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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산가톨릭합창단 제26회 정기연주회를 보고
작성자이경춘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13 조회수768 추천수0 반대(0) 신고

지난 12월 10일 토요일 저녁 7시에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부산가톨릭합창단 제26회 정기연주회가 열렸습니다.


해마다 김건정선생님께서 연주평을 해주셨는데, 올해에는 선생님께서 연주회에 못 오셨는지 연주평이 없어, 꿩 대신 닭이라도 그날의 감동을 전해드려야겠기에 감히 용기를 내서 비전문가인 저의 느낌을 적어봅니다.


연주회 프로그램과 지휘자 이성훈선생님의 인사말을 들으니 이번 연주회는 교황 요한바오로 2세께서 마지막으로 우리들에게 남기신 ‘그대, 행복하여라’라는 말씀을 주제로 하여, 철저히 가톨릭 전례음악 중 라틴어 성가로 구성하였고, 부산가톨릭합창단이 지난 8월에 녹음하여 11월에 출반한 ‘그대, 행복하여라’라는 라틴어 성가 음반의 출반 기념 음악회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대, 행복하여라’라는 음반은 한국과 일본의 성바오로미디어가 공동으로 기획하여 제작한 것으로, 19곡 모두 라틴어 성가로 구성되었으며, 교황 요한바오로 2세와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향한 헌정음반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연주회 프로그램에는 위 음반에 수록된 19곡의 라틴어 성가 중 12곡이 포함되어 있었고, 위 음반이 출반되기를 크게 기대하며 기다렸던 입장이었기 때문에 연주회에 가기 전에 위 음반을 먼저 들어봤습니다.


녹음장소인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대성전은 품격높은 울림이 생기는 공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Sound Directer 이용운선생님과 만난 부산가톨릭합창단의 소리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출반된 그 어떤 성가 음반의 소리보다 높은 품격으로 저의 가슴에 와 닿았고, 우리나라에서 출반된 음반 중 이보다 더 가톨릭적인 음반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감히 들 정도로 훌륭한 음반이었습니다.


해서, 이번 연주회에서 그 훌륭한 곡들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 떨림을 느끼며 연주회 장소인 부산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최근 수년동안 부산가톨릭합창단은 ‘소년의집’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는데, 그럴 때면 ‘소년의집’ 후원회원들께서 연주회에 많이 오시기 때문에 2,500여석의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은 항상 꽉 찬 상태에서 연주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주회에는 ‘소년의집’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지 않고, 실력있는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성앤드류스트링앙상블’과 협연을 하게 되었으므로, ‘소년의집’ 후원회원들께서 많이 오시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 관객들이 과연 어느정도 오실까하는 궁금증, 걱정스러움과 함께, 이번 연주회에 오시는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부산가톨릭합창단의 팬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객석을 다 채워주신 관객들을 보고 이제 부산가톨릭합창단은 당당히 수천명의 고정 팬을 확보한 합창단의 모습으로 우뚝 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주전, 그림자를 이용한 십자가상이 무대 오른쪽에 은은하게 나타나 있었는데, 이는 철저하게 전례음악을 선곡한 이번 연주회의 성격을 예시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대 오른쪽 가장자리에 대형 칼라 모니터를 이용하여 연주순서와 곡 설명을 해주고 있었는데, 관객들을 위해 잘 준비한 모습을 보고 연주회 시작전부터 괜스레 기분이 좋았습니다.


연주회 출연자는,

  1. 단원 42명(Soprano 17명, Alto 14명, Tenor 4명, Bass 7명)과 지휘자 이성훈선생님, 반주자 노은주선생님 등 부산가톨릭합창단,

  2. Tenor 솔로 김성진 인제대교수님, Sprano 솔로 박기영 전 부산가톨릭합창단 트레이너선생님, Violin 솔로 박진선생님 등 Solist 3명,

  3. 협연자 ‘성앤드류스트링앙상블’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윽고 큰 기대를 가진 기다림 끝에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연주회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1. 프랑스 성체성가 (혼성합창)

    1) Ave Verum --- C. Gounod (1818-1893)  <음반 15번에 수록>

    2) Ave Verum --- A. Guilmant (1837-1911)  <음반 14번에 수록>

    3) Ave Verum --- C. Saint-Saens (1835-1921)  <음반 13번에 수록>


  2. 무반주성가 (혼성합창)

    4) O Salutaris Hostia --- L. Perosi (1872-1956)  <음반 1번에 수록>

    5) O Bone Jesu --- 윤용선선부  <음반 9번에 수록>

    6) Salve Mater misericordies --- S. Takata (1913-2002)  <음반 17번에 수록>


  3. 바이올린 솔로 (박진)

    7) 타이스의 명상곡 --- J. Massenet (1842-1912)


  4. Mass (혼성합창)

    (프란치스꼬수도회의 여왕이신 성모 칭송미사) --- O. D. Silva

    8) Kyrie

    9) Gloria

   10) Sanctus

   11) Benedictus

   12) Agnus Dei


  5. 솔로와 함께하는 성가 (혼성합창, 성앤드류스트링앙상블 반주)

   13) Ave Maria(Ten 솔로 김성진) --- P. Mascagni (1863-1945) <음반 6번에 수록>

   14) Ave Maria(Sop 솔로 박기영) --- N. Rucci <음반 4번에 수록>

   15) Requiem(Violin 솔로 박진) --- G. Puccini (1858-1924) <음반 18번에 수록>

   16) 경사롭다(Ten 솔로 김성진) --- A. C. Adam (1803-1856)


