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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아카데미: 실천하는 믿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04 조회수3,109 추천수0

[사회교리 아카데미] 실천하는 믿음


그리스도인, 사랑으로 진리 증언해야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 2,17)

 

교회는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교회의 지체로서 사랑으로 진리를 증언해야 합니다(에페 4,15-16 참조). 여기서 사랑은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성체와 성혈로 생명의 양식이 되어주시고,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까지 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닮은(요한 13,34 참조), 벗을 위하여 목숨까지 내놓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사랑으로 하느님 사랑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루카 10,25-28 참조). 이처럼 사랑하기 위해 하느님을 찾는 그리스도인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에 다가가야 합니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그리스도인의 사랑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많은 가난한 형제자매들은 도움을, 수많은 억압받는 이들은 정의를, 수많은 실업자들은 일자리를, 수많은 민족들은 존중을 고대하고 있습니다”(간추린 사회 교리, 5항). 하느님을 간절히 찾는 이든, 하느님을 불신하는 이든, 이 모든 이에게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성사(聖事)로서 기쁜 소식을 선포하여야 합니다(루카 4,18-19 참조).

 

하지만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이 거룩한 사명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할 위치임에도, 세상의 피눈물을 외면하고 교회 울타리에 안주하려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처럼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들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십일조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바로 이러한 것들을 실행해야만 했다”(마태 23,23).

 

인간 세상에 죄로 인해 어두움이 가득할수록, 인간에 대한 인간의 억압이 심해질수록, 함께 살아야 할 인간 세상이 탐욕과 불의로 분열될수록, 하느님께 대한 희망과 불신은 극렬하게 부딪히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은 과연 어떻게 하느님께 대한 불신을 극복하고, 언제나 사람과 함께하시는 하느님, 언제나 세상 안에서 일하시는 하느님을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은 항구히 일하신다. 그분은 그리스도교인 전체가 깨어 있고 자신들의 사명을 의식하도록 끊임없이 자신의 영을 보내주신다. 그분은 우리를 통해 세상 안에서 활동하고자 하신다. 중요한 건 우리가 그분의 음성을 듣느냐, 아니면 반대로 귀를 막고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리느냐 이다”(게르하르트 로핑크, 「오늘날 무신론은 무엇을 주장하는가?」, 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12, 117쪽).

 

하느님은 결코 침묵하는 분이 아니십니다. 다만,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이들이, 하느님의 생명과 사랑, 정의와 평화의 도구가 되기를 거부함으로써, 하느님께 침묵을 강요하고 있을 뿐입니다. 세상에 파견되어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를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을 삶으로 증언하기보다, 교회 울타리 안에서 머무르려는 그리스도인의 위선적 안이함이 하느님께 다가가려는 이들을 가로막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은 바로 구세주의 손과 발이 되기를 바라며 부르시는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세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 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의정부교구 파주 교하본당 주임 및 8지구장으로 사목하고 있다. 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2월 4일,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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