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부 인간의 소명: 성령 안의 삶
- 제2부 십계명
제1부 인간의 소명: 성령 안의 삶
- 357. 그리스도인의 도덕 생활은 신앙과 성사에 어떻게 연관되는가?
- 신경이 고백하는 바를 성사가 전달한다. 실로 여러 성사로써 신자들은 신앙을 통하여 맞아들인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새 생명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의 선물들을 받는다.
- (요약) “그리스도인이여, 그대의 품위를 깨달으십시오.” -성 대 레오
- 제1장 인간의 존엄성
- 제1절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
- 358. 인간 존엄성의 뿌리는 무엇인가?
-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이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불멸의 영혼과 이성과 자유 의지를 지닌 인간은 하느님을 향하고, 또 그 영혼과 육신과 더불어 영원한 행복에 부름 받고 있다.
- 제2절 참행복에 부름 받은 우리의 소명
- 359. 인간은 어떻게 참행복에 도달하는가?
- 인간은 그를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게 하는 그리스도의 은총에 힘입어 참행복에 이른다. 그리스도께서는 복음서의 행복 선언에서 영원한 행복에 이르는 길을 당신 제자들에게 밝히신다. 그리스도의 은총은 올바른 양심에 따라 진리와 선을 찾고 사랑하며 악을 피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작용한다.
- 360. 참행복은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
- 참행복은 예수님 설교의 핵심이고, 하느님께서 아브라함 이후 시작하신 약속을 반향하고 완성한다. 참행복은 예수님의 참모습을 묘사하고 그리스도인의 참삶의 특징을 나타내며, 그 행동의 궁극 목표 곧 영원한 행복을 밝혀 준다.
- 361. 참행복과 행복에 대한 인간의 갈망은 어떤 관계인가?
- 예수님께서 밝히신 참행복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께 이끄시고자 그 마음에 이 갈망을 심어 주셨고, 하느님만이 채워 주실 수 있는 본질적인 행복에 대한 갈망에 부응한다.
- 362. 영원한 행복은 무엇인가?
- 영원한 행복은 우리가 언젠가 충만하게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게” (2베드 1,4) 되며, 그리스도의 영광을 보고 성삼위의 생명을 누리게 될 영원한 생명 안에서 하느님을 뵙는 것이다. 이 행복은 인간의 능력을 훨씬 넘어서고 또 그곳으로 이끄는 은총과 마찬가지로 하느님께서 거저 베푸시는 초자연적인 선물이다. 이 약속된 행복은 우리에게 모든 것 위에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자극함으로써, 세상 재화에 대하여 확고한 도덕적 선택을 내리도록 촉구한다.
- 제3절 인간의 자유
- 363. 자유는 무엇인가?
- 자유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행하거나 행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며, 이것을 하거나 또는 저것을 하는 능력이고, 따라서 스스로 숙고해서 행동하는 능력이다. 자유는 인간 행위의 고유한 특징이며, 선을 행하면 행할수록 더욱 자유로워진다. 자유는 최고의 선이고 우리의 참행복이신 하느님을 향할 때 완전하게 된다. 자유는 선과 악 사이의 선택 가능성도 포함한다. 악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의 남용이며 죄의 종이 되게 한다.
- 364. 자유와 책임은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가?
- 자유는 인간이 행위의 자발성에 따라 자기 행동에 대하여 책임지도록 한다. 어떤 행동에 대한 인책성(引責性)과 책임은 무지, 부주의, 폭력, 공포, 무절제한 감정과 습관들 때문에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
- 365. 왜 모든 사람에게 각기 자유를 행사할 권리가 있는가?
- 자유를 행사할 권리는 인간의 존엄성과 분리될 수 없는 것으로서, 모든 사람의 고유한 권리다. 따라서 이 권리는 특히 도덕적, 종교적 영역에서 항상 존중되고 또 공동선과 공공질서의 범위 안에서 국가법으로 인정되고 보호받아야 한다.
- 366. 인간의 자유는 구원의 질서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
- 우리의 자유는 최초의 죄로 말미암아 약화되었다. 자유는 이어지는 죄들로 말미암아 더욱더 심하게 손상되었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해방시켜” (갈라 5,1) 주셨다.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영적 자유를 가르쳐 주시어 교회와 세상 안에서 당신 사업의 자유로운 협력자가 되게 하신다.
