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던 이재행 안드레아(李在行, Andreas)는, 충청도 홍주 출신으로 20세가 넘어서야 천주교 교리를 듣고 입교하였다. 본디 성격이 꼿꼿하고 관대하여 존경을 받았던 그는 신앙을 받아들이자마자 성실하게 교리를 실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고향에서는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산골에서 은거해 살았다. 이후 이 안드레아는 오랫동안 이곳저곳으로 이주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주 가난하게 되었지만, 언제나 인내심과 박애 정신을 보여 주었으며, 가족들이 올바르게 신앙생활을 하도록 이끌어 주었다. 그의 기도와 독서 생활, 부지런함과 덕행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1827년에 정해박해가 일어나자, 이 안드레아는 가족을 모아 놓고 주님의 뜻에 따라 순교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면서 격려하였다. 포졸들이 그의 집에 들이닥친 것은 경상도 순흥의 곰직이(현, 경북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에서 살고 있을 때였다. 포졸들이 쳐들어오자 그는 기꺼이 그들을 따라 안동으로 끌려갔다. 안동 관장은 이 안드레아가 끌려오자 천주교 신자임을 확인한 뒤, 혹독한 형벌을 가하면서 배교를 강요하였다. 그러나 그는 꿋꿋한 목소리로 이를 거부하고는 다음과 같이 신앙을 증언하였다. “천주는 만물을 창조하신 분이요, 모든 사람을 기르시는 가장 높은 아버지이십니다. 착한 일에는 상을 주고 악한 것을 벌하시는 이도 그분이십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분을 흠숭해야 할 본분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저도 그분을 흠숭하는 것입니다.” 안동에서 여러 차례 문초와 형벌을 받은 뒤 이 안드레아는 대구로 이송되었고, 여기에서 다시 배교를 강요당하면서 형벌을 받아야만 하였다. 그러나 그의 굳은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감사가 여러 차례 달콤한 말로 유혹하였지만, 그는 결코 천주교 신앙에 대한 믿음을 바꾸지 않았다. 이후 이 안드레아는 동료들과 함께 사형 선고를 받고, 12년 동안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만 하였다. 그러다가 1839년에 기해박해가 일어난 뒤, 다시 한 번 배교 여부를 묻는 문초가 있었는데, 이때 형조에서 임금에게 올린 사형 선고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재행은 여러 해 동안 천주교 교리를 외우고 익혔으며, 죽기로 맹세하고 뉘우치지 않으므로 법에 따라 처단하려고 합니다.” 당시까지 대구 옥에 갇혀 있던 신자는 이재행 안드레아와 김사건 안드레아(金思健, Andreas), 박사의 안드레아(朴士儀, Andreas) 등이었다. 그들은 임금이 사형 집행을 윤허하였다는 소식을 듣자 매우 기뻐하면서, 자신들이 쓰던 물건과 옷을 다른 죄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재행 안드레아는 1839년 5월 26일(음력 4월 14일) 마침내 동료들과 함께 형장으로 끌려 나가 참수형으로 순교하였다. 그때 이를 바라보는 죄수와 옥졸들이 모두 슬픔을 감추지 못하였는데, 이는 오랫동안 그가 보여 준 모범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순교 당시 이 안드레아의 나이는 63세였다. 이후 포졸들은 그의 시신을 수습한 뒤 예를 다하여 장사를 지내 주었으며, 신자들은 오랫동안 그를 특별히 공경하였다. 이재행 안드레아는 대전교구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고자 한국을 사목방문한 교황 프란치스코(Franciscus)에 의해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동료 순교자 123위와 함께 시복되었다. 시복미사가 거행된 광화문 광장 일대는 수많은 순교자와 증거자가 나온 조선 시대 주요 사법기관들이 위치했던 곳이며, 또한 처형을 앞둔 신자들이 서소문 밖 네거리 · 당고개 · 새남터 · 절두산 등지로 끌려갈 때 걸었던 순교의 길이었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은 매년 5월 29일에 함께 축일을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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