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게시판

제목 [RE436,437] 실수담
작성자임용학 쪽지 캡슐 작성일1999-10-12 조회수1,617 추천수4 반대(0) 신고

†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요 밑에 글, 어느 분이 성가대의 존재가치(?)를 짤막하게 말씀하셨길래 아마도 ’그럼요’하고 동조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 다른 주장도 있음을 언급코져 합니다. 그 분을 개인적으로 공박하는 것이 아님을 사과드리고 저의 실수담부터 얘기 드리죠

 

지금의 미사 통상문이 개정되고 한 서너달쯤 지난 때에 주일날 미사해설을 맡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봉헌행렬 동안 열심히 성가를 따라 하기까지는 잘 진행되었는데, 행렬이 끝나면 사제의 권고가 이어지죠 "† 형제 여러분. 우리가 바치는 이 제사를 .... 받아주시도록 기도합시다." 하셨는데 아뿔싸! 그 다음이 뭐지??? 그만 "⊙ 사제의 손으로 바치는 이 제사가...." 생각 나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신자들도 아직은 익숙해 있지 않은 터라 많이 당황했죠,  미사통상문을 이리저리 뒤지는 소동이 한동안 계속되었고, 미사해설자가 맨트를 안하니 다른 신자들도 멍하니 있을 수밖에요, 가까스로 수녀님께서 시작을 해 주셨지만 한참동안 미사가 끊긴 상태로 있었죠  그다음 "일어서십시오" 하는 맨트도 놓치고 말았습니다. 작은 실수지만 많은 신자들에게 미사중 분심을 들게한 경

솔한 자세를 보인 셈이죠. 이 정도는 당연히 외우고 있었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그것이 봉사자의 자세라고 여겨집니다. 미사후 신자들의 눈총을 피해야만 했던 잘난체 하다 실수한 대목이었습니다.

 

성가대의 경우는 어떤가 봅시다

"대다수의 신자들이 5~10분 연습해서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노래만 한다면 성가대는 별로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표현으로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계시는데요 글쎄요!!! 몇가지만 짚어 보죠.

매주일 창미사곡을 성가책 순서대로 바꿔가며 노래한다면 이를 4성부로 자신있게 연주할 자신이 있는지요?

매주 층계송(응송)을 시편성가로 하는 성가대는 얼마나 될까요?

매주 영성체송을 시편성가로 하는 성가대는요?

(아주 쉬운 손상오 신부님의 곡으로 주중에 틈틈히 연습한다 치더라도 감을 잡기까지는 6개월 이상 걸릴걸요)

성가대원 자신이 봉헌행렬을 하고 있다면 과연 성가책 없이 4성부 성가를 이어갈 수 있을만큼 악보를 외우고 계신지?  

’거룩하시도다’와 성찬례 마침영광송의 ’아멘’을 오르간 전주없이 바로 시작하나요?

’주의기도’와 ’주님께 나라와 영광.....’ 을 전주없이 시작하기는요?

어쩔 수 없이 오르간 전주를 한다면 반주자가 신부님의 권고(기도) 직후 쉴틈없이 매끄럽게 진행하고 있나요? (전례순서를 익히기까지 꽤 숙달돼야 할텐데요?)

반주자가 악보 찾느라 순간을 놓치는 일이나 지휘자가 순서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일은 없나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하는 전레가 자꾸 끊기는 예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지금의 가톨릭 성가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성가대는 미안하지만 별로 못 본 것 같네요(너무 과소평가하는 건가요?)

핵심적인 것 하나만 더 봅시다, 비록 성가대원이라 할 지라도 만약 다른 본당에서 미사를 드릴 사정이 생겼을 때, 그 성당에서 성가책에도 없는 생소한 미사곡을 할 경우 악보만 보고 자신있게 따라할 수 있나요? (성가대원이라면 당연히 따라할 수 있어야 겠지요, 그러나 분명 기도는 되지 못할 겁니다)

 

성가의 목적이 1)성 교회의 전통과 법규의 기준과 훈령들을 준수하고, 2)하느님의 영광과 신자들의 성화를 지향함에 있다(전례헌장 112)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거저 받은 탈란트를 자신의 성화만을 위해 사용하는 이기적인 성가대원은 없겠죠?

또한 성가대의 사명이 1)성가대에 속한 부분을 노래의 여러 가지 종류를 따라서 정확히 노래하도록 힘쓰고 2)신자들의 능동적 노래 참여를 육성, 지원하고 지도해야 한다(성음악훈령 19)라고 했는데 과연 앞에서 지적했듯이 정확하게 노래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데요. 수박 겉 핥기식으로 대충 읊어가는 성가대가 더 많으리라 추측됨은 제 개인적인 생각일까요?

신자들을 지도하기 위해 미사 시작 10분전에라도 성가를 부르며 미사준비하는 성당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사명감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때가 더 많던데요?

그 보다 주중 연습 때 출석율은 75%는 넘나요?

미사 때 제발 떠들지나 말았으면 하는 생각은 없으신가요?

미사중에 특송이라고 부르는 성가곡을 유심히 들여다 봅시다. 전례와 맞지 않는 개신교의 찬송가를 거침없이 사용하시지는 않으셨나요? -마땅한 곡이 없다는 핑계로-

"기도를 감미롭게 표현하며, 일치를 초래하고, 전례 의식을 거룩하게" 하는 전례음악의 효과(전례헌장112)에 걸맞는 선곡이었나를 곰곰히 생각해 보시죠? 제가 너무 심했나 보군요, 죄송합니다. 꾸뻑

 

아마 지금까지 우리가 뭔가를 잘못했다면 이런 것이 아니었던가 생각됩니다.

   1. 음악을 받을 대상이 하느님(Deus)이 아니라 청중(audience) ?

   2. 수단은 입으로 하는 노래(Cantus)가 아니라 소리(noise) ?

   3. 내용은 찬미(Laus)하는 것이 아니라 푸념(grumble)으로 일관함으로써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 말씀하신 성음악의 정의를 바꾸어 놓았던 잘못 말이지요.

 

누구를 비판하기 위한 마음은 추호도 없고, 우리의 현재 모습을 모두 한 번 쯤 되돌아 보자는 의미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성가대는 박수받는 스타가 아니고 봉사자라는 것을 잊지 맙시다.

그리고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기뻐한다면 조금은 모자라더라도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기뻐하실 겁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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