- 367. 인간 행위의 도덕성의 근원은 무엇인가?
- 인간 행위의 도덕성은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선택된 대상 곧 참된 선이나 그렇게 보이는 것, 의도하는 목적이나 의향, 곧 목적을 통한 인간 행위의 지향, 결과들이 포함되어 있는 행위의 정황에 따라 좌우된다.
- 368. 어떤 행위가 도덕적으로 선한 행위가 되는가?
- 도덕적으로 선한 행위가 되려면 대상과 목적과 정황이 모두 선해야 한다. 의향이 선할지라도 선택된 대상은 그 자체로도 행위 전체를 그릇되게 할 수 있다. 선한 의향으로 행한 악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악한 목적은 행위의 대상 자체가 선하더라도 그 행위를 타락시킨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하므로, 선한 목적은 그 대상 때문에 악한 처신을 선한 처신이 되게 하지 않는다. 정황은 행동하는 사람의 책임을 완화하거나 증가시킬 수도 있지만, 행위 자체의 도덕성을 변질시킬 수도 있다. 그 자체로 악한 행위는 결코 선한 행위가 되게 하지 못한다.
- 369. 언제나 부당한 행위들이 있는가?
- 선택된 대상(예를 들면 신성 모독, 살인, 간통)은 그 자체로 행위를 부당하게 만들 수 있다. 그 선택에는 무질서한 의지, 곧 윤리적 악이 포함되어 있다. 선한 결과를 얻으려고 악을 행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 제4절 감정의 도덕성
- 370. 감정은 무엇인가?
- 감정은 인간 심리의 자연적인 요소로서, 선한 것으로 또는 악한 것으로 느끼는 것을 행하거나 행하지 않게 하는 애정이나 정서 또는 감수성의 움직임이다. 주요한 감정들은 사랑과 증오, 욕망과 두려움, 기쁨, 슬픔, 분노다. 가장 근본적인 감정은 선에 대한 이끌림에서 일어나는 사랑이다. 사랑해야 할 대상은 오로지 참되거나 확실한 선밖에 없다.
- 371. 감정은 도덕적으로 선한가, 악한가?
- 감정은 감수성의 움직임이므로 감정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감정이 선한 행동에 이바지할 때에는 선하며, 그 반대 경우에는 악하다. 정서와 감정들은 덕행 안에 받아들여질 수 있고 또는 악습으로 바뀔 수도 있다.
- 제5절 양심
- 372. 양심은 무엇인가?
-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양심은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라고 적절한 때에 인간에게 명령하는 이성의 판단이다. 양심을 통하여 인간은 자기가 하려는 행위나 이미 행한 행위의 도덕적 가치를 알 수 있다. 그 양심이 인간에게 그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현명한 사람은, 양심에 귀 기울일 때에 그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373. 인간의 존엄성은 양심과 관련하여 무엇을 내포하는가?
- 인간의 존엄성은 양심의 정직성을 내포한다. (곧 이성과 신법에 따라 정당하고 선한 것과 일치되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 자체로 말미암아, 인간은 자기 양심을 거슬러 행동하도록 강요받아서도 안 되고, 특히 종교 문제와 공동선의 범위 안에서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데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 374. 양심이 바르고 진실하려면 어떻게 형성되어야 하는가?
- 바르고 진실한 양심은 교육을 통하여 또한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이해와 교회의 가르침을 통하여 형성된다. 양심은 성령의 선물에 힘입어, 그리고 현명한 사람들의 조언으로 도움을 받는다. 나아가 기도와 양심 성찰도 도덕심의 형성에 크게 기여한다.
- 375. 양심은 늘 어떤 규칙을 따라야 하는가?
- 세 가지 일반적인 규칙이 있다. 첫째 선한 결과를 얻으려고 악을 행하는 것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는 것, 둘째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마태 7,12) 하는 황금률, 셋째 사랑은 항상 이웃과 그 양심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비록 그 같은 존중이 객관적으로 악한 것을 선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뜻하지 않더라도 그러하다.
- 376. 양심이 그릇된 판단을 할 수 있는가?
- 인간은 언제나 자기 양심의 확실한 판단을 따라야 하지만 그릇된 판단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그릇된 판단이 개인적인 죄의 책임을 늘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고의가 아닌 무지로 말미암아 개인이 저지른 악에 대한 책임은 그에게 물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그런 행위는 여전히 객관적으로 악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잘못에서 양심을 바로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 제6절 덕
- 377. 덕은 무엇인가?
