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부 “저는 믿나이다” - “저희는 믿나이다”
- 제 2 부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
- 제 2 장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나이다
- 제4절 “예수 그리스도께서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다”
- 제1단락 예수님과 이스라엘
- I. 예수님과 율법
제 2 부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
- 577 예수님께서는 산상 설교의 첫머리에 율법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셨다. 그분께서는 시나이 산의 ‘첫 계약’ 때 하느님께서 주신 율법을 ‘새 계약’이 주는 은총의 빛으로 해석하셨다.
-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 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마태 5,17-19).
- 578 이스라엘의 메시아이시며, 따라서 하늘 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분이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대로 율법의 가장 작은 계명까지도 완전히 지킴으로써 율법을 성취해야 한다고 믿으셨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율법을 완벽하게 성취할 수 있었던 유일한 분이시다.(356) 유다인들은 자신들이 고백했듯이, 율법을 가장 작은 계명까지 완전하게 지키지 못했다.(357) 이 때문에 이스라엘의 자손들은 해마다 속죄일에 율법을 어긴 그들의 죄에 대해 하느님께 용서를 비는 것이다. 실로 율법은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것이며, 야고보 사도가 환기시키듯이, “누구든지 율법을 전부 지키다가 한 조목이라도 어기면, 율법 전체를 어기는 것이 됩니다”(야고 2,10).(358)
- 579 율법은 그 문자뿐만이 아니라, 그 정신까지도 전체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것은 바리사이들에게 소중한 원칙이었다. 그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예수님 시대의 많은 유다인들을 극단적인 종교적 열성으로 몰아갔다.(359) 이 극단적 열성은 ‘위선적인’ 결의론(決疑論)에 떨어지거나,(360) 아니면 오로지, 모든 죄인을 대신하여 한 사람의 의인에 의해 율법이 완성되는 새로운 하느님의 개입에 대비해서 이스라엘 백성을 준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361)
- 580 율법의 완전한 성취는 성자의 위격으로 율법의 지배 아래 태어나신(362) 하느님이신 입법자밖에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예수님께는 율법이 더 이상 돌 판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종’의 “가슴에”, 곧 그 “마음에”(예레 31,33) 새겨진 것으로 드러난다. 그 ‘종’은 “성실하게 공정을 펴기”(이사 42,3) 때문에 “백성을 위한 계약”(이사 42,6)이 된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온전히 준수하시어, “율법서에 기록된 모든 것을 한결같이 실천하지 않는”(363) 사람들이 받는 “율법의 저주”를 스스로 받기까지 하신다.(364)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첫째 계약 아래에서 저지른 범죄로부터 사람들을 속량하시려고 돌아가셨기”(히브 9,15) 때문이다.
- 581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과 그들의 영적 지도자들의 눈에 ‘율법 교사’(랍비)로 비쳐졌다.(365) 예수님께서는 종종 율법 교사들의 율법 해석 방식으로 이론을 펴신다.(366) 그러나 동시에 율법 학자들과 충돌하셨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해석을 그들의 해석 범주 안에서 제시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으시고, “그분께서 자기들의 율법 학자들과는 달리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기 때문이다”(마태 7,29). 모세에게 글로 쓰여진 율법을 주시기 위하여 시나이 산에서 울려 퍼졌던 하느님의 말씀이, 행복 선언을 하신 산 위에서 예수님을 통해 다시 들리는 것이다.(367) 그 ‘말씀’은 율법을 없애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방식으로 궁극적 해석을 내려 율법을 완성하신다. “옛사람들에게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또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마태 5,33-34). 이러한 하느님의 권위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폐기하는”(368) 바리사이들이 고집하는 일부 “사람의 전통”(369) 을 비난하신다.
- 582 더 나아가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해석으로 율법의 ‘교훈적인’(370) 의미를 밝히심으로써 유다인들의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음식물의 정결에 관한 율법을 완성하신다. “밖에서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 그를 더럽힐 수 없다는 것을 알아듣지 못하느냐- 그것이 마음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배 속으로 들어갔다가 뒷간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또 이어서 말씀하셨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마르 7,18-21). 하느님의 권위로써 율법에 관한 결정적인 해석을 내놓으심으로써,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표징(기적)으로 보증을 받고 있는(371) 율법에 대한 당신의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는 일부 율법 학자들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었다. 특히 안식일 문제가 그러하다. 예수님께서는 종종 율법 교사식 논법을 사용해서,(372) 하느님에 대한 봉사나(373) 병 고침을 통한 이웃에 대한 봉사가(374) 안식일의 휴식을 침해하지는 않음을 일깨우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