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루치아(Lucia)는 시칠리아섬(Sicilia Is.)의 시라쿠사(Siracusa)에서 부유한 귀족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그리스도교 신앙을 배워 신심 깊은 아이로 성장했으나 불행히도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었다. 아직 어린 소녀였던 성녀 루치아는 스스로 하느님께 동정을 서원했는데, 어머니조차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일찍이 남편을 잃고 홀로 된 어머니 에우티키아(Eutychia)는 한 귀족 청년의 청혼을 허락하며 딸의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원했다. 그러나 스스로 동정을 서원했던 성녀 루치아는 자신의 결심을 어머니에게조차 말하지 못하고 오로지 기도에만 매달렸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불치의 병에 걸리자 성녀 루치아는 카타니아(Catania)에 있는 성녀 아가타(Agatha, 2월 5일)의 무덤에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난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간절히 기도하였다. 기도의 은총으로 어머니의 병이 치유되자 성녀 루치아는 동정으로 살고 싶은 뜻을 밝히고 어렵게 어머니의 허락을 받았다. 동정 생활을 허락받은 성녀 루치아는 자신의 결혼 지참금마저 모두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러자 성녀 루치아에게 청혼했던 젊은이는 자신의 소유가 될 재산이 사라진 것에 분개해 성녀 루치아가 그리스도인이며 로마제국의 법을 어겼다고 고발하였다. 이때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박해가 절정에 달한 시기였기에 성녀 루치아는 즉각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녀는 배교를 강요하며 심한 고문을 가하는 재판관 앞에서 “당신이 황제의 뜻을 따르기를 원하듯 나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그분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소원”이라고 당당히 자신의 신앙과 의견을 피력했다. 재판관은 도저히 그녀를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고 매음굴로 보내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여러 남자와 소 떼까지 이용해서 성녀 루치아를 끌어내려 했으나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그녀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화가 난 재판관은 성녀 루치아를 불에 태워 죽이려고 했으나 나무에 불이 붙지 않아 그 또한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박해자는 긴 칼을 성녀에 입속에 찔러 넣어 죽였다고 한다. 빛을 의미하는 ‘룩스’(Lux)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이름을 가진 성녀 루치아는 이런 모진 고문을 받을 때 눈알이 뽑히는 형벌까지도 받았다. 그러나 천사의 도움으로 뽑힌 눈알을 돌려받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성녀 루치아는 이름 그대로 어둠을 밝히는 빛나는 동정 순교자로서, 시력이 약하거나 시력을 잃은 이들과 눈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의 수호성인으로서 특별한 공경을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교회 미술에서 성녀 루치아는 순교의 상징인 종려나무 가지나 칼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자신의 두 눈알이 담긴 쟁반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많이 표현된다. 옛 “로마 순교록”은 12월 13일 목록에서 성녀 루치아가 모진 고문을 받고 순교에 이른 사실을 전해주었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도 살아 있는 동안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 등불을 켜 두었던 동정 순교자 성녀 루치아가 지지 않는 빛이신 주님과 함께 하늘나라의 혼인 잔치에 참석할 자격이 있었다고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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