- 덕은 선을 행하고자 하는, 몸에 밴 확고한 마음가짐이다. “덕행 생활의 목적은 하느님을 닮는 것이다” (니사의 성 그레고리오). 덕에는 대신덕(향주덕)과 대인덕(對人德)이 있다.
- 378. 인간적인 덕은 무엇인가?
- 인간적인 덕은 지성과 의지의 확고하고 몸에 밴 태도로서, 우리의 행동을 규제하고 우리의 감정을 바로잡으며 이성과 신앙에 따라 우리의 행위를 이끈다. 도덕적으로 선한 행위들로써 습득되고 강화되며 반복되는 인간적인 덕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정화되고 고양된다.
- 379. 주요한 인간적인 덕은 무엇인가?
- 사추덕(四樞德)이라고 불리는 덕이다. 다른 모든 덕을 모으고 덕스러운 삶의 중추적 구실을 한다. 이는 현명, 정의, 용기, 절제다.
- 380. 현명은 무엇인가?
- 현명은 모든 상황에서 우리의 참된 선을 식별하고 그것을 실행할 올바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실천 이성을 준비시킨다. 현명은 다른 덕들에게 규율과 척도를 일러 줌으로써 그것들을 이끈다.
- 381. 정의는 무엇인가?
- 정의는 다른 이들에게 마땅히 (해) 주어야 할 것을 (해) 주려는 지속적이고 확고한 의지이다. 하느님을 향한 정의를 ‘경신덕’ (敬神德)이라고 부른다.
- 382. 용기는 무엇인가?
- 용기는 어려움 중에도 단호하고 꾸준하게 선을 추구하도록 보장해 주고, 정당한 일을 옹호하는 데 자신을 버리고 목숨까지 바칠 수 있게 한다.
- 383. 절제는 무엇인가?
- 절제는 쾌락의 유혹을 조절하고, 본능에 대한 의지의 억제력을 보장하며 창조된 재화를 사용하는 데에 균형을 잡게 해 준다.
- 384. 향주덕(向主德)은 무엇인가?
- 향주덕의 근원과 동기와 직접적인 대상은 하느님 자신이시다. 향주덕은 인간 안에 주어진 성화 은총으로 말미암아 삼위일체 하느님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려는 마음이다. 향주덕은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행위의 기초가 되며 그 행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향주덕은 인간의 능력 안에 성령의 현존과 활동을 보증한다.
- 385. 향주덕은 어떤 것들인가?
- 향주덕은 믿음, 희망, 사랑이다.
- 386. 믿음이란 무엇인가?
- 믿음은 하느님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계시하신 것과, 교회가 우리에게 믿도록 제시하는 모든 것을 믿게 하는 향주덕이다. 하느님께서는 진리 자체이시기 때문이다. 믿음으로 인간은 자기를 온전히 하느님께 자유로이 맡기는 것이다.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만이 중요할 따름” (갈라 5,6)이므로 신자는 하느님의 뜻을 알고 실천하고자 애쓴다.
- 387. 희망이란 무엇인가?
- 희망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약속을 신뢰하며, 우리의 행복인 하늘 나라와 영원한 생명을 기대하고 갈망하게 하는 향주덕이다. 향주덕은 성령의 은총의 도움으로 희망의 덕을 얻어 지상 생활이 끝날 때까지 항구하도록 이끈다.
- 388. 사랑이란 무엇인가?
- 사랑은 우리가 하느님을 모든 것 위에 사랑하고, 하느님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이웃을 자신같이 사랑하게 하는 향주덕이다. 예수님께서는 사랑을 새로운 계명, 곧 율법의 완성으로 선언하신다. 이 덕은 “완전하게 묶어 주는 끈이고” (콜로 3,14) 모든 덕의 바탕으로서 그것들에 활기와 영감을 불어넣고 질서를 지어 준다.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고’ 또 ‘우리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 (1코린 13,1-3 참조).
- 389. 성령의 선물은 무엇인가?
- 성령의 선물은 하느님의 영감에 기꺼이 따르게 해 주는 항구한 마음가짐이다. 그 일곱 가지 선물은 지혜, 통찰, 의견, 용기, 지식, 공경과 하느님에 대한 경외이다.
