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던 박사의 안드레아(朴士儀, Andreas)는, 1827년 대구에서 순교한 박경화 바오로(朴--, Paulus)의 아들로, 충청도 홍주의 양반 집안에서 태어났다. ‘사의’는 그의 관명(冠名)이다. 박 안드레아가 태어났을 때 이미 그의 아버지는 천주교에 입교해 있었으며, 따라서 그는 집안의 신앙을 이어받으면서 성장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박 안드레아의 신앙심은 깊어져만 갔고, 모범적인 신앙생활은 주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특히 그는 효성이 지극하여 이웃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그 뒤 박 안드레아는, 가족과 함께 충청도 단양의 가마기라는 곳으로 이주하여 살았는데, 이곳에서도 얼마 안 되어 그의 신심과 효성, 애긍 생활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그의 가족은 고향의 재산을 버리고 온 터라 가난하였지만, 교우들이 집으로 찾아오면 모두가 이를 마다하지 않고 정성껏 대접하였다. 1827년의 정해박해가 발생한 뒤, 박 안드레아는 가족과 함께 아버지를 따라 경상도 상주 멍에목으로 이주하였다. 그리고 이해 4월 그믐경에 그의 가족은 교우들과 함께 주님 승천 대축일을 지내다가 상주 포졸들에게 체포되었다. 상주로 끌려간 박 안드레아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인내와 용기를 보여 주었다. 그는 어떠한 위협과 형벌에도 굴하지 않고 신앙을 증언한 뒤 대구로 압송되었다. 대구 감영에서도 박 안드레아는 여러 차례의 형벌을 신앙의 힘으로 참아 내었다. 반면에 노령인 아버지는 차츰 쇠약해지게 되었고, 이를 바라보는 그의 마음은 몹시 아플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는 관장에게 아버지를 보살펴 드릴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관장은 이러한 효성에 감동하여 그들 부자를 함께 신문하였고, 옥에서도 함께 있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 그가 옥중에서 보여준 효행은 모든 이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후로도 박 안드레아는 수많은 형벌과 옥중에서의 고통을 신앙의 힘으로 참아 냈다. 당시 조정에서는 대구 감사의 사형 선고문을 받고서도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박 안드레아는 동료들과 함께 12년 동안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만 하였다. 그러다가 1839년에 기해박해가 일어난 뒤, 다시 한 번 배교 여부를 묻는 문초가 있었는데, 이때 임금에게 올린 사형 선고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박사의는 천주교 교리를 배워 익혔으며, 마음을 다하여 이를 깊이 믿어 왔으므로 법에 따라 처단하려고 합니다.” 1839년 5월 26일(음력 4월 14일), 박사의 안드레아는 마침내 동료들과 함께 형장으로 끌려 나가 참수형으로 순교하였으니, 당시 그의 나이는 47세였다. 포졸들은 그의 시신을 수습한 뒤에 예를 다하여 장사를 지내 주었으며, 신자들은 오랫동안 그를 특별히 공경하였다. 박사의 안드레아는 대전교구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고자 한국을 사목방문한 교황 프란치스코(Franciscus)에 의해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동료 순교자 123위와 함께 시복되었다. 시복미사가 거행된 광화문 광장 일대는 수많은 순교자와 증거자가 나온 조선 시대 주요 사법기관들이 위치했던 곳이며, 또한 처형을 앞둔 신자들이 서소문 밖 네거리 · 당고개 · 새남터 · 절두산 등지로 끌려갈 때 걸었던 순교의 길이었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은 매년 5월 29일에 함께 축일을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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