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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5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창세 1,27). 인간은 피조물들 가운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고(I), 인간의 고유한 본성 안에는 영신계와 물질계가 결합되어 있으며(II), 인간은 “남자와 여자”로 창조되었고(III),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당신과의 친교에 참여하게 하셨다(IV).
  • I. “하느님의 모습으로”
  • 356 보이는 모든 피조물 가운데서 오직 인간만이 “창조주를 알고 사랑할 수 있으며”,(216) 인간만이 “지상에서 그 자체를 위하여 하느님께서 바라신 유일한 피조물”(217) 이고, 오직 인간만이 하느님을 알고 사랑함으로써,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인간은 바로 이 목적 때문에 창조되었으며, 이것이 인간 존엄성의 근본적인 이유이다.
  • 어떤 이유로 당신께서는 인간에게 이처럼 위대한 존엄성을 주셨습니까- 그것은 하느님께서 당신 안에서, 비길 데 없는 당신의 사랑을 통하여 피조물을 바라보시고, 당신 피조물에 반하셨던 그 사랑 때문입니다. 당신께서는 그 사랑 때문에 그를 창조하셨으며, 그 사랑 때문에 그를 존재하게 하셨습니다. 이는 그가 당신의 영원한 ‘선’을 맛보게 하시려는 것입니다.(218)
  • 357 인간 하나하나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녔으므로, 존엄한 인격을 지니고 있다. 인간은 단순히 어떤 ‘것’이 아니라 어떤 ‘인격’이다. 인간은 자신을 인식하고 자신의 주체가 되며, 자유로이 자신을 내어 주고 다른 인격들과 친교를 이룰 수 있다. 은총을 통하여 인간은 자신의 창조주와 계약을 맺고,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신앙과 사랑의 응답을 드리도록 부름을 받았다.
  • 358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인간을 위하여 창조하셨다.(219) 그러나 인간은 하느님을 섬기고, 하느님을 사랑하며, 하느님께 모든 피조물을 봉헌하도록 창조되었다.
  • 도대체 이런 배려를 받아 창조되는 존재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위대하고 경이로운 동물, 하느님 보시기에 피조물 전체를 능가하는 인간입니다. 인간을 위하여 하늘과 땅, 바다와 모든 창조계가 마련되었으며, 하느님께서는 그의 구원을 너무도 중히 여기시어 당신의 외아들마저 아끼지 않고 내어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높이 올리시어, 당신 오른편에 앉게 하시려고 온갖 수단을 다 사용하셨습니다.(220)
  • 359 “실제로, 사람이 되신 말씀의 신비 안에서만 참으로 인간의 신비가 밝혀진다.”(221)
  • 인간의 기원은 아담과 그리스도 두 사람이라고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첫 사람 아담은 생명 있는 존재가 되었고, 나중 아담은 생명을 주는 영적 존재가 되셨습니다. 첫 번째 아담은 나중 아담을 통하여 창조되었으며, 그분에게서 생명을 주는 영혼을 받았습니다.……두 번째 아담은 첫 번째 아담을 창조하실 때 그에게 당신의 모습을 새겨 주셨습니다. 바로 이런 까닭에, 당신의 모습으로 만드신 존재를 잃지 않으시려고 나중 아담은 첫 번째 아담의 본성과 이름을 취하기로 하신 것입니다. 첫 번째 아담과 두 번째 아담, 전자는 시작이 있고 후자는 끝이 없습니다. 맨 나중 ‘사람’은, 스스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듯이, 참으로 첫 ‘사람’이십니다. “나는 시작이요 마침이다.”(222)
  • 360 그 공통 기원으로 인류는 하나의 단일성을 지닌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한 사람에게서 온 인류를 만드시어 온 땅 위에 살게 하셨기”(사도 17,26)(223) 때문이다.
  • 창조주에게서 비롯되는 우리 기원의 단일성 안에서……, 물질적인 육체와 영적인 영혼으로 이루어진 본성의 단일성 안에서, 모두가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적의 단일성 안에서, 이 세상 삶에서 이룩할 사명의 단일성 안에서, 모든 사람이 천부의 권리를 통하여 자신의 삶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대지, 곧 주거의 단일성 안에서, 하느님 자신, 곧 모든 사람이 추구해야 할 초자연적 목적의 단일성 안에서, 이 목적에 도달하려는 방법의 단일성 안에서……, 모든 이를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의 단일성 안에서, 이 모든 것 안에서 인류를 바라본다는 것은 놀라운 장관입니다.(224)
  • 361 개인과 문화와 민족의 풍부한 다양성을 배제하지 않는 “인간의 유대와 사랑의”(225) 이 법은 우리에게 모든 인간이 진정한 형제라는 것을 확신하게 한다.