  6. 테너솔로 (김성진, 성앤드류스트링앙상블 반주)

   17) 그대의 목소리를 다시한번 - Opera ‘진주조개잡이’ 중 --- G. Bizet (1838-1875)


  7. 성 앤드류 스트링 앙상블 연주

   18) Andante Cantabile --- P. Tchaikovsky (1840-1893)


  8. 명성가 (여성합창, 혼성합창, 성앤드류스트링앙상블 반주)

   19) Alleluia --- G. P. Telemann (1681-1767) <음반 5번에 수록>

   20) Adoramus te Christe --- T. Dubois (1837-1924) <음반 3번에 수록>

   21) Veni Jesu Amor mi --- L. Cherubini (1760-1842) <음반 7번에 수록>

   22) Laudate Dominum --- G. Handel (1685-1759) <음반 19번에 수록>


  9. 앵콜

   23) 행복한 사람들 --- 이연국

   24) 사랑의 송가 --- T. Benitez


전체적으로 너무 편안하고 안정된, 그러면서도 철저히 절제된 소리가 강약의 대비와 빠르기의 변화와 어우러지면서 완벽한 기도를 해주었고, 전례음악의 진수를 보여주었습니다.


관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연주해주었습니다.  겨울철이라 감기환자들이 많았을테지만 연주회 도중에-곡과 곡 사이의 공간조차도-기침한번 나오지 않도록 관객과 혼연일치의 연주를 해주었습니다.


특히, 성앤드류스트링앙상블의 반주로, 4박자 연주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2박으로, 작곡자가 활동한 바로크 시대와 가장 가깝게 연주를 한 'Laudate Dominum'은 전율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앞좌석에 앉은 분이 자주 안경을 들어 올리고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 또한 옆사람이 볼세라 표안나게 눈물을 훔치느라 애를 썼습니다.  그러다 'Laudate Dominum'을 연주할 때에는 ‘에라, 모르겠다, 볼테면 봐라’는 심정으로 드러내놓고 눈물을 훔쳤습니다.


우리나라의 어느 합창단이 전례음악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보다 더 전례음악을 가톨릭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합창단이나 성가단은 우리나라에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감히 들었습니다.

 

부산가톨릭합창단이 칭찬받아 마땅한 것은, 전 곡을 암보로 연주했다는 것입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런 완벽한 기도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합창에 더하여, 최고의 솔리스트들이 연주회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주었습니다.

김성진선생님의 ‘아베마리아’ 아멘 엔딩처리는 환상적이었고, ‘그대의목소리를다시한번’은 부드러움과 달콤함의 극치였으며,

박기영선생님의 ‘아베마리아’에는 성모님의 사랑과도 같은 포근함이 가득 배어 있었고,

박진선생님의 바이올린 ‘레퀴엠’은 천상의 평화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으며,

성앤드류스트링앙상블은 부산에 사는 분들에게는 귀한 스트링앙상블을 접하는 행운과 함께 깔끔한 연주를 선사해주었습니다.


이제, 부산가톨릭합창단은 어느 프로 합창단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가 부산가톨릭합창단원으로서 함께했던 2002년도 부산세계합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수상할 때와 2004년도 탐라전국합창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할 때보다 분명히 몇 단계는 업그레이드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주제넘게 비전문가가, 그것도 단원이었던 저가 아쉬웠던 부분을 말씀드리기가 죄송하지만, 전례음악적으로는 이미 최고의 수준에 이른 상태이지만, 전례음악이 아닌 부분에서도 테크닉적으로 명실상부한 최고의 합창단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가지 말씀드립니다.


  1. 라틴어 가사발음 중 ‘r' 발음이 좀 더 들렸으면 했습니다.  ‘꼬르뿌스’가 ‘꼴뿌스’에 가까운 소리로, ‘비르지네’가 ‘빌지네’에 가까운 소리로 들리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는 음반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2. 그리고 몇군데에서 색깔, 공명, 타이밍이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테너파트의 색깔(길망 아베베룸 ‘오-예수’ 부분), 전체파트의 공명(생상 아베베룸 ‘인 모르띠스’부분, 미사곡 글로리아 ‘필리우스 빠뜨리스’ 페르마타 부분), 소프라노파트의 어택 타이밍(미사곡 쌍뚜스 시작부분) 등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저가 느낀 아쉬웠던 부분은 오로지 저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고, 누가봐도 이번 연주회는 최고의 연주회였습니다.  저와 같이 갔던 저희 성가단원 18명이 너무 감동적인 연주회였다고 한결같이 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명한 성악가이자 모 시립합창단 지휘자이신 어떤 교수님께서는 ‘프로합창단이라고 하더라도 가톨릭음악을 이번 부산가톨릭합창단의 연주보다 더 가톨릭적으로 잘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이번 부산가톨릭합창단의 연주를 2,000여명만 볼 수 있었던 것이 또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전국에 계신 교우 여러분들께서 이번 연주를 보셨더라면 얼마나 행복하였을까?  직접 오실 수는 없었더라도 평화방송 TV에서 이번 연주회를 녹화해서 방송을 해줬더라면 얼마나 은총스러운 일이었을까?’하는 생각이 자꾸만 머리에서 맴돕니다.


하지만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음반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출반된 ‘그대, 행복하여라’ 음반을 들어보시면 이번 연주회의 느낌을 조금이라도 간접적으로 체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부산가톨릭합창단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이제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지난 12월 10일 저녁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는 주님께서 함께 계셨고, 연주회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주님의 은총을 가득히 느낄 수 있었던 진정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멘.


하단성당 엠마누엘성가단 이경춘(레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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