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부 “저는 믿나이다” - “저희는 믿나이다”
- 제 2 부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
- 제 2 장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나이다
- 제3절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셨다”
- 제2단락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 II. 동정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제 2 부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
- 487 가톨릭 교회가 마리아에 대하여 믿는 것은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마리아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또한 그리스도 신앙을 밝혀 준다.
- 예정된 마리아
- 488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셨다”(갈라 4,4). 그러나 그분에게 “몸을 마련해 주시기”(129) 위하여 한 인간의 자유로운 협력을 바라셨다. 이를 위하여 하느님께서는 영원으로부터 당신 아들의 어머니로 삼을 이스라엘의 딸을 선택하셨는데, 그는 갈릴래아 나자렛의 한 젊은 유다 여인,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이며,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루카 1,26-27).
-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예정된 어머니의 동의가 강생에 앞서 이루어져 마치 어느 모로 여인이 죽음에 이바지한 것처럼 그렇게 또한 여인이 생명에 이바지하기를 바라셨다.(130)
- 489 구약의 역사 안에서 마리아의 사명은 거룩한 여인들의 사명을 통해서 예비되어 왔다. 맨 먼저 하와는 비록 불순명하였지만 악에게 승리할 후손을 주시리라는 약속과,(131)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가 되리라는 약속을 받았다.(132) 이 약속 덕분에 사라는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133)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약속을 성실하게 지키신다는 것을 보여 주시려고, 인간의 모든 기대와는 달리 무능하고 약한 사람들로(134) 여겨지는 여인들,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135) 드보라, 룻, 유딧, 에스테르와 다른 많은 여인들을 선택하셨다. 마리아는 “신뢰로 주님께 구원을 바라고 받는 주님의 비천하고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에서 빼어난 분이다. 약속의 오랜 기다림 뒤에, 마침내 빼어난 시온의 딸인 이 여인과 더불어 때가 차고 새로운 계획이 시작되었다.”(136)
- 원죄 없으신 잉태
- 490 마리아는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기 위하여 “하느님에게서 이 위대한 임무에 맞갖은 은혜를 받았다.”(137) 가브리엘 천사는 잉태를 예고하면서 “은총이 가득한 이여”라고(138) 인사한다. 사실 마리아는 신앙으로 자신의 소명에 대한 이러한 예고에 자유로이 동의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으로 인도되어야만 했다.
- 491 세월이 흐름에 따라 교회는,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한”(139) 마리아가 잉태되는 순간부터 구원받은 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854년 비오 9세 교황이 선포한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는 바로 이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잉태되시는 첫 순간부터 전능하신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과 특전으로, 인류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실 공로를 미리 입으시어, 원죄에 조금도 물들지 않게 보호되셨다.(140)
- 492 “잉태되시는 첫 순간부터 나자렛의 동정녀를 꾸며 준 더없이 뛰어난 성덕의 빛은”(141) 온전히 그리스도에게서 온 것이다. 마리아는 “아드님의 공로로 보아 뛰어난 방법으로 구원을 받으셨다.”(142) 성부께서는 다른 모든 창조된 인간들보다 마리아에게 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내리셨습니다”(에페 1,3). 하느님께서는 그녀를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선택하시어,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에페 1,4).
- 493 동방 전통의 교부들은 하느님의 어머니를 “온전히 거룩한 이”(Panagia)라고 불렀으며, “온전히 거룩하신 분, 죄의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신 분으로, 이를테면 성령께서 빚어 만드신 새로운 인간이시다.”(143) 하고 찬미한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일생 동안 어떠한 죄도 범하지 않았다.