  • II. ‘육체와 영혼으로 하나인 존재’
  • 362 하느님의 모습으로 지어진 ‘인간’은 육체적이며 동시에 영적인 존재이다.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는 성경의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사실을 상징적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전체적인 인간을 원하신 것이다.
  • 363 영혼이라는 말은 성경에서 종종 인간의 생명이나(226) 인격 전체를 의미한다.(227) 그러나 이 말은 또한 인간의 가장 내밀한 것,(228) 가장 가치 있는 것을(229) 가리킨다. 그리고 특히 인간은 그것을 통해서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게 된다. ‘영혼’은 인간의 영적 근원을 가리킨다.
  • 364 인간의 육체는 ‘하느님 모습’의 존엄성에 참여한다. 그것이 인간의 육체인 것은 정확히 말해서 영혼을 통하여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성령의 성전이 되는 것은 바로 인간 전체이다.(230)
  • 육체와 영혼으로 단일체를 이루는 인간은 그 육체적 조건을 통하여 물질세계의 요소들을 자기 자신 안에 모으고 있다. 이렇게 물질세계는 인간을 통하여 그 정점에 이르며, 창조주께 소리 높여 자유로운 찬미를 드린다. 그러므로 인간은 육체적 생활을 천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반대로 인간은 하느님께 창조되고 마지막 날에 부활할 자기 육체를 좋게 여기고 존중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231)
  • 365 영혼과 육체의 단일성은 영혼을 육체의 ‘형상’으로 생각해야 할 만큼 심오하다.(232) 말하자면 물질로 구성된 육체가 인간 육체로서 살아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영혼 때문이다. 인간 안의 정신과 물질은 결합된 두 개의 본성이 아니라, 그 둘의 결합으로 하나의 단일한 본성이 형성되는 것이다.
  • 366 교회는 각 사람의 영혼이 ─ 부모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 하느님께서 직접 창조하셨고,(233) 불멸한다고 가르친다.(234) 죽음으로 육체와 분리되어도 영혼은 없어지지 않으며, 부활 때 육체와 다시 결합될 것이다.
  • 367 때때로 영혼은 ‘영’과 구별되어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까지 우리의 영과 혼과 몸이 온전하고 흠 없이”(1테살 5,23) 지켜지기를 기도한다. 교회는 이러한 구분이 영혼을 둘로 나누는 것이 아님을 가르친다.(235) ‘영’이란 인간이 그 창조 때부터 자신의 초자연적인 목표를 향하고 있음을 의미하며,(236) ‘영혼’은 은총으로 하느님과 친교를 이룰 수 있음을 의미한다.(237)
  • 368 교회의 영적인 전통은 또한 성경에서 ‘존재의 심연’(“그들의 가슴에”, 예레 31,33)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마음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이 마음속에서 인간은 하느님을 선택하거나 포기할 것을 결정한다.(238)
  • III.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
  •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평등과 차이
  • 369 하느님께서 원하신 대로 남자와 여자가 창조되었다. 곧 인격에서는 완전히 동등하지만, 그 존재의 특성에서는 서로 다른 남자와 여자를 하느님께서는 바라셨다. ‘남자 됨’ 또는 ‘여자 됨’은 하나의 선이고 하느님께서 원하신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자신들의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직접 받은, 빼앗길 수 없는 존엄을 지니고 있다.(239) 남자와 여자는 동등한 존엄성을 가지고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다. 그들은 ‘남자 됨’과 ‘여자 됨’으로 창조주의 지혜와 선을 반영한다.
  • 370 하느님께서는 결코 인간의 모습이 아니시다. 그분께서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시다. 하느님께서는 성을 구별할 여지가 없는 순수한 영(靈)이시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의 ‘완전성’은 하느님의 무한하신 어떠한 완전성, 곧 어머니의 완전성,(240) 아버지와 남편의 완전성을 반영한다.(241)
  • ‘서로를 위한 존재’, ‘두 존재의 결합’
  • 371 남자와 여자를 함께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이 둘이 서로를 위한 존재가 되기를 원하셨다. 성경의 여러 구절에 나오는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이 점을 깨우쳐 준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주겠다”(창세 2,18). 어떤 짐승도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가 되지 못하였다.(242) 하느님께서 남자의 갈빗대를 뽑아서 ‘만드신’ 여자를 그에게 데려다 주셨을 때, 남자는 감탄의 외침과, 사랑과 일치의 탄성을 지른다.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창세 2,23) 남자는 여자가 자신과 동등한 인간성을 지닌 또 다른 ‘나’임을 발견한다.
