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올해는 무엇을 어떻게 결심해야 할까?
작성자이유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4-01-11 조회수1,391 추천수8

정운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또 종설님의 글도 잘 읽었습니다.

 

교회의 공식입장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저의 뜻이 옳다고 계속 주장하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인 것 같아

정운님의 글을 읽은 지는 한참되었으나 답글을 달지는 않았었습니다.

(종설님글도 읽다 보니 어쩐지 저를 혼내는 것 같은 느낌이... ^^)

 

꽤 오랜세월 지휘를 해 왔지만 확실히 아직 내공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열심히 공부해야 겠습니다.

 

 

매년 초가 되면 올해는 어떠 어떠한 것을 해야지 하는 많은 결심을 하게 됩니다.

제작년에는 제가 맡은 성당에서 작은 음악회라는 것을 마련해 보았지요.

 

한달에 한번 소강당에서 독창, 중창, 연주회, 또는 음악감상회등 다양한 종류의

음악회를 개최하는 것이 연초의 목표였습니다.

 

제생각에는 많이 듣는 것이 곧 음악을 사랑하게 되는 원동력이라 생각해서 였지요.

한4월 정도 까지 시행을 해보니 무척 버겁더군요.

첫째 제가 그렇게 많은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생업으로 바쁜 성가대원들을 독려해서

매달 음악회를 준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 일인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게다가 신자분들의 참여도 거의 이루어 지지를 않더군요.

 

뭐가 그리 바쁘신지 미사끝나면 바로 집에 가기 바쁘시니...

그래서 음악회를 3달에 한번꼴로 하기로 하고 음악회의 내용도 대폭 수정했지요.

 

결국 4월 이후에는 3번의 음악회를 했는데 첫번째는 생활성가 및 가벼운 중창, 독창 음악들을 묶어

연주 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오페라 영상을 감상했지요.

마지막 세번째는 12월에 성탄 캐롤을 중심으로 독창, 중창, 합창 곡들을 연주했습지다.

성탄성가가 아니고 그야말로 캐롤들을 연주했어요.

 

그리고 느낀것은 참으로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애초의 목적은 신자분들께 좋은 성음악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는데

결국 음악회가 확 타락(?)해 버린 거지요.

 

그리고 저의 황당했던 욕심은 2002년 한해동안 성가대원만 괴롭히며 막을 내려야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몇 년 동안 제가 사는 곳의 음악협회에서 일한적이 있습니다.

협회일을 하면서 줄곳 느껴왔던 것이 이제 클래식은 죽은 음악인가 보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연주자들은 대부분 대학강사 이상의 레벨인 만큼 거기에 합당한 대우를 받기를 원하건만

음악회 열어보았자 아무리 홍보를 해도 500석의 관객석은 1/2도 차지 않습니다.

 

시 공무원들은 왜 이렇게 시민도 오지 않는 음악회에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느냐며 불만입니다.

 

음악은 많이 들어야 그 멜로디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고 클래식 음악을 접할기회가 드문 우리 현실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이 비정상적인 연주자는 넘치고 감상할 사람은 없는 공급과잉의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교회음악의 활성화다라고 예전에 열심히 주장했었는데

(제 이름으로 글 검색하면 몇개 나올겁니다.)

내코가 석자인 우리 성음악계에서는 우이독경일 뿐 인 것 같습니다.

 

성가대의 발표회에도 성당에 신자분 꽉채우기가 힘든데 다른곳에 신경쓸 겨를이 있겠습니까?

 

여러분 성당은 어떠신지요?

성가대 발표회하면 관객 많이 옵니까?

 

 

이런 저런 일에 치이고 지치며 참 많이 무뎌져 버린 것 같습니다.

지휘시작한 몇 년동안은 개신교의 음악은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우리의 다성음악, 그레고리오성가등 좋은 악보 찾는데 혈안이 되서 돌아다녔고

그런 음악을 미사때마다 올리기 위해 노력 했었습니다.

 

라틴어 부르지 못하게 하는 신부님과 여러번 설전을 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음악적인 저의 고집때문에 쫓겨나 보기도 하고....

 

 

제가 있는 곳의 보좌신부님께서는 대미사때 성가대만의 미사곡을 부르지 못하게 하십니다.

예전 같으면 싸워도 한참을 싸웠겠지만 제가 한 일이라고는

전례회의에서 신부님 이러저러한 이유로 대미사때는 라틴어 미사곡을 불러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씀 드려 본 것이 전부 였습니다.

 

이 성당에와서 처음에 다성음악을 몇번 봉헌했었는데 신자분들이나 신부님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우리 성가대가 부르는 특송곡의 80%는 한국어 성가이며 그중50%이상이 개신교 음악입니다.

 

작년 성탄때 선곡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라틴어로된 성가는 한 곡도 선곡하지 않았었습니다.

 

마침 제가 있는 성당의 성탄미사가 이른 시간이어서 다른 성당의 성탄 전야미사를 도와드리게 되었었습니다.

그 성당 지휘자 선생님은 음악을 전공하시지 않은 비전공자 이셨고

저에게 조금은 열등감 같은 것을 느끼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제 처가 반주하는 성당이었기에 처의 얘기를 통해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그날 저는 그 성당에서 그 분의 열정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그 짧은 미사시간 동안 저와 그분의 어떤 차이를 본 것인지 정확히 표현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지휘를 할때는 저도 땀흘리며 열심히 하니까요^^

그런데도 그 시간 그분이 지휘하는 모습에서

그분이 그 곡들을 선곡했을때의 고민,

성가대를 연습시켜왔던 노력, 이런 것들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24일 밤을 꼬박 세웠습니다.

 

도대체 내가 무엇 하고 있는 것인가.

어디서 부터 잘 못 되었나...

왜 그분의 성탄미사를 보며 나의 성탄미사가 이렇게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인가?

 

그렇게 2003년을 보내고 2004년을 맞았지만 아직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탄 끝나면 곧 사순 시작되고 그전에 부활연습 시작하고 부활 끝나면 성모성월,

성모승천, 발표회, 다시 성탄 그리고 부수적으로 견진, 영세...

 

매년 아무생각 없이 준비하고 보내왔는데 올해는 왜 이렇게 부활을 준비하는 것이

부담이 되는 것인지 ...

 

올 한해 어떤 결심을 해야 할지 1월의 반이 지나고 있는 지금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주여.

제게 지혜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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