- 390. 성령의 열매는 무엇인가?
- 성령의 열매는 성령께서 영원한 영광의 첫 열매로서 우리 안에 이루어 놓으신 완덕이다. 성경은 이 열매들을 다음과 같이 열두 개로 꼽는다. “사랑, 기쁨, 평화, 인내, 관용, 호의, 선의, 온유, 성실, 정숙, 절제, 순결” (갈라 5,22-23, 대중 라틴 말 성경 옮김)이다.
- 제7절 죄
- 391. 하느님의 자비를 받아들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하느님의 자비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고 우리 죄를 뉘우치는 것을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성령을 통하여 우리 죄를 깨우쳐 주시고 양심의 진리와 용서에 대한 희망을 주신다.
- 392. 죄는 무엇인가?
- 죄는 “영원법에 어긋나는 말이나 행위나 욕망” (성 아우구스티노)이다. 죄는 하느님의 사랑에 복종하지 않고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이다. 죄는 인간의 본성에 상처를 입히고 인간의 연대성을 해친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수난으로 죄의 심각성을 폭로하고 당신 자비로 죄를 이기신다.
- 393. 죄는 다양한가?
- 죄는 매우 다양하다. 죄는 그 대상이나 덕에 따라 또는 위반하는 계명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죄는 하느님이나 이웃이나 우리 자신과 직접 관련된 것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말이나 행위나 궐함으로 짓는 죄로 구분할 수도 있다.
- 394. 죄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 경중에 따라 대죄(죽을죄)와 소죄로 구분된다.
- 395. 대죄(죽을죄)는 무엇인가?
- 중대한 문제를 대상으로 하고, 완전히 의식하면서, 고의로 저지른 죄는 대죄이다. 대죄는 우리 안에서 사랑을 파괴하고, 성화 은총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며, 뉘우침이 없다면 우리를 지옥의 영원한 죽음으로 이끈다. 대죄를 용서받는 길은 보통 세례성사와 고해성사이다.
- 396. 소죄는 무엇인가?
- 소죄는 대죄(죽을죄)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가벼운 문제이거나, 또는 중대한 문제일지라도 완전히 인식하지 못했거나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경우에는 소죄가 된다. 소죄는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파괴하지 않으나 사랑을 약화시키며, 세상 재물에 대하여 애착을 갖게 하고, 덕과 윤리적 선의 실천으로 이루어지는 영혼의 진보를 방해하며, 정화의 기능을 하는 잠벌을 받게 한다.
- 397. 죄는 우리 안에서 어떻게 증식되는가?
- 죄는 죄로 이끌며, 같은 행위를 되풀이함으로써 악습을 낳는다.
- 398. 악습은 무엇인가?
- 덕과 반대되는 악습은 양심을 흐리게 하고 악으로 기울게 하는 사악한 습관이다. 악습은 죄종(罪宗)이라는 일곱 가지 죄와 연관시킬 수 있다. 죄종은 교만, 인색, 시기, 분노, 음욕, 탐욕, 나태다.
- 399. 다른 이들이 지은 죄에 대하여 우리의 책임이 있는가?
-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죄에 협력하면 거기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
- 400. 죄의 ‘구조들’ 은 무엇인가?
- 죄의 구조들은 하느님의 법에 반대되는 사회적 상황이나 제도들, 개인들이 지은 죄의 표현이며 결과다.
- 제2장 인류 공동체
- 제1절 인간과 사회
- 401. 인간의 사회적 차원은 무엇인가?
- 인간은 하느님의 행복으로 들어오라는 요구를 받고 있으므로 그의 본성과 소명의 근본 요소로 사회적 차원을 지닌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동일한 목적, 곧 하느님을 향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진리와 사랑 안에서 사람들이 이루어야 하는 형제애와 성삼위의 친교 사이에는 유사성이 있다. 이웃에 대한 사랑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분리할 수 없다.
- 402. 인간(개인)과 사회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 모든 사회 제도의 근본과 주체와 목적은 인간이어야 한다. 가정이나 국가와 같은 사회들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것이다. 다른 사회 단체들도 보조성의 원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정치적 공동체 안에서는 물론이요 세계적 차원에서도 유익하다.