-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 494 남자를 모르면서도 마리아는, 성령의 힘으로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을 낳으리라는 잉태 예고를 받았을 때,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고(144) 확신하며, “믿음의 순종으로”(145) 응답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이처럼 마리아는 하느님 말씀에 동의함으로써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었다. 마리아는 온전한 마음으로 아무런 죄의 거리낌도 없이 하느님의 구원 의지를 받아들이고, 당신 아드님의 인격과 활동에 당신 자신을 온전히 바쳐, 전능하신 하느님의 은총으로 아드님 밑에서 아드님과 함께 구원의 신비에 봉사하였다.(146)
- 이레네오 성인의 말씀대로 “동정 마리아는 순종하시어 자신과 온 인류에게 구원의 원인이 되셨다.”(147) 그와 더불어 적지 않은 옛 교부들이 “하와의 불순종으로 묶인 매듭이 마리아의 순종을 통하여 풀렸다, 처녀 하와가 불신으로 묶어 놓은 것을 동정녀 마리아가 믿음을 통하여 풀어 주셨다.”(148) 고 말한다. 그리고 하와와 비교하여 마리아를 “살아 있는 이들의 어머니”라 부르고, 더 자주 이렇게 주장한다. “하와를 통하여 죽음이 왔고, 마리아를 통하여 생명이 왔다.”(149)
-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
- 495 복음서에서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요한 2,1; 19,25)로 불린다.(150) 마리아는 당신의 아드님을 낳기 전부터 성령의 감동을 받아 “내 주님의 어머니”(루카 1,43)라고 불린다. 과연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한 분, 곧 육체적으로 마리아의 참아드님이 되신 분은 다름 아닌 성부의 영원한 아드님이시며,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의 제2위격이시다. 교회는 마리아를 참으로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라고 고백한다.(151)
- 동정 마리아
- 496 초기의 신앙 표현들에서부터,(152) 교회는 예수님께서 오로지 성령의 힘으로 동정 마리아의 태중에 잉태되셨다고 고백했으며, 이 사건의 육체적인 측면도 긍정하였다. 예수님께서는 “남자의 관여 없이 성령으로”(153) 잉태되셨다. 교부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오시는 분이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징표를 동정 잉태에서 알아보았다.
-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는(2세기 초) 이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러분은 우리 주님을 확고하게 믿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육신으로는 다윗의 후손으로 태어나셨으며(154) 하느님 의지와 권능으로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며,(155) 참으로 동정녀에게서 나셨고,……그 육신으로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우리를 위하여 참으로 못 박히셨고……참으로 수난하시고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156)
- 497 복음서의 이야기들은(157) 동정 잉태를 모든 인간적 이해력과 가능성을 초월하는 하느님의 업적으로 이해하고 있다.(158) 천사는 요셉에게 그의 약혼자 마리아에 대해서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마태 1,20) 하고 일러 준다. 교회는 여기에서 하느님께서 예언자 이사야를 통해 하신 약속, 곧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라.”(이사 7,14를 그리스 말로 번역한 마태 1,23)고 한 말씀이 성취되었음을 본다.
- 498 마리아의 동정 잉태에 대하여 마르코 복음이나 신약 성경 서간들이 침묵을 지키기 때문에 때로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이것이 단지 전설이거나, 역사적 사실이 아닌 신학적으로 구성된 이야기가 아닌가 의심을 품을 수도 있었다. 이에 대한 대답은 이렇다. 예수님께서 동정녀 몸에 잉태되셨다는 신앙은 비그리스도 신자와 유다인들과 이교인들의 강력한 반대와 비웃음과 몰이해에 부딪혔다.(159) 이 동정 잉태는 이교 신화의 영향을 받았거나, 그 시대의 생각에서 따온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의 의미는 “신비들의 내적 연관성”(160) 안에서, 그리고 강생에서 파스카 사건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의 신비 전체 안에서 바라보는 신앙으로써만 이해할 수 있다.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는 일찍이 이러한 연관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이 세상의 통치자는 마리아의 동정성과 출산을 몰랐으며, 주님의 죽음도 몰랐습니다. 이 세 가지 빛나는 신비는 하느님의 침묵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161)
