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배 마르티노(李中培, Martinus)는 경기도 여주의 양반 집안 출신으로, 본디 용기와 힘이 남보다 뛰어나고 호쾌한 기개가 있었다. 반면에 그에게는 난폭하고 성을 잘 내는 성격도 있었는데, 이러한 성격은 그가 천주교에 입교한 뒤로 완전히 변하기 시작하였다. 이 마르티노가 처음 천주교 신앙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797년이었다. 이때 그는 사촌인 원경도 요한(元景道, Joannes)과 함께 평소에 가깝게 지내던 김건순 요사팟에게 천주교 교리에 대해 듣고는 곧바로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 다음 부친과 아내에게 교리를 전하였고, 이후로는 교회의 지시에 따라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특히 그는 누가 알게 되더라도 상관하지 않고 신앙을 고백하였는데, 그의 용감한 성격이 이를 뒷받침해 주었다. 1800년의 예수 부활 대축일에 이 마르티노는 사촌인 원 요한과 함께 동료의 집으로 가서 부활 삼종 기도를 바치고, 성가를 부르며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이 무렵에는 천주교 신앙을 뿌리 뽑으려는 마음을 갖고 있던 여주의 관장이 포졸들을 풀어 은밀히 신자들을 찾고 있었다. 바로 그때 천주교 신자들이 모임을 갖고 있다는 밀고가 들어왔고, 관장은 곧장 포졸들을 그곳으로 보내 신자들을 모두 체포하도록 하였다. 관청에 끌려가자마자 이 마르티노 일행은 배교를 강요당하면서 형벌을 받아야만 하였다. 이때 그들은 자주 이 마르티노의 굳센 용기와 격려로 힘을 얻어 굳건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 마르티노의 옥중 생활은 6개월이나 계속되었다. 그동안 그는 여러 차례 형벌을 받았으나 결코 신앙이 흔들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함께 있는 신자들이 굳건하게 신앙을 지킬 수 있도록 권면하였다. 또 그는 사촌인 원 요한의 늙은 여종이 옥으로 찾아와 그의 마음을 되돌리려고 하자 엄하게 꾸짖어 보냈으며, 심지어는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의 아버지를 설득하였다. “아버님, 저는 효의 근본을 잊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님도 저와 같은 신자이시니, 부자의 정을 넘어 더 높은 곳에서 이 사실을 바라본다면, 인정에 끌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배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본디 이 마르티노는 약간의 의술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옥중에서 보여준 그의 의술은, 평소 같아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적 같은 효험을 나타냈다고 한다. 목격자들은 한결같이 병을 치료받으려고 찾아온 사람들로 옥이 장터 같을 정도였고, 모든 이가 그 효험에 놀라워했다고 전하였다. 1800년 10월에 이 마르티노와 동료들은 경기 감영으로 이송되어 다시 형벌을 받아야만 하였다. 그리고 다음 해에 신유박해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자, 경기 감사는 옥에 갇혀 있는 신자들을 다시 끌어내 형벌을 가하면서 배교를 강요하였다. 그러나 이 마르티노는 이에 굴하지 않았으며, 동료들과 함께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서로 용기를 북돋워 나갔다. 감사는 마침내 최후 진술을 받아서 조정에 보고하였고, 조정에서는 ‘고향으로 돌려보내 처형함으로써, 그곳 백성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 마르티노는 동료들과 함께 여주로 압송되어 1801년 4월 25일(음력 3월 13일)에 참수형으로 순교하였으니, 이때 그의 나이는 50세가량이었다. 이에 앞서 경기 감사가 조정에 올린 이중배 마르티노의 사형 선고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천주교에 깊이 빠져 제사를 폐지하고 신주를 없앴으니, 그 죄는 만 번 죽어도 마땅합니다.” 이중배 마르티노는 대전교구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고자 한국을 사목방문한 교황 프란치스코(Franciscus)에 의해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동료 순교자 123위와 함께 시복되었다. 시복미사가 거행된 광화문 광장 일대는 수많은 순교자와 증거자가 나온 조선 시대 주요 사법기관들이 위치했던 곳이며, 또한 처형을 앞둔 신자들이 서소문 밖 네거리 · 당고개 · 새남터 · 절두산 등지로 끌려갈 때 걸었던 순교의 길이었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은 매년 5월 29일에 함께 축일을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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