- 403. 보조성의 원리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 보조성의 원리란 상위층의 사회는 하위층 사회의 내적 사안에 간섭하여 그 고유의 임무를 제거하면 안 되고, 오히려 반대로 필요한 경우에 하위층 사회를 도와주어야 함을 말한다.
- 404. 진정한 인간 사회는 무엇을 요구하는가?
- 물질적이고 본능적 차원을 내적이고 정신적인 차원에 종속시키는 정의로운 가치 체계와 정의가 존중되어야 한다. 특히 죄 때문에 사회의 분위기가 혼탁해지는 곳에서 실제로 각 사람과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려면 사람들에게 마음의 회개를 촉구하고 하느님의 은총을 청해야 한다. 정의의 실천을 요구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게 해 주는 사랑은 가장 큰 사회적 계명이다.
- 제2절 사회생활 참여
- 405. 사회 안에서 권위(공권력)는 어떤 기초 위에 서 있는가?
- 인간의 모든 공동체에는 질서를 지켜 주고 공동선에 이바지하는 합당한 권위가 있어야 한다. 이 권위는 하느님께서 세워 주신 것이므로 그 근거는 인간의 본성에 있다.
- 406. 권위는 언제 합법적으로 행사되는가?
- 권위(공권력)는 공동선을 추구하고, 또한 공동선을 달성하려고 도덕적으로 합당한 방법들을 사용해야 비로소 정당하게 행사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 체제들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결단에 따라 채택되
- 어야 하고, 또 사람들의 독단적 의사가 아니라 법에 따라 다스려지는 ‘법치 국가’ 의 원리들을 존중하여야 한다. 옳지 못한 법률과 윤리 질서에 어긋나는 조치들은 양심을 구속하지 못한다.
- 407. 공동선은 무엇인가?
- 공동선은 집단이든 개인이든 자기 완성을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를 말한다.
- 408. 공동선은 무엇을 전제하는가?
- 공동선은 인간 기본권의 존중과 신장, 사람들과 사회의 정신적 물질적 선익의 발전, 모든 이의 평화와 안전을 전제로 한다.
- 409. 공동선이 두드러지게 실현되는 곳은 어디인가?
- 공동선은 정치 공동체 안에서 가장 완전하게 실현된다. 국가는 전 인류 가족의 공동선을 잊어버리지 않으면서 시민들과 중간 집단들의 공동선을 보호하고 증진시켜야 한다.
- 410. 인간은 공동선을 어떻게 실현하는가?
- 모든 인간은 각자가 차지하고 있는 지위와 맡은 일에 따라 공동선을 증진하는 데 참여한다. 모든 인간은 정당한 법을 준수하고 또 그 자신이 개인적으로 책임을 맡고 있는 분야의 과제들, 예컨대 자기 가족을 돌보는 일과 직장 일을 수행함으로써 참여한다. 그뿐 아니라 시민들은 될 수 있는 대로 공공 생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 제3절 사회 정의
- 411. 사회는 사회 정의를 어떻게 보장하는가?
- 사회는 사회 자체의 고유한 목적인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들을 존중할 때 사회 정의를 보장한다. 그 밖에도 단체와 개인들의 권리에 따라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조건들을 실현할 때, 그 사회는 사회 정의를 보장한다. 사회 정의는 공동선과 공권력 행사와 관계된다.
- 412. 사람들은 왜 평등한가?
-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고, 동일한 이성적 영혼을 지닌 모든 사람은 같은 본성과 같은 근원을 가지고 있다. 유일하신 구세주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은 똑같이 하느님의 행복에 참여하도록 부름 받았으므로 동등한 존엄성과 기본 권리를 누린다.
- 413. 사람들의 차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 무수한 사람들이 당하는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부당한 불평등이 있다. 이런 불평등은 복음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정의와 인간 존엄성과 평화에 배치된다. 그러나 하느님의 계획에 속하는 것으로, 여러 가지 요인들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저마다 필요한 것을 남에게서 받기를 바라시고, 특별한 ‘재능’ 을 가진 사람들이 그 혜택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를 바라신다. 인간들 사이의 차이는 사람들에게 아량과 친절과 나눔을 권장할 뿐 아니라 종종 그러한 의무를 부과한다. 인간들의 차이는 다양한 문화들이 서로를 풍요롭게 하도록 자극한다.
- 414. 인간의 연대성은 어떻게 표출되는가?
