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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조시모(Zosimus, 4월 4일)는 테오도시우스 2세 황제가 통치하던 5세기 중엽에 팔레스티나에서 태어났다. 그는 매우 젊은 나이에 팔레스티나에 있는 한 수도원에 들어가서 수도승이 되었고, 오랜 세월 은수자로 생활하면서 영적 지도자로 큰 명성을 얻었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하느님을 충실히 섬기던 성 조시모는 53세의 나이에 사제가 되어 요르단 강과 가까운 광야에 있는 엄격한 수도원으로 가서 지냈다. 그는 매년 사순시기가 되면 수도회의 관습대로 요르단 광야로 가서 40일 동안 금식하며 기도 생활에 전념하였다. 그러던 어느 해에 광야에서 사순시기를 지내고자 수도원과 20일 정도 떨어진 한적한 광야에서 시편을 읽으며 기도하려고 가던 중 충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던 이집트의 성녀 마리아(Maria)를 처음 만났다. 오랜 광야 생활로 인해 옷은 다 낡아 벗은 것과 다르지 않고, 연로하여 백발이 다 된 긴 머리카락이 어지럽게 헝클어진 모습이 사람이라 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성녀 마리아는 성 조시모에게 자기 몸을 덮을 망토를 던져달라고 청하였다. 그러고 나서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에 관해 이야기해주며 성주간 성목요일에 성체를 모시길 청했고, 성 조시모는 성체를 모셔와 그녀가 영하도록 하였다. 성 조시모는 그녀의 진실한 마음과 보속의 삶을 이해하고 이 통회의 여인에게 다음 해 성목요일에도 성체를 모셔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이듬해에 성 조시모가 왔을 때 성녀 마리아는 이미 죽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시신은 부패하지 않았다. 성 조시모는 성녀 마리아의 시신을 정중히 묻어주고 자신의 수도원으로 돌아와 다른 수도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다. 전설적 이야기에 따르면, 그녀의 시신 옆 모래 위에는 성체를 모시고 세상을 떠나는 자기를 묻어달라는 청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성 조시모는 지나가던 사자의 도움을 받아 땅을 파고 성녀 마리아를 묻어주었다. 이집트의 성녀 마리아에 관한 이야기는 그렇게 수도원 안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다가 예루살렘의 총대주교인 성 소프로니오(Sophronius, 3월 11일)가 처음 글로 기록해 오늘날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성 소프로니오가 기록한 “이집트의 성녀 마리아의 생애”에 따르면, 성녀 마리아는 344년경 상(上)이집트(Upper Egypt)의 어느 곳에서 태어났다. 12살까지 부모에게 그리스도교 교육을 받으며 신심 깊은 소녀로 자랐다. 그런데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그녀가 세상의 쾌락에 눈뜨면서 부모의 집을 도망 나와 하(下)이집트(Lower Egypt)의 대도시인 알렉산드리아(Alexandria)로 갔다. 그곳에서 17년 동안 창녀로 살며 세상이 주는 즐거움을 탐했다. 그러던 중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을 경축하기 위해 순례자들이 예루살렘으로 떠나는 것을 보고 그들과 함께 배에 올랐다. 그들을 따라나선 것은 순례를 위해서가 아니라 타향에 대한 호기심과 많은 순례자 사이에서 몸을 팔면 좀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예루살렘에 도착한 뒤에도 습관적으로 순례자들을 유혹해서 번 돈으로 생활해 갔다. 어느 날 그녀는 ‘참된 십자가’를 현양하는 사람들을 따라 주님 무덤 성당에 들어가려 했지만, 보이지 않는 신비스러운 힘에 막혀 한 발짝도 뗄 수가 없었다. 이에 두려운 마음이 든 성녀 마리아는 자신의 불결한 생활 때문에 하느님께서 거부하시는 것으로 생각해 오랜 세월 동안 느끼지 못했던 통회의 마음이 솟아올랐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그녀는 성당 밖에 걸려 있던 성모 마리아 이콘을 보여 간절히 용서를 청했다. 그리고 이제부터 세상을 떠나 사막으로 들어가 참회하며 고행자로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다음 비로소 성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녀는 거룩한 십자가 유물에 공경을 표한 후 자신이 기도했던 이콘 앞으로 와서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그때 그녀는 “요르단 강을 가로질러 요한 세례자가 살았던 광야, 예수가 세례받은 곳으로 가서 영광스러운 안식을 찾아라.”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길로 즉시 빵 세 덩이만 들고 광야로 들어간 성녀 마리아는 47년을 성 요한 세례자처럼, 광야의 열매와 거친 음식을 먹으며 속죄의 삶을 살다가 성 조시모를 만나 성체를 영하고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코르토나(Cortona)의 성녀 마르가리타(Margarita, 2월 22일)와 함께 대표적인 통회자로 알려진 이집트의 성녀 마리아의 생애에 대해서는 자료에 따라 의견도 분분하고 일부 학자들은 그녀의 존재를 의심하기도 한다. 성인전(Acta Sanctorum) 편찬에 종사하는 예수회원들인 볼란드 성인전 편찬회(Bollandists)는 성녀 마리아의 죽음을 421년 또는 530년경으로 보고 있다. 옛 “로마 순교록”은 4월 2일 목록에서 통회자인 이집트의 성녀 마리아의 죽음을 기념한다고 적었다. 그런데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동방 정교회와 같은 날인 4월 1일로 옮겨 팔레스티나에서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유명한 통회자인 성녀 마리아가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에서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전구로 회개한 후 요르단 강 건너편으로 가서 고독 속에서 참회 생활한 것을 기념한다고 기록하였다. 성 조시모는 조시마(Zosima) 또는 조시마스(Zosimas)로도 불리며, 전통적으로 4월 4일에 축일을 기념해왔다. 옛 “로마 순교록”도 그날 목록에서 팔레스티나에서 이집트의 성녀 마리아의 유해를 묻어준 은수자 성 조시모를 기념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성 조시모에 대해서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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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김정진 편역, 가톨릭 성인전(상) - '이집트의 성녀 마리아 통회자', 서울(가톨릭출판사), 2004년, 248-250쪽.
- 야코부스 데 보라지네 저, 변우찬 역, 황금 전설 : 성인들의 이야기 - '이집트의 성녀 마리아', 서울(일파소), 2023년, 342-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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