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예담성가대 정기연주회 참관기
작성자권오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0-12-25 조회수2,108 추천수9

 

" 예담성가대 " 정기연주회 참관기 : 네 개의 대림초처럼 아름다운 모습

 

 

12월 23일 저녁에 과천 별양동본당의 청년성가대인 "예담 성가대"의 제1회 정기연주회에 다녀왔다. 성가대 명칭인 "예담"이란 "수님을 고자 하는 사람들"의 줄임말로서 아주 깊은 뜻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이번 정기연주회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에 수님의 마음을 자"는 구호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성가대 명칭에 담기는 뜻을 더 깊이 있게 하였다.

 

작년 말에 수원교구 과천성당에서 분가한 별양동성당은 현재 상가건물 한 층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상가건물은 천장이 낮기 때문에 울림이 거의 없어서 성가발표회를 갖기에는 아주 좋지 않은 환경이다. 그리고 신설본당에서는 성전신축이 급선무이어서 다른 행사를 가질 엄두를 못내는 것이 상례인데, 이렇게 성가발표회를 열게 된 배경에는 주임신부님의 격려와 자상한 배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가건물 본당에서 발표회를 연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이 발표회를 참관하러 오신 150여분의 참관객 가운데 성가가족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예담의 지휘자인 김성균 라파엘 형제와 Pergolesi의 마니피깟 악보작업을 함께 하며 맺어진 인연으로 꼭 이 발표회를 참관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이미 지난 여름부터 마니피깟 악보작업을 하며 준비하는 지휘자의 모습을 보아 예담에는 무엇인가 배울 것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오후 7시에 시작한 특전미사가 45분에 끝났다. 발표회 시작은 8시, 불과 15분 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발표회를 지원하는 청년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무대와 조명 시설을 설치한다. 어떤 청년들은 노트북 컴퓨터와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을 들고 들어와 설치하고 있다. 어떤 용도인가 물으니, 연주회에 봉헌하는 성가 중에 라틴어 성가에 대해서는 관중들의 편의를 위해 스크린에 노랫말의 뜻을 한글로 비추어주려는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아하,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하는 탄성이 마음속에서 나왔다.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한다는데, 성가발표회 전부터 예담의 젊은이들로부터 한가지를 배우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주임신부님의 인사말씀에 이어 제1부가 시작되었다. 단복을 입고 등장하는 단원들의 수를 세어보니 소프라노 7, 알토 5, 테너 5, 베이스 3으로서 모두 20명이었다. 합창단으로서는 작은 수이기는 하지만 모든 단원들이 제 소리만 낼 수 있다면 결코 작은 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 곡으로는 Palestrina의 Missa Aeterna Christi Munera(미사, 그리스도의 영원한 선물)을 연주하였다. 무반주 다성음악이라서 4성부 모두가 제 소리를 주선율처럼 아름답게 내면서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절제와 집중력과 소리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한 곡이다.  베이스의 수 부족으로 안정감과 소리의 어울림이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연습이 부족했는지 몇몇 단원들이 머뭇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지만 예담의 연주는 청년성가대로서 무반주 다성음악의 연주를 과감히 시도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이어서 생활성가 세 곡이 연주되었고, 다음으로 Pergolesi의 마니피깟 전곡이 연주되었다. 내가 볼 때, 오늘 발표회의 백미는 바로 이 "마니피깟"이었다. 이 곡은 보통 제1곡만 라틴어로 연주되는 것을 보았는데, 예담에서는 제6곡까지의 전곡을 우리 노랫말로 연주하였다. 특히, 한글 노랫말은 김성균 라파엘 형제가 정성을 들여 붙인 것으로서 가사전달이 잘 되어 더 많은 감동을 주었다. 제4곡 "Suscepit Israel"에 나오는 베이스와 테너 이중창에서 베이스솔로는 귀가 번쩍 뜨일 정도로 미성이었다. 그리고 전곡을 거의 외운 것처럼 지휘자의 손끝에 눈을 집중하고 하나같이 입모양을 동그랗게 맞추며 노래하는 다섯 명 알토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또한, 제2부 연주곡 중에 나오는 소프라노 솔로의 아름다운 목소리에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

 

예담의 발표회를 통해 나는 전례성가와 생활성가의 행복한 만남을 보았다. 예담의 생기발랄한 청년들은 젊음의 특성에 어울리는 생활성가 뿐만 아니라 고도의 절제와 긴장을 필요로 하는 전례성가도 함께 연주하면서 자칫 대립하기 쉬운 두 영역을 조화롭게 만나게 하는 뜻깊은 시도를 보여주었다. 적잖은 청년성가대들이 생활성가만을 편식함으로써 전례성가의 보화를 모르고 단절된 채로 지내는 안타까운 현실을 생각할 때, 예담의 이러한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며 이러한 시도가 더욱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상가건물을 쓰는 신설본당에서 비록 그들이 처한 환경이 좋지 않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예담의 젊은이들은 아주 밝고 발랄한 모습으로 노래하며 주님을 찬미하였다. 예담의 발표회는 마침 대림4주 특전미사가 끝난 직후에 열렸는데, 지휘자에게 집중하며 제대 위에서 열심히 연주하는 예담의 4성부는 마치 제대 앞에 켜있는 네 개의 대림초를 연상시킬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들은 자신을 태우며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예수님의 마음을 담은 그들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는 우리의 마음에서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밝혀주고 있었다.

 

예담의 젊은 혼들에게서 예수님의 닮고자 하는 정성된 마음을 보았다. 이들이 지니고 있는 마음의 완성도가 앞으로는 소리의 완성도와 결합하여 더욱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게 될 것을 믿는다. 대림절이 거의 끝나는 시기에 아름다운 발표회를 준비하여 보여준 예담의 지휘자 김성균 라파엘 형제님과 예담의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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