- 인간적이고 그리스도인다운 형제애에서 흘러나오는 연대성은 무엇보다 먼저 재화의 정당한 분배와 근로에 대한 평등한 보수, 그리고 더욱 공정한 사회 질서를 위한 노력에서 드러난다. 연대성이라는 덕은 물질적 재화보다 훨씬 더 중요한 신앙의 영적 재화를 나누어 준다.
- 제3장 하느님의 구원`.`법과 은총
- 제1절 도덕률
- 415. 도덕률은 무엇인가?
- 도덕률은 하느님 지혜의 작품이다. 도덕률은 약속된 행복으로 인도하는 길과 행동 규범을 인간에게 제시해 주며, 하느님에게서 벗어나게 하는 악의 길을 피하라고 가르친다.
- 416. 자연법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 창조주께서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새겨 주신 자연법은 하느님의 지혜와 선에 참여하는 것이다. 자연법은 인간에게 선과 악이 무엇이며, 진리와 거짓이 무엇인지를 이성으로써 식별할 수 있게 하는 타고난 도덕의식의 표현이다. 자연법은 보편적이고 불변하며 인간 공동체와 국법뿐 아니라 인간의 기본 권리와 의무들의 기초를 이룬다.
- 417. 모든 사람이 자연법을 인지하는가?
- 죄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이 자연법을 똑같이 항상 분명하게 즉각적으로 지각하는 것은 아니다.
- (요약)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자신의 마음에서 읽지 못하던 그것을 율법의 돌판에 새겨 주셨 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노
- 418. 자연법과 옛 법의 관계는 어떠한가?
- 옛 법은 계시된 법의 첫 단계다. 이 법은 이성으로써 자연스럽게 감지할 수 있는 여러 진리들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 진리들은 구원의 계약 안에서 공포되고 확인되었다. 그 윤리적 명령들은 십계명에 요약되어 있다. 십계명은 인간 소명의 기초가 된다. 곧 그 계명들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에 어긋나는 것을 금하고, 그 사랑을 위한 기본 행실을 명하고 있다.
- 419. 옛 법은 구원 경륜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
- 옛 법은 이성이 인지할 수 있는 많은 진리들을 알게 해 주고, 후견인과 같이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지적해 주며, 회개와 복음의 수락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을 준비시킨다. 그러나 옛 법은 거룩하고 영적이며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행하는 데 필요한 성령의 능력과 은총을 스스로 주지 못하므로 아직 완전한 것이 아니다.
- 420. 새 법, 곧 복음의 법은 무엇인가?
- 새 법, 곧 복음의 법은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시고 실현하신 자연법이거나 또는 계시된 법인 하느님의 법을 충만하게 완성한 것이다. 새 법은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라는 계약 안에 요약된다. 그리고 이 율법은 인간의 마음에 새겨진 것이다. 새 법은 같은 사랑을 실행할 수 있게 하는 성령의 은총이다. 새 법은 또한 사랑의 자극을 받아 기꺼이 행동하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기 때문에 “자유의 법” (야고 1,25)이다.
- (요약) “새 법은 주로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에게 주어지는 성령의 은총 자체입니다.” -성 토마스 데 아퀴노
- 421. 새 법은 어디에 나타나 있는가?
- 새 법은 그리스도의 온 생애와 설교에서 그리고 사도들의 윤리적 교리 교육에서 드러난다. 산상 설교는 그것들을 드러내 주는 주요한 표현이다.
- 제2절 은총과 의화
- 422. 의화는 무엇인가?
- 의화는 하느님 사랑의 가장 뛰어난 업적이다. 의화는 우리의 죄를 없애 주고 우리의 존재 전체를 의롭게 하며 거룩하게 하시는 하느님의 자비이며 무상의 행위이다. 의화는 그리스도의 수난으로 얻어지고, 세례 때 주어지는 성령의 은총으로 생긴다. 의화는 인간의 자유로운 응답의 시작이다. 곧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성령의 은총에 협력하는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 423. 의화 은총은 무엇인가?
- 의화 은총은 우리를 성삼위의 생명에 참여하게 하는 무상의 선물이며 하느님의 사랑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한다. 이 은총은 우리를 거룩하게 하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므로 상존 은총, 성화 은총 또는 신화(神化) 은총이라 불린다. 은총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은혜로운 주도권에 달려 있고 인간 지성의 능력과 의지의 힘을 초월하므로 초자연적이다. 그러므로 은총은 우리의 경험을 초월한다.