- ‘평생 동정’ 마리아
- 499 마리아가 동정으로 어머니가 되었다는 신앙을 더 깊이 묵상하면 할수록, 교회는 마리아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을 낳는 그 순간에도,(162) 실제로 그리고 평생 동정이었다는 것을 고백하기에 이른다.(163) 사실 그리스도의 출생은 당신 어머니의 “완전한 동정성을 감소시키지 않고 오히려 성화하였다.”(164) 교회 전례는 마리아를 ‘평생 동정’(Aeiparthenos)으로 찬미한다.(165)
- 500 성경이 예수님의 형제자매에 대해 가끔 언급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마리아의 평생 동정 사실을 반박하는 사람들이 있다.(166) 교회는 항상 이 대목들이 동정 마리아의 다른 자녀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고 이해해 왔다. 사실 “예수님의 형제들”(마태 13,55)인 야고보와 요셉은 “다른 마리아”(마태 28,1)라고 명시된 예수님의 제자 마리아의 아들들이다.(167) 구약 성경의 표현 방식대로, 여기서 형제라는 말은 예수님의 가까운 친척을 일컫는 말이다.(168)
- 501 예수님께서는 마리아의 유일한 아드님이시다. 그러나 마리아의 영적인 모성은(169) 예수님께서 구원하러 오신 모든 사람들에게 미친다.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많은 형제 가운데 맏이로(로마 8,29) 삼으신 성자를 낳았으며, 그 형제들 곧 신자들을 낳아 기르는 데 모성애로 협력한다.”(170)
- 하느님의 계획에서 본 마리아의 동정 모성
- 502 신앙의 눈으로 계시 전체와 연관시켜서 보면, 하느님께서 당신의 구원 계획에서 당신 아들을 동정녀에게서 태어나게 하고자 하셨던 신비한 이유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이유들은 그리스도의 인격과 구속 사명에 관련되는 만큼, 마리아가 모든 사람을 위하여 그리스도의 이 사명을 받아들이는 것과도 관련된다.
- 503 마리아의 동정성은 강생에서 취하신 하느님의 절대적 주도권을 나타낸다. 예수님의 아버지는 오로지 하느님뿐이시다.(171) “그분께서 취하신 인간 본성 때문에 성부에게서 멀어지시는 것은 결코 아니다.……그분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사람의 아들이시다. 그분께서는 그 신성으로는 성부의 아들이시며, 그 인성으로는 어머니의 아들이시다. 그러나 이러한 당신의 두 본성 안에서 그분은 바로 성부의 아들이시다.”(172)
- 504 예수님은 새로운 창조를 개시하는 새 아담(173) 이시기 때문에 성령으로 동정 마리아의 태중에 잉태되셨다. “첫 인간은 땅에서 나와 흙으로 된 사람입니다. 둘째 인간은 하늘에서 왔습니다”(1코린 15,47). 그리스도의 인성은 그 잉태 때부터 성령으로 충만했는데, 그것은 하느님께서 그에게 “한량없이 성령을 주시기 때문이다”(요한 3,34). 구원 받은 인류의 머리이신(174) 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요한 1,16).
- 505 새 아담이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동정 잉태를 통하여, 신앙으로 성령 안에서 입양된 자녀들의 새로운 탄생을 개시하신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 1,34)(175) 하느님 생명에 참여하는 것은 “혈통이나 육욕이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이다”(요한 1,13). 이러한 생명은 전적으로 성령께서 인간에게 주시는 것이므로, 이 생명을 받아들임은 동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이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 혼인적 소명은(176) 마리아의 동정 모성 안에서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 506 마리아는 동정녀이다. 그 동정성은 “어떠한 의혹도 섞이지 않은”(177) 그 믿음의 표지이며 하느님의 의지에 대한 흐트러짐 없는 헌신의 표지이기 때문이다.(178) 마리아를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게 한 것은 자신의 신앙이다. “마리아께서는 그리스도의 육신을 잉태하셨다는 사실보다, 그리스도의 믿음을 받으셨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복되십니다.”(179)
- 507 마리아는 교회의 전형이며, 어머니로서 또 동정녀로서 모범을 보여 주신다.(180) “교회는 하느님의 말씀을 충실히 받아들여 그 자신도 어머니가 된다. 실제로 교회는 복음 선포와 세례로써, 성령으로 잉태하여 하느님에게서 난 자녀들을 불멸의 새 생명으로 낳는다. 교회는 또한 신랑에게 바친 믿음을 온전하고 깨끗하게 지키는 동정녀이다.”(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