  • 372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위한 존재’로서 창조되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반쪽’으로나 ‘불완전’하게 만드신 것이 아니라, 서로 인격적으로 일치하도록 만드셨으며, 이 일치 안에서 각자는 상대를 위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격적으로는 동등하면서(“내 뼈에서 나온 뼈요…….”) 동시에 남성과 여성으로서 서로를 보완하기 때문이다.(243) 하느님께서는 혼인을 통하여 그들을 “한 몸”(창세 2,24)이 되게 하심으로써 인간 생명을 전달할 수 있게 하신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창세 1,28). 후손들에게 인간 생명을 전달함으로써 배우자와 부모로서의 남녀는 각각 창조주의 일에 협력한다.(244)
  • 373 하느님의 계획에서 남녀는 하느님의 ‘관리인’으로서 땅을 “지배할”(245) 소명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지배는 독단적이고 파괴적인 정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시는”(지혜 11,24) 창조주의 모습을 닮은 남자와 여자는, 다른 피조물들을 위한 하느님의 섭리에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은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그들은 하느님께서 맡겨 주신 세상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다.
  • IV. 낙원의 인간
  • 374 첫 번째 인간은 선하게 창조되었을 뿐 아니라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고, 자기 자신과 주변의 피조물들과 조화를 이루게 되어 있었다.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될 새로운 창조의 영광만이 이를 능가할 수 있는 것이었다.
  • 375 교회는 신약 성경과 성전의 빛에 비추어, 성경의 상징적 표현을 권위 있게 해석함으로써, 우리의 첫 조상 아담과 하와는 ‘원초적인 거룩함과 의로움’의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가르친다.(246) 이 원초적인 거룩함의 은총이란 바로 ‘하느님 생명에 참여하는 것’이었다.(247)
  • 376 이 은총의 빛으로 인생의 모든 차원은 견고해진다. 인간이 하느님과 일치하는 동안에는 죽지도 않고(248) 고통도 당하지 않았다.(249) 인간의 내적인 조화, 남자와 여자 사이의 조화,(250) 그리고 첫 부부와 다른 피조물들 사이의 조화, 우리는 이 모두를 한마디로 ‘원초적인 의로움’[原義]이라 부른다.
  • 377 시초부터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맡기신 세상에 대한 ‘다스림’은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다스림으로 실현되었다. 관능적 쾌락, 세상 재물에 대한 탐욕, 반이성적 자기주장 등 이 세 가지의 욕망에서(251) 자유로웠기 때문에, 인간은 흠 없고 질서 잡힌 존재였다.
  • 378 하느님께서 사람을 낙원에 살게 하셨다는 말은 하느님과 사람이 얼마나 친근했는지를 나타낸다.(252) 사람은 에덴 동산에서 “그곳을 일구고 돌보며”(창세 2,15) 사는데, 그 노동은 고역이 아니다.(253) 오히려 보이는 피조물을 완전하게 하고자 남자와 여자가 하느님께 협력하는 것이다.
  • 379 우리 첫 조상들은 하느님의 계획이 인간을 위하여 마련한 원초적 의로움의 이 모든 조화를 죄로 잃게 된다.
  • 간추림
  • 380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사람을 아버지 모습대로 지으시어 우주 만물을 돌보게 하시고 창조주이신 아버지만을 섬기며 모든 조물을 다스리게 하셨나이다.”(254)
  • 381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당신의 아들과 같은 모습 ─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콜로 1,15) ─ 이 되도록 미리 정하셨다. 이는 성자께서 많은 형제 가운데 맏아들이 되게 하시려는 것이다.(255)
  • 382 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단일체”(256) 를 이룬다. 신앙 교리는 영적이며 불멸하는 영혼을 하느님께서 직접 창조하셨다고 말한다.
  • 383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외롭게 창조하지 않으시고 처음부터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으며’(창세 1,27), 남녀의 결합이 인간 사회의 최초 형태를 이루었다.”(257)
  • 384 계시는 범죄 이전 남자와 여자가 누리던 원초적인 거룩함과 의로움의 상태를 우리에게 알려 준다. 곧 하느님과 이루는 친교에서 낙원 생활의 행복이 흘러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