- 424. 상존 은총 외에 어떤 유형의 은총들이 있는가?
- 상존 은총 외에 조력 은총(상황에 따라 주어지는 선물), 성사 은총(각 성사의 고유한 선물), 특별한 은총 또는 카리스마(은사 - 교회의 공동선을 목적으로 하는 선물)가 있다. 특은들 중에는, 그리스도인 삶의 책임을 완수하고 교회 안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따르는 직분의 은총이 있다.
- 425. 은총과 인간 자유의 관계는 어떠한가?
- 은총은 인간이 자유롭게 응답하도록 인간을 앞서고 준비시키며 자극한다. 은총은 인간 자유의 심오한 염원에 호응하는 것으로서, 인간이 이것에 협조하도록 초대하며, 인간을 그 완성으로 이끈다.
- 426. 공로는 무엇인가?
- 공로는 선행에 대하여 마땅히 주는 보상이다. 하느님과 관련하여, 인간은 하느님께 모든 것을 무상으로 받았기 때문에 아무런 공로를 내세울 수 없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사랑은 우리가 하느님 앞에서 세우는 공로의 원천이 되므로 하느님께서는 사랑으로 우리를 그리스도와 결합시키시어 공로를 얻을 수 있게 해 주신다. 따라서 선행의 공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의 은총으로 돌려야 하고, 그다음으로 인간의 자유 의지로 돌려야 한다.
- 427. 우리는 어떤 선익에 공로를 쌓을 수 있는가?
- 성령의 작용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과 남을 위하여 우리를 성화하고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데 유용한 은총뿐 아니라,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우리에게 필요한 물질적 재화까지도 얻게 해 주는 공로를 쌓을 수 있다. 회개와 의화의 기원이 되는 최초의 은총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428.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인의 성덕에 부름 받고 있는가?
- 모든 신자는 그리스도인의 성덕에 부름을 받았다. 성덕은 그리스도교 생활의 충만함이고 사랑의 완성이다. 이 삶은 그리스도 안에서 거룩하신 삼위 그리고 그리스도와 더욱더 밀접하게 일치를 이룰 때 실현된다. 그리스도인이 성화되는 길은 십자가의 길을 통과한 다음 의인들이 마지막 부활을 겪을 때, 곧 하느님께서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실 그때에 완성될 것이다.
- 제3절 어머니요 스승인 교회
- 429. 교회는 어떤 방식으로 그리스도인의 도덕 생활을 육성하는가?
- 교회는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말씀과 “그리스도의 율법” (갈라 6,2)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공동체다. 신자들은 교회 안에서 성사의 은총을 받으며, 성찬례에서 당신을 봉헌하시는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그의 윤리 생활이 영적 예배가 되게 하고, 동정 마리아와 성인들의 성덕의 모범을 본받는다.
- 430. 교회의 교도권은 왜 도덕의 영역에 개입하는가?
- 믿어야 하고 생활에 적용해야 할 신앙을 전파하는 것이 교회 교도권의 임무이다. 이 책무는 자연법의 특정한 규정들에도 미치는데, 그 규정들의 준수는 구원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 431. 교회의 법규들은 어떤 목적이 있는가?
- 교회의 다섯 가지 주요 법규는 신자들에게 기도 정신과 성사 생활, 윤리적 책임, 그리고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선을 제시하려는 목적이 있다.
- 432. 교회의 주요 법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 교회의 다섯 가지 주요 법규는 다음과 같다. 1) 주일과 의무 축일에는 미사에 참여하고, 성화에 방해가 될 수 있는 활동과 노동을 삼가야 한다. 2) 적어도 매년 한 번 자기 죄를 고백하는 고해성사를 받아야 한다. 3) 적어도 매년 한 번 부활 시기에 성체를 받아 모셔야 한다. 4) 교회가 정한 날에 금식재와 금육재를 지켜야 한다. 5) 각자가 저마다의 능력에 따라 교회의 물질적 필요를 지원하여야 한다.
- 433. 그리스도인의 도덕 생활이 왜 복음 선포에 필수적인가?
- 그리스도인들은 주 예수님과 일치하는 생활로써 사람들을 하느님에 대한 신앙으로 이끌고, 교회를 건설하며, 복음의 정신으로 세상을 교육하고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오기를 재촉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