가서 고적한 생활을 하며 묵상과 성경 연구에 매진했다. 하지만 1030년경 성 스테파노 왕은 다시금 그를 불러 헝가리 남부에 새로 설립한 크사나드 교구(오늘날의 세게드-크사나드[Szeged-Csanad] 교구)의 첫 주교로 그를 임명하였다. 그는 주교로서 관상 생활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병자들을 돌보고 친절한 주교로서 많은 이들을 신앙으로 인도했다. 또한 성 베네딕토회의 도움을 받아 교구를 체계적으로 조직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1038년에 왕위 계승권을 둘러싼 친척 간의 암투와 음모로 큰 시련을 겪고 건강마저 악화한 성 스테파노 왕이 성모 승천 대축일에 선종하면서 성 제라르도 사그레도는 선교활동에 큰 위기를 맞이했다. 그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떠나 과거의 우상 숭배로 돌아가려는 새로운 왕을 만나기 위해 가던 중 오늘날의 부다페스트(Budapest) 근처에서 한 무리의 군인들이 던진 돌에 맞아 무참히 살해당했다. 나중에 그가 살해당한 언덕은 그의 이름을 따서 ‘겔레르트 언덕’(Gellert Hill)으로 불리게 되었다. 일부 전승에서는 이교도들이 그를 통에 담아 다뉴브강으로 던졌다고 한다. 성 제라르도 사그레도 주교는 순교자로 공경받으며 부다(Buda)의 성모 성당에 묻혔다가 1053년에 그의 후임자에 의해 크사나드 대성당으로 옮겨 소박한 석관에 안치하였다. 1083년에 헝가리의 성 라디슬라오(Ladislaus, 6월 30일) 왕은 교황 성 그레고리오 7세(Gregorius VII, 5월 25일)에 의해 성인품에 오른 성 스테파노 왕과 성 에메리코 왕자 그리고 성 제라르도 사그레도 주교의 유해를 헝가리의 주교들과 수도원장, 고관들의 회의를 소집하여 장엄한 예식으로써 공경하도록 했다. 성 제라르도 사그레도는 ‘헝가리의 사도’로 불리며 부다페스트와 헝가리의 수호성인 중 한 명으로 높은 공경을 받고 있다. 16세기 초 농민전쟁으로 크사나드 수도원과 그의 무덤이 파괴되었는데, 그의 유해는 이미 14세기에 대부분 베네치아 공국 무라노섬(Murano Is.)의 성모 마리아와 성 도나토(Santa Maria e San Donato) 성당으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그는 베네치아 최초의 순교자로서 사그레다 가문에 속한 성 제라르도 사그레다로 큰 공경을 받았다. 2002년 그의 유해는 헝가리 교회에 인계되어 현재 부다페스트 교구 성당으로 옮겨 안치하였다. 옛 “로마 순교록”은 9월 24일 목록에서 헝가리의 사도로서 주교이자 순교자인 성 제라르도가 베네치아 공국의 귀족 출신으로서 자기 나라에 순교의 영광을 처음으로 드높인 사람이었다고 전해주었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같은 날 목록에서 오늘날 헝가리 영토인 크사나드의 주교이자 순교자인 성 제라르도 사그레도는 성 스테파노 왕의 아들인 성 에메리코의 스승이었으며 일부 지역 이교도들의 반란으로 다뉴브강(Danube R.) 근처에서 돌에 맞아 순교했다고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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